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외국인 노동자 임금 ‘지역화폐 지급’ 논란…“송금 제한은 권리 침해”

[사진:거제조선소 전경. 제공:삼성중공업]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 상승분을 지역화폐로 지급하자는 제안이 나오면서 임금 사용 제한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지역 소비를 유도하자는 취지지만 노동권 침해 가능성이 제기됐다.

외국인외국인 노동자의 임금 상승분을 지역화폐로 지급하자는 제안이 나오면서 임금 사용 제한의 위헌성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하자는 취지지만 재산권과 평등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외국인 노동자는 국내 산업 구조에서 빠르게 비중을 늘리고 있다. 통계청과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취업 외국인은 약 96만명 수준이다. 제조업과 건설업, 조선업 등 인력난이 심한 업종에 집중돼 있다. 조선업은 협력사를 포함할 경우 외국인 비중이 10% 후반에 이른다.

논쟁의 출발점은 ‘송금’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소득 상당 부분이 본국으로 이전되면서 지역 경제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임금 일부를 지역 내에서만 사용 가능한 형태로 지급하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임금 사용을 제한하는 방식은 국제 기준과 배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임금보호협약에서 임금을 노동자의 재산으로 보고 자유로운 처분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역시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국내 법 체계에서도 유사한 해석이 가능하다. 헌법재판소는 여러 결정에서 외국인도 인간으로서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직업 선택의 자유와 관련해 외국인에게도 기본권이 인정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근거로 임금의 사용처를 제한하는 정책이 재산권 제한으로 이어질 경우 헌법 제23조와 평등권 침해 논란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본다.

쟁점은 명확하다. 임금은 근로기준법상 ‘통화로 직접 지급’이 원칙이다. 이를 특정 형태의 사용 조건이 붙은 지급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실질적으로는 임금 일부를 특정 용도로 강제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고용노동부는 과거 행정해석에서 임금의 일부를 상품권 등으로 지급하는 경우 근로자의 자유로운 처분이 보장되지 않으면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지역화폐 지급 역시 사용처가 제한된다는 점에서 동일한 법적 논쟁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노동단체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다야 라이(Udaya Rai) 서울 이주노동자노조 위원장은 외국인 노동자 임금 문제와 관련해 “외국인 노동자도 동등한 노동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히며 차별적 제도 도입에 반대해왔다. 국적을 이유로 임금의 실질적 사용 범위를 제한하는 방식은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법률가 단체 역시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주노동자 정책과 관련해 국적을 이유로 노동 조건을 제한하는 정책은 평등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임금 지급 방식 자체를 달리 설정하는 경우 간접적 차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적 효과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지역화폐 정책은 이미 여러 차례 시행됐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의 연구에서는 지역화폐가 단기 소비를 늘리는 효과는 일부 확인됐지만 장기적인 지역 경제 성장이나 소득 증가로 이어졌다는 근거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반복돼 왔다. 소비 유도 정책이 구조적 경기 회복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현장에서는 인력 수급에 미칠 영향도 변수로 지목된다. 조선업과 건설업은 이미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가 높다. 임금 사용까지 제한될 경우 노동 유입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임금의 실질 가치가 낮아진다고 인식될 경우 기피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의 경험은 다른 방향의 시사점을 제공한다. 1970년대 중동 건설 붐 당시 한국인 노동자들은 해외에서 번 소득을 국내로 송금했고, 이는 외환 확보와 산업화 초기 자본 축적에 기여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당시 해외 근로자 송금은 주요 외화 유입 경로로 기능했다. 개인의 소득 이전을 제한하기보다 경제 전체로 환류시키는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이 선택됐던 셈이다.

결국 쟁점은 정책 목표와 권리 보장의 충돌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임금 사용을 제한하는 방식이 허용될 수 있는지 여부는 헌법과 국제 기준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다. 단기적인 소비 확대 효과와 장기적인 노동시장 안정성, 기본권 보장 사이에서 정책 선택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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