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예를 해외에 소개할 때 먼저 사라지는 것들…나전칠기 설명에서 빠지기 쉬운 제작 기법
한국 공예를 해외에 소개할 때 가장 먼저 축약되는 것은 대개 문양의 이름이 아니라 제작의 과정이다. 특히 나전칠기는 영문 제목에서 흔히 ‘mother-of-pearl’이나 ‘lacquered box’로 옮겨지지만, 실제 작품을 성립시키는 옻칠의 층, 자개를 다루는 세부 기법, 금속선과 대모를 함께 쓰는 방식까지 살아남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해외 독자에게는 물건의 용도와 겉무늬가 먼저 전달되고, 한국 공예의 시간과 노동을 보여주는 기술어는 뒤로 밀리기 쉽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설명을 한국어와 영문으로 나란히 보면 이 차이가 더 또렷해진다. 조선시대 작품인 ‘나전 칠 연꽃 모란넝쿨 무늬 상자’의 한국어 설명은 자개를 무늬대로 오린 뒤 망치로 때려 붙이는 타발법, 줄기를 길게 끊은 자개로 잇는 끊음질, 그리고 이런 방식이 고려의 촘촘한 장식에서 조선 전기의 넓은 여백과 큰 무늬로 넘어가는 변화를 보여준다고 적고 있다. 반면 같은 작품의 영문 데이터베이스 페이지에는 제목과 시대, 재질, 크기 같은 기본 정보만 있고, 정작 작품의 형식을 결정하는 기법 설명은 빠져 있다.
문양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붙였는가’다
나전칠기는 자개를 붙인 공예라는 뜻으로 쉽게 이해되지만, 실제로는 자개를 어떤 두께로 갈았는지, 어떤 모양으로 잘랐는지, 붙인 뒤 어떤 칠을 몇 차례 올렸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고려 나전의 경우 잘게 자른 자개를 촘촘히 배열하는 방식이 두드러지고, 조선에 들어서면 더 넓은 면과 대담한 문양이 나타난다. 이 변화는 단순한 취향의 차이가 아니라 재료를 다루는 손기술의 차이이기도 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14년 공개한 고려 나전경함 보도자료는 이런 점을 가장 자세히 보여준다. 이 자료는 얇게 간 자개를 무늬대로 오려 넣는 줄음질, 자개를 가늘게 잘라 패턴을 만드는 끊음질, 무늬 안쪽을 다시 새겨 세부를 표현하는 모조법을 구분해 설명한다. 여기에 당초무늬의 줄기에 황동선을 썼다는 점, 목심 위에 천을 입히고 골회 옻칠과 검은 옻칠을 여러 번 올렸다는 점까지 덧붙인다. 이 설명에서 핵심은 장식 명칭이 아니라 제작 공정의 층위다. 무엇을 그렸는가보다 어떻게 만들었는가가 작품의 연대와 계통을 가르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해외 소개문에서 이 층위가 빠지면 나전칠기는 쉽게 ‘자개 상자’로 평면화된다. 문양의 화려함은 남지만, 그 문양을 가능하게 한 공정의 언어는 사라진다. 결과적으로 한국 공예의 특성은 미감의 문제로만 읽히고, 기술의 문제로는 잘 보이지 않게 된다.
영문 설명이 모두 빈약한 것은 아니지만, 살아남는 것은 일부다
물론 예외도 있다. 통일신라 시기의 ‘나전 대모 국화넝쿨무늬 불자’ 영문 설명은 덩굴 줄기를 만들기 위해 구리선을 놓고, 잎은 자개 조각으로 만들었으며, 붉은색과 노란색 대모 조각을 붙여 꽃무늬를 냈다고 적고 있다. 한국어 설명에 나오는 대모복채법이라는 용어 자체는 옮겨지지 않았지만, 최소한 어떤 재료가 어떤 구조로 결합됐는지는 남아 있다. 같은 박물관의 상설전 영문 해설에서도 조선 후기 나전에 끊음질이 유행했다고 직접 언급한 사례가 확인된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살아남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한국어 설명에서 기법명은 시대 판정의 근거이자 공예사적 분류의 언어로 기능하지만, 영문 설명에서는 종종 제작 과정을 풀어쓴 문장으로 바뀌거나 아예 생략된다. 전문 용어가 번역되지 않는 순간, 독자는 개별 기술을 하나의 계보로 묶어 읽기 어려워진다. ‘끊음질’이 다른 작품에서도 반복되는 양식 언어인지, ‘복채’가 단지 색을 입힌 장식인지, ‘옻칠’이 표면 코팅이 아니라 수차례 축적된 층인지가 흐려진다.
