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는데도 행복할 수 있다…하버드 심리학자의 적응 가설은 무엇을 설명하나
대니얼 길버트의 2004년 TED 명강연에서 시작된 질문…‘심리적 면역체계’ 연구와 2021년 메타분석, 행복한 적응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하거나 오랫동안 준비한 사업에서 실패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가 불행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중요한 기회를 놓친 뒤에는 다른 선택을 했다면 더 행복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자신이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후의 삶 전체를 결정할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인간의 경험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원하던 직장을 얻지 못한 사람이 다른 분야에서 만족스러운 경력을 쌓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한 생활환경에 적응하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가치를 발견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불행하게 느껴졌던 사건이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원하지 않았던 결과에도 어떻게 적응하고 만족을 경험하는 것일까.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Daniel Gilbert)는 2004년 TED 강연 ‘The Surprising Science of Happiness’에서 이 질문을 제기했다. 그는 인간이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만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때로는 기대와 다른 결과를 경험한 뒤에도 심리적 작용을 통해 실제 만족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길버트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면서 ‘합성된 행복(Synthetic Happiness)’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자신이 원했던 외부 조건을 획득해서 느끼는 행복과 달리, 이미 주어진 상황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행복을 의미한다.
그는 인간에게 부정적인 사건의 충격을 완화하는 ‘심리적 면역체계(Psychological Immune System)’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 개념은 흥미로운 질문을 남긴다.
행복이 외부 조건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할까. 반대로 인간에게 적응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실패와 불평등, 질병이 가져오는 고통을 가볍게 평가해도 되는 것일까.
그로부터 2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관련 연구는 발전했다. 일부 실험은 선택 이후 실제 선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러나 다른 연구에서는 심각한 장애와 같은 생활 조건의 변화가 장기간의 행복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과도 나타났다.
길버트의 강연을 오늘날 다시 살펴봐야 하는 이유는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 때문만이 아니다. 인간이 어떤 상황에는 적응하지만 다른 상황에는 충분히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를 구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래의 불행을 실제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길버트의 연구에서 중요한 출발점은 사람들이 미래의 감정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그 결과가 자신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한다. 원하는 직장을 얻으면 오랫동안 기쁠 것이라고 생각하고, 중요한 시험에 떨어지면 상당 기간 불행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러한 예측은 미래를 준비하는 데 필요하다. 그러나 감정의 크기와 지속기간을 예상하는 과정에서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1998년 길버트와 엘리자베스 피넬, 티머시 윌슨 등은 학술지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Immune Neglect: A Source of Durability Bias in Affective Forecasting’이라는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여섯 가지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부정적인 사건을 경험했을 때 감정적 충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분석했다.
연애관계의 종료와 교수 임용 실패, 선거 패배, 부정적인 평가, 취업 거절 등 여러 상황이 연구 대상에 포함됐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사건의 영향을 예상할 때 자신이 이후 어떤 심리적 대응을 하게 될지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불행한 사건을 경험하면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을 다시 해석하거나 새로운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일상의 다른 활동에서 만족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미래의 감정을 예상하는 순간에는 사건 자체에 집중하기 쉽다. 그 사건 이후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지 충분히 상상하지 못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을 심리적 면역체계에 대한 무시, 즉 ‘면역 무시(Immune Neglect)’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가 보여주는 핵심은 인간이 불행한 사건을 겪어도 반드시 곧 행복해진다는 주장이 아니다.
사람들이 부정적인 사건 이후의 감정적 회복 가능성을 실제보다 낮게 예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미래의 불행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실제 불행의 심각성을 낮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연구는 감정 예측의 편향을 설명하는 것이지 모든 고통이 빠르게 사라진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리적 면역체계는 고통을 없애는가, 고통을 해석하는 방식을 바꾸는가
길버트가 제시한 심리적 면역체계는 실제 면역세포처럼 외부의 병원체를 제거하는 생물학적 장치를 의미하지 않는다.
사람이 부정적인 경험을 했을 때 그 경험의 의미를 해석하고 감정적 영향을 완화하는 데 관여할 수 있는 여러 인지적 과정을 비유적으로 설명한 개념이다.
예를 들어 원하던 회사의 채용 과정에서 탈락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탈락 직후에는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큰 실망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회사의 업무 환경이 자신에게 맞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판단하거나 다른 진로를 탐색하게 될 수 있다.
새로운 직장을 구한 뒤에는 이전의 실패를 다른 기회를 찾는 계기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가 처음의 고통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고통은 실제로 경험했지만 이후에 사건을 평가하는 기준과 생활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사람은 실패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이유를 찾는다. 어떤 경우에는 예상하지 못한 장점을 발견하고, 다른 경우에는 목표를 수정하면서 만족을 회복한다.
