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포비아’로 본 저출생…네 아이 키운 기자의 체험과 인터뷰

네 자녀를 키우는 현직 기자가 저출생 원인을 ‘육아포비아’로 풀어낸 책을 내놨다. 출산과 육아를 둘러싼 부담과 인식 문제를 개인 경험과 인터뷰를 통해 풀어낸 작업이다. 출산을 둘러싼 감정과 사회 분위기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 특징이다.
동아일보 사회부 차장 이미지가 쓴 ‘육아포비아를 넘어서’는 2018년부터 이어온 육아 관련 취재와 칼럼을 토대로 구성됐다. 저자는 장기간 취재 과정에서 만난 사례와 자신의 육아 경험을 결합해 책을 완성했다. 총 35명의 인터뷰가 포함됐다. 출산과 육아를 경험한 당사자들의 인식과 감정을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했다.
책은 개인 서사로 시작한다. 저자는 기상청 출입기자로 근무하던 당시 만삭 상태에서 폭염 취재를 이어가다 갑작스럽게 출산을 맞은 경험을 소개한다. 취재 현장과 출산이 겹친 상황은 직장과 육아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후에도 취재 일정과 자녀 양육을 병행한 사례가 이어진다. 아이 운동회 참석을 위해 일정을 조정하거나 병실에서 업무를 이어간 경험 등이 담겼다.
육아휴직 기간에 대한 기록도 포함됐다. 저자는 약 5년간의 육아휴직 동안 동료들이 쌓아가는 성과를 지켜보며 느낀 박탈감과 불안을 서술했다. 경력 단절에 대한 부담과 조직 내 위치 변화에 대한 고민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개인 경험을 통해 육아와 노동이 충돌하는 지점을 드러낸다.
책의 핵심 개념은 ‘육아포비아’다. 저자는 출산과 육아가 더 이상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부담과 희생, 불확실성과 연결되는 현상을 이 용어로 설명한다.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인식이 다양한 계층에서 확인된다고 제시한다. 출산 여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감정적 부담이 함께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인터뷰 구성은 직장인, 맞벌이 부부, 육아 경험자 등으로 나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육아 과정에서 겪는 시간 부족과 비용 부담을 언급한다. 특히 돌봄 공백 문제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조부모 지원이 없는 경우 육아 부담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사례가 이어진다. 학원과 사교육에 의존하는 구조도 부담 요인으로 제시된다.
저자는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육아 부담이 개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연결돼 있다고 설명한다. 장시간 노동 구조, 맞벌이 가정 증가, 돌봄 인프라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다만 책은 이를 구조 분석보다는 개인 경험과 인식의 문제로 풀어내는 데 초점을 둔다.
대안으로는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근무 확대가 제시된다. 저자는 일정 조정이 가능한 근무 환경이 육아 부담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직장 내 문화 변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인식 개선과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을 줄이는 제도가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디어에 대한 비판도 주요 내용으로 포함됐다. 저자는 현재 미디어에서 소비되는 육아 콘텐츠가 과도하게 부정적인 사례를 강조한다고 본다. ‘힘든 육아’ ‘포기하는 결혼’ 등 자극적인 표현이 반복되면서 육아에 대한 공포를 확대한다는 지적이다. 언론이 저출생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사회 인식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이다.
해외 사례도 일부 소개된다. 저자는 대만의 저출생 대응 방식을 언급하며 위기 담론을 과도하게 강조하지 않는 접근을 제시한다. 출산을 둘러싼 사회적 압박을 낮추고 개인 선택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이다. 저출생 문제를 다루는 사회적 분위기 자체가 출산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책은 전반적으로 개인 경험과 인터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정책 분석이나 통계 중심 접근보다는 실제 사례를 통해 문제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독자에게 육아의 구체적인 장면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 구성이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저출생을 설명하는 데 있어 인식과 감정 요인에 비중이 크게 실려 있다. 노동시장 구조, 주거비 부담, 교육비 상승 등 구조적 요인에 대한 분석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출산 감소를 둘러싼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정책과 경제 환경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출산과 육아를 둘러싼 경험을 전면에 내세운 점은 특징이다. 개인의 체험과 인터뷰를 통해 저출생 문제를 풀어낸 접근은 독자의 공감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인식과 구조를 어떻게 연결해 설명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