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의인가 콘텐츠 비즈니스 인가’…밀양 사건 사적제재,법원은 “정의 구현이 아니라 폭력”

[사진:유튜버 ‘집행인’출처:유튜버 캡쳐]

2004년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신상을 무단 공개한 유튜버들이 잇따라 실형 선고를 받으면서, ‘사적제재’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법원이 “정의 구현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규정한 판결은 디지털 플랫폼 환경에서 확산된 ‘응징 콘텐츠’의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창원지법은 최근 유튜브 채널 ‘집행인’ 운영자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며, 조회수 기반 수익 구조가 범행의 동기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해당 채널은 특정 인물을 가해자로 지목하며 실명과 얼굴, 직장 등 개인정보를 반복적으로 공개했고, 이 과정에서 사건과 무관한 인물까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와 관련된 고소·진정 건수만 1200여건에 달한다.

이번 사건은 ‘사적제재’가 영상 플랫폼 환경에서 확대된 점에서 주목 할만하다. 폭로와 응징이 하나의 콘텐츠 유형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적제재는 일정 부분 사회적 공감 속에서 확산돼 왔다. 법적 처벌이 미흡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건에서, 피해자에 대한 연대와 분노가 온라인을 통해 집단적으로 표출되는 방식이다. 실제로 일부 사건에서는 공론화 이후 수사가 재개되거나 처벌이 강화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사적제재를 전면 부정하기보다는, 기존 사법 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하는 해범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강조한 지점은 그 한계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적제재는 사실 검증 과정이 생략된 채 확산되기 쉽고, 특정 개인을 ‘가해자’로 규정하는 과정에서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발생시킨다. 밀양 사건 관련 영상에서도 실제 가해자와 무관한 인물이 지목되면서 해고, 가족 해체 등 2차 피해가 이어졌다. 이는객관적 사실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응징이 얼마나 쉽게 폭력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문화산업 관점에서 보면  이번 판결은  플랫폼 경제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조회수와 체류 시간이 수익으로 직결되는 구조에서, 자극적이고 분노를 유발하는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확산력을 갖는다. ‘폭로’와 ‘응징’은 이야기 구조상 명확한 가해자와 피해자를 설정할 수 있어, 서사적으로

미디어·범죄사회학 분야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디지털 자경주의(digital vigilantism)’ 또는 ‘온라인 군중 재판’으로 설명한다. 영국 범죄사회학자 다니엘 트로티에는 2020년 연구에서 이를 “인터넷 이용자들이 집단적으로 특정 행위를 문제 삼고, 온라인 공간에서 보복과 응징을 조직하는 과정”으로 정의했다.

또한 미국 버지니아대 모나 카스라는 2017년 연구에서 “디지털 환경에서 유통되는 이미지와 정보는 개인을 낙인찍고 사회적 통제 수단으로 기능하며, 그 영향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연구에서는 이러한 온라인 폭로와 응징이 법적 절차를 우회한 ‘병렬적 사법 시스템’처럼 작동하며, 무죄 추정 원칙을 약화시키고 개인의 명예와 생계에까지 직접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여러문제점에도 플랫폼과 제도의 대응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최근 국회에서는 허위 정보 유통 방지 의무를 플랫폼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법안이 발의됐고, 관련 토론회도 열렸지만, 표현의 자유와 규제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는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플랫폼 기업 역시 자율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나, 알고리즘 구조 자체가 자극적 콘텐츠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근본적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사적제재는 분명 현실의 문제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그것이 콘텐츠화되는 순간, 정의와는 다른 논리로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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