그러나 모든 재해석이 객관적으로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다.
자신의 선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려는 과정에서 잘못된 결정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할 수도 있다. 명백하게 불리한 상황을 개선할 기회가 있음에도 현재 상태를 지나치게 정당화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심리적 면역체계의 작용을 무조건 바람직한 과정으로 평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불행한 사건 이후에 감정적 균형을 회복하는 능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필요한 변화를 시도하는 능력도 함께 필요하다.
심리적 적응이 현실을 이해하는 과정을 돕는 경우도 있지만, 현실을 바꿔야 할 이유를 충분히 검토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네 그림을 선택한 사람들은 왜 자신이 고른 그림을 더 좋아했을까
길버트는 2004년 TED 강연에서 그림 선택 실험을 활용해 합성된 행복을 설명했다.
그가 소개한 실험에서는 참가자에게 여러 장의 모네 그림을 보여주고 선호도에 따라 순위를 매기도록 했다.
그다음 선호도에서 비슷한 위치에 있는 두 그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이후 다시 그림들의 선호도를 평가했을 때 자신이 선택한 그림을 이전보다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선택하지 않은 그림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심리학에서 선택에 따른 선호 변화 또는 선택 대안의 평가 차이가 확대되는 현상으로 연구돼 왔다.
흥미로운 부분은 선택 이전과 이후에 그림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림의 색채와 구도, 제작자는 변하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어떤 그림이 자신의 것이 됐는지에 관한 선택 경험이었다.
길버트는 이러한 결과를 인간이 이미 선택한 대안을 더욱 만족스럽게 느끼도록 심리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는 근거로 해석했다.
그는 강연에서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기억상실 환자를 대상으로 한 관련 실험도 소개했다.
일부 환자는 자신이 어떤 그림을 선택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는데도 선택한 그림에 대한 선호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길버트는 이를 자신이 선택한 대안을 의식적으로 정당화하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로 제시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
그림에 대한 선호도가 달라졌다는 사실과 실제 삶의 행복이 장기간 증가했다는 사실은 같지 않다.
또한 특정한 실험 방식에서 관찰된 평가 변화가 곧바로 선택 때문에 발생했다고 결론 내릴 수 있는지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이 문제는 이후 심리학 연구에서 중요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2010년 연구는 고전적인 그림 선택 실험에 측정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0년 예일대학교의 키스 첸과 시카고대학교의 제인 라이즌은 선택 이후 선호가 달라진다는 기존 실험에 방법론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How Choice Affects and Reflects Preferences: Revisiting the Free-Choice Paradigm’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의 문제의식은 명확했다.
사람들이 어떤 대안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그 대안을 이미 더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최초의 선호도 조사가 그 미세한 차이를 완벽하게 측정하지 못했다면 선택 이후의 평가 변화가 실제 선호 변화처럼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두 그림을 거의 비슷하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최초 설문에서 두 그림의 순위를 매기는 과정에는 우연한 오차가 포함될 수 있다. 이후 실제 선택에서는 미세하게 더 선호했던 그림을 고를 가능성이 있다.
그다음 다시 평가하면 선택한 그림의 순위가 상승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선택 때문에 선호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존재하던 선호가 더 정확하게 드러났을 수도 있다.
첸과 라이즌은 이러한 문제를 수학적 분석과 실험으로 검토했다.
연구 결과 고전적인 자유선택 실험에서는 실제 선호가 변하지 않아도 선택 전후의 평가 차이가 발생할 수 있었다.
이는 앞선 연구에서 관찰된 모든 선호 변화가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기존 방식만으로 선택이 선호를 바꿨다는 인과관계를 확정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심리학 연구에서 중요한 차이다.
어떤 현상이 관찰됐다는 사실과 그 현상이 특정한 원인 때문에 발생했다는 사실은 별개의 검증을 필요로 한다.
길버트의 강연에 소개된 실험 역시 이러한 후속 방법론 논쟁과 함께 이해해야 한다.
2021년 43개 연구를 다시 분석하자 실제 선호 변화가 확인됐다
선택에 따른 선호 변화 연구는 2010년의 비판으로 끝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기존 실험에서 발견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선택을 하기 전의 선호와 실제 선택 과정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더 엄격하게 구분하려는 시도였다.
2021년 마야 에니스만과 힐라 슈피처, 탈리 클레이만은 학술지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관련 메타분석을 발표했다.
논문 제목은 ‘Choice Changes Preferences, Not Merely Reflects Them’이었다.
