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에스컬레이터 이용 방식 변화 검토…정부, 한 줄 서기 관행 재점검 나서

정부가 에스컬레이터 이용 문화를 다시 손보는 작업에 나섰다. 안전사고 예방을 최우선에 두고 ‘두 줄 이용’ 정착 가능성을 놓고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행정안전부는 8월 29일 13시부터 17시까지 서울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국민과 전문가, 관계 부처가 함께하는 ‘모두의 토론회’를 열어 사고 원인, 실제 이용 행태, 설비와 유지관리, 제도 개선 방향을 폭넓게 검토한다. 특정 방식을 정답처럼 제시하기보다, 한 줄과 두 줄 이용을 둘러싼 쟁점을 공개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접근이다.

한국의 에스컬레이터 줄 서기 문화는 약 30년을 거치며 굳어졌다. 1990년대 후반엔 한 줄 서기가 홍보되며 확산 계기를 마련했고, 2002년을 전후해 ‘한쪽은 서고 다른 한쪽은 걷는’ 관행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이후 기기 편마모와 안전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2007년 ‘두 줄 서기’ 캠페인이 시작됐지만 시민 호응이 제한적이었고 효과를 둘러싼 논란 속에 2015년 중단됐다. 11년이 흐른 지금, 정부는 두 줄 이용 문화 정착을 다시 주요 과제로 올려 재검토에 들어갔다.

재점검의 출발점은 사고 통계다.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집계된 에스컬레이터 중대사고는 135건이며, 이 중 이용자 과실이 90건으로 비중이 66.7%에 달한다. 과실 유형 중 약 77.8%가 넘어짐 사고였고, 피해자 상당수는 65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이용자들이 한 줄로 서 있는 상황에서 뒤에서 걸어오는 사람을 피하려다 몸의 균형을 잃거나,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걷거나 뛰는 과정에서 앞사람과 충돌하는 위험이 반복된다는 점이 핵심 문제로 지적된다. 반대로 양쪽에 서서 이동하는 두 줄 이용은 이러한 위험 요인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안전 당국의 판단이다.

시설 유지관리 관점의 부담도 작지 않다. 행정안전부의 관련 연구에서는 이용객이 주로 오른쪽에 서는 습관 탓에 우측 체인 휠과 가이드레일 등의 마모율이 좌측보다 95% 이상 높게 나타났고, 이로 인해 대규모 수리 주기가 15~20% 짧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특정 방향으로 하중이 쏠리는 관행이 안전뿐 아니라 장비 수명과 비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생활 속 습관을 단기간에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출퇴근 시간대 빠른 환승을 위해 한쪽을 비워 걷는 방식은 이미 일상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정부도 강제나 단속보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방점을 찍고, 현실적으로 시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용 문화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토론회 역시 ‘한 줄 대 두 줄’의 단순한 선택을 넘어, 안전성과 편의, 설비 관리, 제도 개선을 아우르는 절충점을 모색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결국 관건은 일상의 작은 행동 변화를 어디까지 설득할 수 있느냐다. 안전 데이터와 유지관리 비용이라는 근거가 쌓이는 만큼, 공공 캠페인과 시설 안내, 운영 원칙의 세밀한 조정이 함께 움직여야 실효성이 담보된다. 30년 가까이 굳어진 관행을 재점검하려는 이번 시도는, 도시 이동의 효율과 시민 안전 사이에서 사회가 어떤 균형점을 선택할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토론회 결과와 후속 과제 도출에 시선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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