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삭제 논란 확산…뉴시스 ‘편집권 침해’ 규정, 한겨레 사장 사퇴 의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장남의 음주운전 사건 관련 보도 삭제·수정 논란이 언론사 내부 책임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일부 언론사가 과거 기사를 삭제하거나 제목을 바꾼 사실이 확인되면서 편집권 침해와 광고 영향력 논란이 동시에 제기됐다. 통신사 뉴시스는 이를 공식적으로 ‘편집권 침해’로 규정했고, 한겨레에서는 사장 사퇴 의사가 밝혔다.
6일 언론계에 따르면 뉴시스 공정보도편집위원회는 전날 ‘공정보도 편집위원회 공동보고서’를 채택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해당 사안을 “자본 권력에 의한 중대한 편집권 침해 사례”로 규정했다. 기사 삭제로 인해 “언론사의 신뢰성과 구성원의 자긍심이 훼손됐다”고 밝혔다.
뉴시스는 내부 조사에서 편집국장이 직접 기사 삭제를 요청한 사실을 확인했다. 관련 기사 4건 가운데 3건이 삭제됐고 1건은 기업명과 인명을 익명 처리하는 방식으로 수정됐다. 이후 해당 기사는 원상 복구됐다. 위원회는 “외부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는 편집권 원칙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논란은 한겨레에서도 이어졌다. 한겨레는 2021년 보도한 음주운전 사건 기사 두 건의 제목에서 ‘정의선’ 이름을 삭제하고 ‘장남’을 ‘자녀’로 바꾸는 방식으로 지난해 9월 수정했다. 해당 기사는 이후 원상 복구됐다.
한겨레 내부 조사 결과, 수정 과정에는 광고 관련 요청이 개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 측 요청이 광고 부서를 통해 전달됐고, 편집라인을 거쳐 최종적으로 편집국장이 제목 수정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취재 기자와 데스크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한겨레 내부에서는 책임 요구가 이어졌다. 뉴스룸국장과 디지털부국장이 보직에서 물러났고, 편집인과 광고·사업본부장도 사임 의사를 밝혔다. 기자들과 영상 조직에서도 성명을 내고 책임자 전원 사퇴와 전수 조사,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최우성 한겨레 사장은 “당장이라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다만 차기 대표이사 선임과 주주총회 일정 등 법적 절차 문제로 즉각 사임은 유보된 상태다. 차기 대표이사가 결정되는 대로 사퇴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는 기사 삭제와 제목 수정이 광고 요청과 연결되는 구조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취재 기자와 편집라인 협의 없이 결정이 이뤄진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편집권이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못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계에서는 기사 삭제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삭제가 불가피한 경우에도 수정 이력 공개나 삭제 사유 고지 등 최소한의 기록을 남기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권력이나 자본의 요청에 따라 기사를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관행은 언론이 지켜야 할 기본 원칙과 배치된다. 기사는 일회성 정보가 아니라 사회적 기록이다. 특정 이해관계에 따라 기록을 임의로 바꾸는 순간 언론의 공적 기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편집권 독립이 선언적 원칙에 머물 경우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보여준다.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정비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론사 스스로의 기준과 판단이다. 원칙 없는 기사 삭제가 반복된다면 독자 신뢰 역시 회복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