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용

15-5 “왜 중동인가”…웹툰, ‘중동 시장 진출’ 모델 검증 단계로

[사진:한국 웹툰의 작품. 왼쪽부터 식물인간, 메디컬 환생, 신기록. 제공:키다리스튜디오]

한국 웹툰이 중동 시장에 처음으로 본격 진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콘텐츠 기업 망가 아라비아가 15일부터 한국 웹툰의 아랍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웹툰 산업의 확장 흐름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다.  플랫폼 기반 콘텐츠 모델이 문화권을 넘어 작동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이번 서비스는 키다리 스튜디오와 브이브로스 등 국내 제작사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기반으로 추진됐다. 망가 아라비아는 195개국에서 약 12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인쇄 잡지와 디지털 앱을 병행 운영하고 있다. 기존 자체 콘텐츠에 한국 웹툰을 결합해 이용자층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특히 청소년 중심 콘텐츠에서 출발해 디지털 플랫폼으로 확장해온 만큼, 웹툰과의 결합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웹툰 산업의 해외 확장은 동남아시아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이 일본과 미국에서 플랫폼 기반 사업을 구축하며 성장해온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에서는 현지 제작사와 협업을 통해 콘텐츠를 확대했고, 북미에서는 영어권 독자를 중심으로 유료 모델을 안착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이번 중동 진출은 이러한 확장 경로가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동이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는 배경에는 인구 구조와 정책 환경이 동시에 작용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가 2024년 발표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전망(Global Entertainment & Media Outlook)’에 따르면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의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연평균 7% 이상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 2030(Vision 2030)’ 정책을 통해 문화·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게임·영상·디지털 콘텐츠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젊은 인구 비중이 높은 점도 모바일 콘텐츠 소비 확대와 맞물려 시장 잠재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사진: 한국 키다리 스튜디오 허흥범 대표와 사우디의 망가 아라비아 에삼 부카리 대표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4.09.15 제공:키다리스튜디오] ]

웹툰 형식은 이러한 환경과 맞닿아 있다. 세로 스크롤 방식과 컬러 중심 연출, 빠른 전개 구조는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형태다. 별도의 출판 유통망 없이도 스마트폰을 통해 바로 소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만화보다 초기 진입 장벽이 낮다. 특히 텍스트보다 이미지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은 언어 장벽을 상대적으로 낮추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일본 만화 산업이 여전히 출판과 원작 IP 중심으로 운영되는 반면, 한국 웹툰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유통과 데이터 분석을 결합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 이용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수정·확장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모델로 평가된다. 이는 새로운 시장에서 빠르게 이용자 반응을 확인하고 콘텐츠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동시에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도 유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망가 아라비아는 일본 도쿄에 자회사 ‘망가 인터내셔널(Manga International)’을 설립하고 현지 창작자와 협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 유통을 넘어 제작 역량까지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츠 IP 확보 경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이러한 확장이 곧바로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중동 지역은 종교와 문화적 기준이 콘텐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장이다. 일부 글로벌 영상 콘텐츠가 현지 검열 기준에 맞춰 편집되거나 서비스가 제한된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고돼 왔다. 웹툰 역시 서사나 캐릭터 설정, 표현 방식에 따라 수정 요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현지화 과정도 변수다. 단순 번역을 넘어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재편집과 검수 과정이 필요할 경우 제작 비용과 시간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특히 플랫폼 기반 콘텐츠는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운영이 필요하기 때문에, 초기 진입 이후 유지 비용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또 다른 변수는 경쟁 환경이다. 중동 지역에서도 자체 콘텐츠 제작이 확대되고 있으며, 현지 창작 생태계가 성장하고 있다. 망가 아라비아 역시 170명 이상의 현지 작가와 협업하며 자체 IP를 개발해 왔다. 외부 콘텐츠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단순 공급을 넘어 현지 창작과의 협력 구조가 요구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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