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과체중부터 위험 높아졌다…20~30대 췌장암, BMI와 ‘계단식 증가’ 확인

[왼쪽부터 홍정용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박주현 고려대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삼성서울병원]

20~30대에서도 체중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췌장암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도 비만 단계에서는 발병 위험이 정상 체중 대비 약 2배까지 증가했다. 대규모 코호트 분석 결과다.

삼성서울병원 홍정용 교수와 고려대안산병원 박주현 교수 연구팀은 20~39세 성인 631만여 명을 최대 10년간 추적한 결과 체질량지수(BMI)가 높아질수록 췌장암 발병 위험이 단계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European Journal of Cancer 2026년 1월호에 게재됐다.

연구에서는 아시아 기준 BMI를 적용해 대상자를 저체중, 정상, 과체중, 비만 1단계, 비만 2단계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 정상 체중 대비 과체중군의 췌장암 발생 위험은 약 38.9% 높았다. 비만 1단계 역시 유사한 수준의 위험 증가를 보였다. BMI 30 이상 고도 비만군에서는 위험이 약 96% 증가해 거의 2배에 달했다.

특징은 위험 증가가 특정 구간이 아니라 체중 증가에 따라 ‘계단식’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연령, 성별, 흡연, 음주, 신체활동, 당뇨병, 고혈압 등 주요 변수들을 보정한 이후에도 같은 결과가 유지됐다고 밝혔다. 체중 자체가 독립적인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저체중군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위험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단순 체중 감소가 위험을 낮춘다기보다,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 체중 증가가 주요 변수로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연구는 기존 췌장암 인식과도 차이를 보인다. 췌장암은 주로 중·장년층 질환으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에는 50세 미만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췌장암 예방 전략이 중·장년층 중심에서 젊은 연령대로 확대될 필요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된다.

췌장암은 조기 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 시점에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은 암이다. 국내에서도 5년 생존율이 10%대에 머무는 대표적인 난치암으로 분류된다. 종양이 커질 때까지 특별한 자각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복통이나 체중 감소, 황달 등이 나타날 때는 이미 병기가 진행된 경우가 많다.

이 같은 특성은 문화예술계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돼 왔다. 영화배우 패트릭 스웨이지(2009년)와 앨런 릭먼(2016년), 오페라 가수 루치아노 파바로티(2007년) 등은 모두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조기 발견이 어려워 진단 시점에는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지적된다.

발병 기전도 제시됐다. 과체중 상태에서는 지방 조직에서 염증성 물질이 지속적으로 분비되고,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면서 췌장 세포 증식이 촉진된다. 이러한 환경이 장기간 지속되면 암세포가 자라기 쉬운 조건이 형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대규모 인구를 장기간 추적한 관찰연구로, 체중과 췌장암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체중 증가 자체가 췌장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체중이 높은 집단에서는 당뇨병, 식습관, 운동 부족 등 다른 위험 요인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영향을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주요 변수들을 보정했지만 모든 생활습관 요인을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절대 위험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췌장암은 발생률 자체가 낮은 질환이기 때문에 위험이 2배 증가하더라도 전체 발생 규모는 제한적일 수 있다. 다만 증가 폭이 뚜렷하게 확인된 만큼 젊은 연령대에서도 관리 필요성이 강조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번 연구는 체중 관리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비만 단계가 아닌 과체중 단계부터 위험이 증가하는 만큼, 체중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관리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젊은 연령대에서 체중 관리를 통해 향후 췌장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조기 생활습관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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