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

‘폭싹 속았수다’ 몇 명 봤나…OTT 시대, 콘텐츠 가치 산정 ‘깜깜이’

[▲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스틸컷. 출처: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공개 이후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실제 시청자 규모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작품의 흥행 여부를 판단할 핵심 지표가 플랫폼 내부에만 머무르면서 콘텐츠 시장 전반에서 ‘성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OTT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콘텐츠 소비 방식은 빠르게 변화했지만, 시청 데이터를 둘러싼 정보 비대칭은 오히려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과거 지상파 방송 환경에서는 시청률을 기반으로 프로그램 경쟁력과 광고 단가가 형성됐고, 제작비 역시 일정한 기준 아래 책정됐다. 반면 현재는 글로벌 OTT 플랫폼이 자체 기준에 따라 일부 지표만 선택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이 일반화됐다.

넷플릭스는 현재 주간 시청 시간 순위와 누적 시청 시간 등 일부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으나, 전체 이용자 수나 국가별 세부 시청 데이터는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주요 OTT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핵심 데이터를 비공개로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콘텐츠 가치 산정은 외부 기관의 추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블룸버그는 2021년 넷플릭스 내부 자료를 인용해 ‘오징어 게임’이 약 8억9000만 달러의 가치를 창출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콘텐츠 수요 분석 업체 패럿애널리틱스는 해당 작품이 후속 시즌을 통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수치는 플랫폼이 보유한 실제 이용 데이터 전체를 기반으로 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시청 데이터의 제한적 공개는 제작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콘텐츠 제작비는 글로벌 OTT 경쟁 속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개별 작품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제작사와 투자자가 콘텐츠 수익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제기된다.

미디어 연구 분야에서도 이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유건식 성균관대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 초빙교수는 최근 관련 연구와 강연에서 “콘텐츠 소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어야 제작비와 수익 배분의 기준이 형성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데이터 측정 체계가 미흡할 경우 산업 전반의 수익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는 통합 시청 측정 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시청률 조사기관 바브(BARB)는 2022년부터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포함한 시청 데이터를 집계해 공개하고 있으며, 주간 단위로 주요 콘텐츠의 시청자 수를 발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닐슨이 OTT 시청을 포함한 통합 시청 지표를 제공하고 있으며, 약 4500만 가구의 빅데이터와 4만2000가구 패널을 결합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산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통합 시청률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닐슨코리아는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디지털 시청 기록 장치를 설치해 OTT를 포함한 시청 데이터를 집계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다만 표본 기반 조사 방식만으로는 플랫폼 내부 데이터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가 지적된다.

OTT 중심으로 재편된 콘텐츠 시장에서 ‘무엇이 얼마나 소비됐는지’를 둘러싼 정보 격차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플랫폼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작 환경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콘텐츠 투자 규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시청 데이터의 투명성과 표준화된 가치 평가 체계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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