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위축 속 거래 구조 변화…경매 반등에 투자 신호 살아나나

국내 미술시장이 침체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거래 구조 변화와 일부 지표 반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시장 전반은 위축됐지만 특정 영역에서는 회복 조짐이 감지되는 양상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2025년 한국 미술시장 결산 및 2026년 전망’에 따르면 국내 갤러리와 아트페어 관계자 15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8.4%는 지난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매출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9.7%에 그쳤다.
매출 감소는 영세 사업자에 집중됐다. 매출이 줄었다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 54.7%는 연 매출 1억원 미만이었다. 시장 위축이 중소 갤러리 중심으로 나타난 셈이다.
원인은 명확하다. 응답자의 88%가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고가 작품 구매가 줄어들면서 거래 규모 자체가 축소된 영향이다.
실제 거래 구조도 바뀌고 있다. 응답자의 46.5%는 중저가 및 소형 작품 중심 거래 확대를 주요 변화로 지목했다. 반면 고가 작품 거래 위축을 꼽은 비율도 34.8%에 달했다. 시장 중심축이 고가 작품에서 중저가 작품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시장 규모 역시 줄었다. 국내 미술품 거래액은 2022년 8066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로 전환됐다. 2024년 거래 규모는 6151억원으로 2년 만에 23.7% 줄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도 경매 시장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국내 주요 8개 경매사의 지난해 1~11월 거래 규모는 1315억원으로 전년 대비 16.6% 증가했다. 2021년 이후 이어진 감소 흐름이 4년 만에 반등한 것이다.
거래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낙찰 작품 수는 8782점으로 전년 대비 약 20% 감소했지만, 총액은 증가했다. 작품 수는 줄고 단가는 올라간 구조다. 고가 작품 중심 거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초고가 작품 거래가 늘었다. 마르크 샤갈의 ‘꽃다발’은 94억원에 낙찰되며 국내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작가의 ‘파리 풍경’과 이우환의 작품도 각각 수십억원대에 거래됐다. 10억원 이상 낙찰 작품 수는 8점으로 전년보다 늘었다.
이 같은 흐름은 시장이 이중 구조로 나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반 거래 시장에서는 중저가 작품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반면, 경매 시장에서는 고가 작품이 선택적으로 거래되는 양상이다.
투자 관점에서도 해석이 엇갈린다. 단기적으로는 시장 위축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응답자의 56.1%는 올해 시장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봤고, 27.1%는 감소를 예상했다.
다만 경매 지표는 선행 신호로 읽힌다. 고가 작품 거래가 회복되면 전체 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술 시장에서는 경매 결과가 가격 형성과 투자 심리를 동시에 좌우하는 지표로 작용한다.
컬렉터 구성 변화도 변수다. 신규 구매자가 유입되고 있지만 구매 금액은 낮은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참여자는 늘고 있지만 투자 규모는 확대되지 않는 구조다.
결국 현재 미술시장은 회복 국면으로 전환되기보다는 재편 과정에 들어선 것으로 해석된다. 고가 작품과 중저가 작품 간 격차가 벌어지고, 거래 방식도 분화되는 흐름이다.
시장 회복 여부는 경기 흐름과 함께 자산 시장 전반의 방향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산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미술품 투자 수요도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 미술시장 역시 급격한 반등보다는 제한적 회복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