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신간 리뷰] “치즈떡볶이 한입에, 고단한 하루가 녹는다”…도시인의 삶을 품은 ‘김밥천국 가는 날’

분주하고 고단한 일상 속, 때로는 한 그릇의 따뜻한 음식이 말없는 위로가 된다. 전혜진 작가의 신작 소설 『김밥천국 가는 날』은 도시인의 삶과 감정을 음식이라는 일상적 소재로 풀어낸 작품이다. 인천의 한 김밥천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메뉴 10가지를 통해 우리가 미처 돌보지 못한 마음을 돌아보게 한다.

작품은 치즈떡볶이, 오므라이스, 돈가스, 쫄면 등 대중적인 분식들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인물들의 사연을 엮어낸다. 그들은 모두 현실의 벽 앞에서 상처 입고 지친 이들이다. 민원 전화에 시달리는 공무원, 고용 불안에 놓인 비정규직, 경계에 선 청년들. 특별할 것 없는 이들의 하루는 김밥천국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조용히 교차한다. 음식은 이들에게 위로이자 생존의 상징이다.

소설은 도시라는 공간이 품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세밀하게 포착한다. 그 안에서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때론 가족의 기억이 되고, 때론 자신을 위로하는 손길이 된다. 작가는 “성별과 세대를 초월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어느 도시에나 있을 법한 인천의 이야기”라는 점은 이 책이 갖는 보편성과 따뜻함의 근거이기도 하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작품 곳곳에 배어 있는 정서적 리얼리티다. 바쁜 아침, 호텔 조식은 아니지만 누군가 정성스레 차려준 따뜻한 오므라이스 한 접시에 고마움을 느끼는 장면처럼, 평범한 순간에 깃든 감정은 많은 독자에게 잔잔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김밥천국 가는 날』은 화려하거나 극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 일상적인 이야기이기에, 그리고 그 일상이 우리 모두의 것이기에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책은 결국 도시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같이 김밥천국 갈래요?”라고 묻는 다정한 초대장이다. 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순간, 우리는 어쩌면 조금 덜 외로워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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