연구진은 기존의 측정상 오류를 통제한 자유선택 실험 43개를 종합했다. 전체 참가자는 2191명이었다.
분석 결과 선택에 따른 선호 변화의 평균 효과크기는 코언의 d값 0.40으로 나타났다. 95% 신뢰구간은 0.32에서 0.49였다.
연구진은 서로 다른 통계분석 방법을 적용했으며, 출판 편향이 결과를 설명한다는 근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이 결과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2010년 연구는 기존의 실험 방식이 실제 선호 변화가 없어도 변화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후 그 문제를 통제한 연구들을 종합하자 선택 자체가 선호를 변화시키는 효과가 다시 관찰된 것이다.
따라서 선택 이후 자신이 고른 대안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현상을 단순한 착각이나 측정 오류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만 효과크기 0.40은 행복이 40% 증가했다는 뜻이 아니다.
연구에서 측정한 선호 변화의 크기를 표준화한 통계적 지표이며, 장기적인 삶의 만족도를 직접 측정한 수치도 아니다.
선택이 평가와 선호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확인됐지만 그러한 변화가 모든 상황에서 나타나는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개인의 삶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길버트가 제시한 합성된 행복이라는 문제의식과 관련된 현상 가운데 일부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선택 이후의 선호 변화와 심리적 적응 전체를 동일한 개념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선택을 바꿀 수 있는 자유가 오히려 만족을 낮출 수도 있다
길버트의 강연에서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선택을 변경할 수 있는 자유에 관한 연구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편을 선호한다.
상품을 구매한 뒤 환불할 수 있고, 계약을 체결한 뒤 일정 기간 철회할 수 있다면 잘못된 선택을 할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선택을 변경할 수 있는 권리는 소비자 보호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길버트와 제인 에버트는 2002년 발표한 연구에서 선택을 변경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어떤 경우에는 선택 이후의 만족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사진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촬영한 사진 가운데 보관할 작품을 선택하도록 했다.
일부 참가자는 최종 선택을 변경할 수 있었고, 다른 참가자는 선택을 확정해야 했다.
연구에서는 선택을 바꿀 수 있는 참가자들이 변경할 수 없는 참가자들보다 자신이 선택한 사진에 대한 만족이 낮게 나타났다.
흥미로운 사실은 참가자들이 일반적으로 선택을 변경할 기회가 있는 편을 선호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결정을 수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일부 상황에서는 그 가능성이 오히려 선택한 결과를 충분히 받아들이는 과정을 방해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이해할 만한 측면이 있다.
이미 선택을 확정했다면 다른 가능성을 계속 비교할 필요가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선택을 바꿀 수 있다면 현재의 선택과 다른 대안을 반복적으로 비교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선택을 변경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실험에서 측정한 것은 특정한 사진 선택 상황의 만족이다. 소비자의 환불권이나 중요한 계약의 철회권처럼 경제적·법적 결과가 발생하는 상황과 동일하지 않다.
실제 소비에서는 잘못된 선택을 변경할 수 있는 권리가 경제적 손실을 줄이고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다.
따라서 선택을 변경할 수 있는 자유가 심리적 만족을 낮추는 상황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구분해야 한다.
강연에서 가장 유명했던 복권 당첨자와 장애인 비교는 정정됐다
길버트의 2004년 TED 강연은 복권 당첨자와 사고로 하반신 마비를 경험한 사람들의 행복을 비교한 연구를 소개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는 강연 당시 복권에 당첨된 사람과 하반신 마비를 경험한 사람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비슷한 행복을 느낀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이 설명에는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TED 공식 강연 자료에는 길버트가 당시 연구 결과를 잘못 전달했다고 인정한 정정 내용이 실려 있다.
관련 원연구는 필립 브릭먼과 댄 코츠, 로니 자노프불먼이 1978년 발표한 ‘Lottery Winners and Accident Victims: Is Happiness Relative?’다.
이 연구에는 주요 복권 당첨자 22명과 비교집단 22명, 사고로 마비를 경험한 사람 29명이 포함됐다.
길버트가 TED 공식 자료에서 정정한 내용을 보면 복권 당첨자의 삶의 만족도 평균은 4.00이었고, 일반 비교집단은 3.82였다. 반면 마비를 경험한 집단은 2.96으로 더 낮았다.
세 집단의 평균이 같았던 것은 아니다.
이 차이는 길버트의 가설을 평가할 때 중요하다.
인간이 예상보다 심리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과 심각한 장애가 장기간의 생활 만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은 완전히 다르다.
