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직업이 됐다”…중국 ‘전업자녀’ 확산, 청년 고용 구조 흔드나
부모를 돌보는 것을 ‘직업’처럼 수행하는 ‘전업자녀’ 현상이 중국에서 확산되고 있다. 취업 대신 가정에 머물며 돌봄과 가사를 맡고, 일부는 부모로부터 생활비를 받는 형태다. 가족 내부에서 역할과 보상이 결합된 구조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이 개념은 최근 중국 청년층 사이에서 등장했다. 배경에는 고용 시장 악화가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3년 청년 실업률은 20%를 넘기며 집계 방식이 변경될 정도로 논란이 됐다. 취업 지연과 구직 포기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노동시장 밖에 머무는 청년층이 늘었다.
전업자녀는 단순한 무직 상태와 구별된다. 가사와 돌봄을 수행하며 가족 내 역할을 맡는다는 점에서다. 일부는 부모로부터 월 단위 생활비를 받으며 사실상 ‘비공식 고용’ 형태를 띤다. 노동시장 밖에서 새로운 역할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이 현상은 기존 청년 의존 개념과도 차이가 있다. 일본의 히키코모리나 서구의 ‘부메랑 세대’가 경제적 의존에 초점을 맞췄다면, 전업자녀는 역할 수행과 보상 구조가 결합된 점이 특징이다. 단순 동거를 넘어 가족 내부 노동이 강조되는 형태다.
전업자녀 확산에는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청년 일자리 감소와 비정규직 확대, 주거비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안정적인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워졌다. 여기에 고령화가 겹치며 부모 세대의 돌봄 수요가 증가했다. 공적 돌봄 체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이 이를 대체하는 흐름이 형성됐다.
특히 중국의 경우 청년층의 ‘취업 회피’와 ‘구직 단념’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일부 청년층에서는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노동 조건을 감수하기보다 가정 내 역할을 선택하는 경향도 보고되고 있다. 노동시장 진입 자체가 매력적인 선택이 되지 못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유사한 흐름은 다른 국가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에서는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캥거루족’이 증가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청년층의 독립 연령이 늦어지는 추세다. 다만 전업자녀처럼 역할과 보상이 결합된 형태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노동시장 변화의 연장선으로 본다. 노동시장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가족이 사실상 완충 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노동시장 분석에서 가족이 공적 안전망을 대신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돌봄과 생계가 결합된 형태가 나타나는 것은 고용 구조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돌봄 경제 측면에서도 해석이 가능하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가족 돌봄 부담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를 시장이나 공공 서비스가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전업자녀는 이러한 돌봄 공백을 비공식적으로 메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다. 노동시장 밖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재취업이 어려워지고, 개인의 경제적 자립이 늦어질 수 있다. 특히 경력 단절이 누적될 경우 향후 노동시장 복귀 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생산가능인구 활용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채 장기간 머물 경우 경제 성장 잠재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 여력 감소와 내수 위축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족 내부 관계 변화도 변수다. 경제적 의존이 지속되면서 역할과 권한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 부모가 고용주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에서는 보상 기준과 책임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제도 밖 노동이라는 점이다. 전업자녀가 수행하는 돌봄과 가사 노동은 공식적인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회보험이나 노동 보호 체계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제도적 공백도 드러난다.
전업자녀는 새로운 직업이라기보다 노동시장 밖에서 형성된 역할에 가깝다. 그러나 청년 실업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환경에서 이 현상은 점차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개인의 선택으로 보이지만, 구조 변화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사회적 대응이 필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