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용

16-2 암 고백 뒤 ‘사망설’까지…가짜뉴스는 왜 연예인을 먹잇감으로 삼나

[사진:박성광 이솔이 부부.출처: 이솔이 인스타그램]

개그맨 박성광의 아내이자 인플루언서 이솔이가 2025년 4월 “사망했다는 뉴스를 봤다”는 메시지를 하루에 수십 통씩 받고 있다며 유튜브발 가짜뉴스 삭제를 호소했다.  당시 이솔이는 직접 신고도 해봤지만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고, 실제 유튜브에는 “암 투병 끝에 사망했다”는 취지의 허위 영상이 올라와 18만 조회를 기록했다.

이 사건의 핵심은 건강 고백과 불안, 죽음 같은 감정적으로 강한 소재가 클릭 장사와 결합하는 방식에 있다. 암 투병 사실이 공개되자 곧바로 ‘위독설’과 ‘사망설’이 붙고, 팬들의 걱정은 조회수와 광고 수익으로 전환된다. 허위정보가 사실을 왜곡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에게 해명 부담과 정신적 소진을 떠넘기는 구조다.

국내에서는 이미 이런 허위정보의 수익 구조가 여러 차례 드러났다. 2024년 2월 이강인 관련 허위정보 영상은 2주 동안 361개, 195개 채널에서 6940만 회 넘게 조회됐고, 동영상 맥락 분석 기업 파일러는 이를 바탕으로 약 7억 원의 광고 수익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해 장원영 관련 허위 영상을 반복 게시한 유튜브 채널 운영자는 약 2억5000만 원 수익을 올린 것으로 재판 과정에서 거론됐다. 허위정보가 ‘장난’이 아니라 수익 사업으로 작동한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이 때문에 연예인·인플루언서는 허위정보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표적이 된다. 인지도가 높고 검색량이 많으며, 팬덤의 감정 반응이 즉각적이기 때문이다. 매일경제는 2025년 5월 배우 이순재, 김연아, 홍상수 등 살아 있는 유명인들의 ‘부고’ 영상을 반복적으로 올리는 유튜브 채널 사례를 보도했는데, 해당 채널은 하루 2~3건씩 허위 영상을 올리며 조회수를 모으고 있었다. 클릭을 끌어내기 위해 가장 손쉬운 소재가 ‘사망’, ‘중병’, ‘이혼’, ‘폭행’ 같은 극단적 제목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3년 가수 릴 테이(Lil Tay) 사망 오보가 퍼졌을 때 BBC는 다수 매체가 이를 사실로 받아썼지만 자체 검증을 거쳐 오보를 피한 사례를 소개하며, 유명인 사망설은 가장 빠르게 확산되면서도 검증은 가장 늦게 따라붙는 대표적 허위정보 유형이라고 짚었다. 2023년 톰 행크스는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흉내 낸 인공지능 기반 치과 보험 광고가 유포되자 직접 “이건 내가 아니다”라고 경고했고, 2024년에는 테일러 스위프트를 겨냥한 딥페이크 성적 이미지가 확산돼 미국 정치권에서 입법 논의가 급해졌다. 유명인의 얼굴과 이름, 건강, 죽음이 클릭·사기·성적 착취의 재료로 동시에 악용되는 흐름이다.

디지털 포렌식 권위자인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의 하니 파리드 교수는 2024년 버클리 인터뷰에서 “9개월 전만 해도 대개는 눈으로 보고 금방 판별할 수 있었지만, 오늘은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같은 해 버클리 정보대학원 소개 글에서도 그는 딥페이크를 이용한 유명인·정치인 허위 지지가 특히 교묘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이제 문제는 허위정보가 많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당사자와 대중이 그것을 즉시 가려내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이솔이 사례가 더 무거운 이유는 허위정보가 질병 경험과 결합했다는 점이다. 2024년 JMIR Infodemiology 연구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 이용자의 35.61%가 건강 허위정보를 많이 본다고 느꼈고, 66.56%는 무엇이 사실인지 가려내기 어렵다고 답했다. 병명이나 치료 경험이 공개되는 순간, 당사자는 응원과 지지뿐 아니라 과장·오보·가짜 치료법·사망설까지 함께 감당해야 하는 환경에 놓인다는 뜻이다.

허위정보 문제는 이미 세계적 위험으로 분류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2024년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 오정보와 허위정보를 향후 2년간 가장 심각한 단기 위험으로 꼽았다. 2025년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뉴스리포트에서는 전 세계 응답자의 58%가 온라인 뉴스에서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걱정된다고 답했다. 허위정보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차원을 넘어, 뉴스 신뢰와 공적 토론 환경 전체를 잠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도 제도 대응은 강화되는 중이지만, 속도는 플랫폼 확산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24년 8월 로이터는 한국 경찰이 집계한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 2021년 156건에서 2024년 297건으로 급증했다고 전했고, 같은 해 9월 한국은 성적 딥페이크의 소지·시청까지 처벌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성적 딥페이크와 달리 ‘사망설 영상’, ‘암 투병 끝 별세’ 같은 연예인 대상 허위정보는 명예훼손과 플랫폼 규정 위반 사이 어딘가에 걸쳐 있고, 삭제와 제재가 상대적으로 늦다. 

2024년 SAGE 저널에 실린 연구는 허위뉴스가 특히 평판이 좋은 대상에 대해 더 큰 2차적 평판 손상을 일으킨다고 분석했다. 거짓 내용 자체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 거짓을 믿을 것”이라는 예상이 행동과 판단을 바꾼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솔이 사례를 ‘연예계 해프닝’으로 처리하면 핵심을 놓치게 된다. 암 고백 이후 사망설이 붙고, 팬들의 걱정이 클릭이 되고, 허위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번지는 과정은 지금의 플랫폼 환경이 허위정보를 어떻게 산업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OECD가 2024년 정보무결성 보고서 출간 때 “허위정보 대응은 정보를 통제하는 문제가 아니라, 시민이 개방적이고 견고한 정보 환경의 이익을 누리게 하는 일”이라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클릭이 아니라 더 빠른 삭제, 더 분명한 책임, 그리고 건강·죽음 같은 취약한 서사를 돈벌이 제목으로 쓰지 못하게 하는 플랫폼 규칙의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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