또한 이 연구는 표본이 작고 특정한 시점의 참가자들을 비교했다는 한계가 있다. 모든 복권 당첨자와 장애인의 장기적인 행복을 대표하는 결과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연구가 제시한 문제의식은 의미가 있다.
복권 당첨이라는 긍정적인 사건이 예상하는 것만큼 지속적인 행복을 보장하지 않을 수 있고, 부정적인 사건을 경험한 사람도 일정한 수준의 만족을 회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살펴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확한 자료를 무시한 채 두 집단이 결국 똑같이 행복해진다는 설명을 반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강연의 메시지가 설득력 있다고 해서 잘못된 통계까지 사실로 인정할 이유는 없다.
장애 이후의 행복을 장기간 추적한 연구는 다른 결과를 보여줬다
심리적 적응의 한계를 이해하려면 특정 시점의 행복을 비교하는 연구뿐 아니라 같은 사람이 오랜 시간 어떤 변화를 경험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2007년 미시간주립대학교의 리처드 루커스는 장기간의 장애가 주관적 안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는 독일과 영국의 전국 단위 종단조사 자료를 활용했다.
전체 분석에는 각각 3만9987명과 2만7406명이 포함된 두 자료가 사용됐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장애를 경험한 참가자들의 생활 만족도가 장애 발생 전후에 어떻게 달라졌는지 추적했다.
첫 번째 연구에서는 장애를 경험한 679명의 자료를 평균적으로 장애 발생 전 약 7.18년과 발생 후 약 7.39년에 걸쳐 분석했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272명을 대상으로 발생 전 약 3.48년과 발생 후 약 5.31년의 자료를 살펴봤다.
결과는 단순한 완전 적응 가설과 달랐다.
장기간의 장애는 생활 만족도를 중간에서 큰 수준으로 낮추는 변화와 관련됐다. 이후 시간이 지나도 이전의 수준으로 충분히 회복되지 않는 경향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장애 발생 이후 행복의 변화가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원래 수준으로 돌아오는 과정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물론 이 결과 역시 모든 장애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의 종류와 정도, 통증과 건강 상태, 경제적 지원과 사회적 관계에 따라 개인의 경험은 달라질 수 있다. 자신의 삶에서 높은 만족을 경험하는 장애인도 존재한다.
그러나 집단 수준에서는 장기간의 장애가 생활 만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 연구는 심리적 적응이 인간에게 중요한 능력이라는 사실과 그 능력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함께 보여준다.
심리적 면역체계는 불행한 사건의 모든 영향을 제거하는 장치가 아니다.
생활환경을 실제로 변화시키는 조건은 장기간의 행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그러한 문제는 심리적 적응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행복을 회복할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사회적 책임을 줄일 수는 없다
심리적 적응 연구는 개인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사회정책에 적용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 불리한 환경에 적응해 일정한 만족을 경험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사실만으로 해당 환경이 바람직하다거나 개선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사람이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능력과 그 상황이 객관적으로 얼마나 안전하고 공정한지는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제한된 생활환경에 적응해 만족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적응이 빈곤을 해결할 필요성을 없애는 것은 아니다.
장애를 경험한 사람이 자신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재해석하며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료와 이동, 교육과 노동에 필요한 지원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적응의 가능성과 실제 생활 조건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
개인의 심리적 회복을 돕는 서비스와 경제적·사회적 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은 서로 대체하는 관계가 아니다.
이러한 구분은 정신건강과 상담,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중요하다.
심리적 회복을 지원하는 접근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고통을 경험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의무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장기간의 실업과 질병, 폭력 등 심각한 생활상의 문제를 겪는 사람에게 충분한 근거 없이 적응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실제 문제를 과소평가할 위험이 있다.
길버트의 연구를 사회적으로 활용하려면 인간의 회복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회복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인 조건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실패한 선택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모든 실패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던 사람이 다른 학교에서 중요한 경험을 얻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처음 선택했던 직업을 떠난 뒤 새로운 분야에서 만족스러운 경력을 쌓을 수도 있다.
이러한 경험은 삶이 하나의 선택으로 완전히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사실과 실패 자체가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은 다르다.
어떤 실패는 새로운 경험으로 연결되지만 다른 실패는 경제적 손실과 건강상의 문제, 장기간의 기회 상실을 남길 수 있다.
따라서 실패의 의미를 평가할 때는 개인이 이후 어떤 선택을 했는지, 어떤 자원과 지원을 활용할 수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심리적 적응이 가능하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실패를 긍정적으로 해석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이후에도 다른 경로를 탐색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뿐 아니라 실제로 어떤 기회가 남아 있는지도 중요하다.
