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트의 나비, 김윤신의 합이합일, 루샤의 텍스트 회화…케이옥션 4월 경매 104억 판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이 진행 중인 데이미언 허스트, 그리고 호암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김윤신의 작품이 같은 경매 무대에 오른다. 최근 미술관 전시를 통해 다시 높아진 작가 관심도가 곧장 시장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케이옥션 4월 경매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케이옥션은 오는 4월 29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메이저 경매를 열며, 출품작은 총 101점, 추정가 총액은 약 104억원 규모다. 프리뷰는 4월 18일부터 경매 당일까지 무료로 진행된다.
이번 경매의 중심에는 허스트가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3월 20일부터 6월 28일까지 허스트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을 열고 있으며, 전시는 죽음과 영생, 과학과 의학, 욕망과 시장 논리 등 작가가 오랫동안 파고든 주제를 폭넓게 조명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케이옥션에 나온 2019년작 ‘리서검(Resurgam)’은 허스트의 대표 어휘인 나비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대형 원형 캔버스로, 추정가는 7억~13억원이다. 함께 출품되는 ‘버젯/럭셔리’, ‘시편 115: 논 노비스, 도미네’, ‘멜라민’까지 감안하면, 이번 출품은 허스트의 회화적 실험과 상징 체계를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소규모 섹션에 가깝다. 크리스티는 허스트의 나비 작업을 그의 대표 연작 가운데 하나로 소개하고 있어, 국내 전시 화제성과 국제 시장의 인지도가 이번 경매에서 맞물릴 가능성이 있다.
김윤신 출품 역시 상징성이 크다. 호암미술관에서 3월 17일부터 6월 28일까지 열리는 ‘합이합일 분이분일’은 작가의 70여 년 작업 세계를 조망하는 대규모 회고전으로, 김윤신이 한국 미술계 안팎에서 다시 집중 조명을 받는 계기가 되고 있다. 케이옥션에 나온 ‘합이합일 분이분일 2020-3’은 재활용 목재와 아크릴을 결합한 작업으로, 재료와 작가, 생성과 분화가 하나의 순환 구조 안에서 만난다는 김윤신 예술의 핵심을 압축한다. 추정가는 4500만~9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최근 회고전이 작가의 역사적 위상을 재정리하는 장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출품은 단순한 거래 물량을 넘어 김윤신 시장의 기준점을 다시 가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해외 블루칩 작가 가운데서는 에드 루샤의 존재감도 단연 돋보인다. 이번에 출품된 1987년작 ‘스패즘(Spasm)’은 검은 화면 위에 붉은 텍스트를 띄워 언어와 이미지의 경계를 뒤흔드는 루샤 특유의 회화를 보여준다. 추정가는 9억~20억원으로, 이번 경매 최고가권 작품 중 하나다. 크리스티와 소더비는 루샤를 미국 현대미술에서 텍스트 회화와 개념적 이미지의 확장에 결정적 역할을 한 작가로 다루고 있으며, 크리스티에서는 2024년 ‘Standard Station, Ten-Cent Western Being Torn in Half’가 6826만달러에 팔리며 작가 경매 최고가를 새로 썼다. 국내 시장에서 보기 드문 루샤의 회화가 출품됐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경매의 국제적 무게감은 한층 커졌다고 볼 수 있다.
한국 미술 쪽에서는 백남준 드로잉과 함께 윤형근,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 유영국, 김환기, 이우환, 정창섭 등 주요 작가들이 고르게 포진했다. 케이옥션이 2005년 설립 이후 연간 약 80회 안팎의 경매를 운영해온 국내 대표 경매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4월 경매는 해외 거장과 한국 근현대 핵심 작가군을 한 자리에서 교차 배치해 시장의 관심을 끌어올리려는 성격이 짙다. 직전 3월 메이저 경매에서도 한국 근현대미술 강세가 확인된 만큼, 4월 경매는 여기에 글로벌 현대미술 블루칩을 더해 응찰 저변을 넓히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번 케이옥션 4월 경매는 해외 현대미술과 한국 근현대미술 주요 작가들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최근 미술관 전시로 관심이 높아진 작가들의 작품이 포함되면서, 전시와 시장이 맞물리는 현재 미술계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읽힌다. 프리뷰 전시는 18일부터 경매 당일까지 서울 신사동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