빠지기 쉬운 것은 세 가지다: 옻칠, 세부 기법, 복합 재료
실제로 해외 소개에서 자주 탈락하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옻칠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漆, 아시아를 칠하다’는 옻칠이 옻나무 수액에서 출발한 재료이며, 칠과 건조를 반복하는 데 긴 시간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해외 설명에서 작품이 ‘mother-of-pearl’로만 소개되면, 자개 아래에 축적된 칠의 시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자개는 남고 옻칠은 배경이 된다.
둘째는 자개를 다루는 세부 기법이다. 줄음질, 끊음질, 타발법처럼 형태와 표면을 결정하는 기술은 작품 감상의 주변 정보가 아니라 중심 정보에 가깝다. 같은 꽃무늬라도 얇게 오려 붙였는지, 길게 끊어 이어 붙였는지에 따라 선의 리듬과 면의 표정이 달라진다. 하지만 짧은 상품 설명이나 해외용 요약문에서는 이런 차이가 문양 이름 하나로 덮이기 쉽다.
셋째는 복합 재료의 결합이다. 고려 나전은 자개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립중앙박물관 자료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대모, 금속선, 골회 옻칠 같은 요소가 함께 쓰였고, 이 결합이 곧 작품의 질감을 만든다. 해외 독자가 ‘mother-of-pearl lacquerware’라는 표현만 접하면, 자개 이외의 재료가 수행한 역할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해외 소개의 번역 문제라기보다, 분류 방식의 문제
이런 누락은 단순히 번역의 성실성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영문 페이지는 검색과 식별을 위해 물건의 종류, 재질, 시대, 용도, 대표 문양을 우선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제작 공정은 가장 먼저 줄일 수 있는 정보가 된다. 특히 상품 설명이나 전시용 짧은 캡션에서는 낯선 기술어를 길게 해설하기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재질명과 형태명으로 압축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문제는 그 압축이 한국 공예의 핵심을 비껴갈 때다. 나전칠기의 가치가 단지 반짝이는 자개 표면에 있는 것처럼 보이면, 이 공예가 왜 오랜 시간의 칠과 건조, 절단과 부착, 선각과 연마를 거쳐야 했는지가 사라진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아시아 칠공예를 설명하며 한국은 나전칠기, 중국은 조칠기, 일본은 마키에칠기가 대표 장르라고 구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각 지역 공예의 차이는 무늬 취향만이 아니라 제작 방식의 차이에서 드러난다.
해외에 한국 공예를 소개할 때 필요한 보완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mother-of-pearl box’라는 이름을 버릴 필요는 없지만, 그 다음 한두 문장에 옻칠의 반복, 끊음질이나 줄음질 같은 세부 기술, 대모와 금속선의 결합 여부를 붙여야 작품의 정체성이 살아난다. 한국 공예의 설명에서 빠지기 쉬운 것은 장식의 화려함이 아니라 기술의 문법이다. 그 문법을 함께 옮길 때 비로소 한국 공예는 물건이 아니라 제작의 문화로 읽힌다.
자료: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검색 「나전 칠 연꽃 모란넝쿨 무늬 상자」(발행일 미상);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검색 「나전 대모 국화넝쿨무늬 불자」(발행일 미상);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 해설 「Lacquered Box with Mother-of-Pearl」(발행일 미상); 국립중앙박물관, 보도자료 「국립중앙박물관 고려 나전경함 기증유물 공개」(2014-07-15);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안내 「漆, 아시아를 칠하다」(2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