AI 확산에 ‘핵개인’ 부상…조직보다 개인 역량이 경쟁력 되는 구조로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개인 중심 생산 구조가 강화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가 송길영이 신간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을 통해 제시한 진단이다. 그는 조직 규모와 인력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이 약화되고, 개인 단위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길영은 11일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크고 무거운 구조보다 가볍고 빠른 구조가 선택받는 시대”라며 “대마불사에서 대마필사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기존 대기업 중심 질서가 유지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가 제시한 ‘경량문명’은 AI를 기반으로 협업과 생산 방식이 단순화되는 흐름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조직과 인력 규모를 중심으로 형성되던 협업 구조가 AI 도구를 매개로 재편되면서 개인 단위 생산이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시간과 공간 제약이 줄어들면서 협업 방식 자체가 간소화되는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송길영은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사회 변화 흐름을 연구해온 인물이다. 다음소프트 부사장, 카카오 데이터전략 자문 등을 거치며 온라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와 여론의 변화를 읽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저서 ‘상상하지 말라’, ‘그냥 하지 말라’ 등을 통해 데이터 기반 사회 분석을 제시해왔다.
이 같은 변화는 업무 환경에서 먼저 나타난다. 조직 내부 인력 중심 협업에서 벗어나 AI 도구를 활용한 개인 단위 작업이 확대되고 있다. 일정 조율이나 반복 업무는 자동화되고, 개인은 기획과 판단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생산성 개념도 바뀌고 있다. 인력 규모 확대가 곧 성과로 이어지던 기존 구조와 달리, AI 활용 능력이 성과를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소수 인력으로도 기존 조직 수준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조직 운영 방식 역시 변화하고 있다. 고정된 팀 단위 협업보다 프로젝트 중심 협업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필요한 기능을 외부에서 조달하거나 AI로 대체하는 방식이 병행되면서 조직 경계가 유연해지고 있다. 기업 내부 인력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외부 자원과 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이 일반화되는 추세다.
송길영은 이러한 변화를 ‘핵개인’의 등장으로 설명했다. AI를 활용해 개인이 스스로 역량을 확장하는 구조다. 그는 “AI를 활용해 스스로를 증강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며 변화 대응 속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존의 ‘빠른 추격자’ 전략보다 변화에 맞춰 방향을 바꾸는 ‘빠른 전환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고용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상시 고용 중심 체계에서 프로젝트 기반 협업과 프리랜서 참여 비중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기업은 고정비를 줄이고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고, 개인은 여러 프로젝트를 병행하며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
다만 변화는 위험도 동반한다. 개인 역량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성과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AI 활용 능력에 따라 노동시장 내 격차가 구조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간 생산성 차이가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송길영은 이러한 변화가 세대 간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AI를 활용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며 중장년층의 적응 문제를 언급했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교육과 재훈련 체계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언론과 콘텐츠 산업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나타난다. 송길영은 “대형 언론사 중심 영향력이 약화되고, 개인이나 소규모 팀이 콘텐츠 경쟁력으로 주목받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기반 유통 환경에서 개인 창작자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이 같은 변화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콘텐츠, 마케팅, 개발 등 지식 기반 산업에서는 소규모 팀이나 개인이 AI를 활용해 기존 기업 수준의 결과물을 생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경쟁 주체가 다양해지고 시장 구조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결국 ‘경량문명’은 기술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일하는 방식과 조직 구조, 고용 형태를 동시에 바꾸는 흐름이다. AI 확산 속에서 경쟁력은 조직 규모가 아니라 개인의 활용 능력과 전환 속도에 의해 결정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