길버트의 연구는 인간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 이후에도 만족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러한 가능성이 현실화되려면 개인의 심리적 대응뿐 아니라 교육과 고용, 사회적 지원 등 여러 조건이 함께 작용할 수 있다.
선택의 자유와 선택을 받아들이는 능력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가
길버트의 강연을 현재의 소비와 생활환경에 적용하면 또 다른 질문이 나타난다.
사람들은 가능한 한 많은 대안을 확보하고 자신의 결정을 수정할 수 있는 상태를 선호한다. 그러나 일부 연구에서는 선택을 확정한 이후 현재의 결과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선택의 자유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일까.
그렇지 않다.
선택을 변경할 권리는 소비자와 시민의 중요한 자유에 속한다. 잘못된 계약과 불리한 조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개인의 경제적 안전과 자기결정권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심리적 만족에 관한 실험 결과를 근거로 선택권을 축소하는 정책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선택권을 유지하는 일과 선택을 완료한 뒤 끝없는 비교를 중단하는 일은 구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충분한 정보를 검토해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을 구매했다면 더 좋은 상품이 존재할 가능성을 계속 탐색하는 행동이 반드시 만족을 높여주지는 않을 수 있다.
반대로 건강과 안전, 큰 경제적 손실이 관련된 결정에서는 변경 가능성과 추가적인 검토가 중요하다.
결정의 중요도와 되돌릴 수 있는 정도에 따라 판단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심리적 적응 연구가 제공하는 실질적인 교훈은 선택의 자유를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선택을 개선할 필요가 있는 상황과 이미 충분히 좋은 결정을 내렸지만 다른 가능성을 계속 비교하는 상황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분은 개인의 판단을 돕는 동시에 불필요한 후회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행복은 외부에서 얻는 결과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길버트가 2004년 TED 강연에서 제기한 질문은 인간의 행복이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라는 문제였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었을 때 행복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구는 이미 주어진 상황을 재해석하거나 자신의 선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도 실제 평가와 선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합성된 행복은 단순히 현실을 외면하거나 스스로를 속이는 행위와 같지 않다.
사람의 감정과 선호는 외부 사건에 대한 고정된 반응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경험을 해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도 변화할 수 있다.
2010년의 방법론 비판과 2021년의 메타분석을 함께 살펴보면 이 사실은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기존의 실험 방식에는 측정상의 문제가 있었지만 이를 통제한 연구들에서도 선택 이후 선호 변화가 관찰됐다.
이는 인간이 경험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경험의 의미를 다시 구성할 수 있는 존재라는 설명과 연결된다.
그러나 이 가능성을 과도하게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2007년의 장기 장애 연구는 일부 생활 조건의 변화가 장기간의 만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따라서 심리적 적응의 존재와 적응의 한계를 함께 인정해야 한다.
원하지 않은 결과를 받아들이고 만족을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은 중요한 인간의 능력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속도로 회복하는 것은 아니며, 모든 고통이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삶도 행복할 수 있는 이유
대니얼 길버트의 2004년 강연은 행복을 외부의 성취와 소유에만 연결해 생각하는 태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인간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심리적 적응을 통해 실제 만족을 경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설명은 1998년의 심리적 면역체계 연구와 2002년의 선택 변경 실험, 이후 축적된 선택에 따른 선호 변화 연구를 통해 부분적으로 뒷받침된다.
그러나 모든 연구 결과가 강연의 표현만큼 단순한 것은 아니다.
2010년에는 고전적인 선택 실험의 측정 오류가 지적됐다. 이후 2021년 메타분석에서 실제 선호 변화가 다시 확인됐지만 그 결과가 인간의 모든 행복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길버트가 강연에서 소개한 복권 당첨자와 하반신 마비 경험자의 행복 비교에는 정정이 필요했다. 관련 종단연구에서는 장기간의 장애가 생활 만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도 제시됐다.
이러한 연구를 종합하면 중요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행복은 원하는 외부 조건을 얻었는지에 따라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사람은 경험을 해석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면서 만족을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외부 조건이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건강과 경제적 안정, 사회적 관계, 자유와 안전은 실제 삶의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 심리적 적응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이러한 조건의 가치를 낮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행복에 관한 두 가지 태도를 구분해야 한다.
하나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다. 다른 하나는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자신의 삶이 모두 실패했다고 판단하지 않는 태도다.
두 태도는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사람은 중요한 목표를 위해 노력할 수 있으며 동시에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때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다만 실패 이후의 적응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실패의 고통을 경험하는 사람에게 빠른 회복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어떤 사람은 비교적 빠르게 새로운 목표를 찾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더 많은 시간과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결국 심리적 적응 연구의 가치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단순한 낙관론에 있지 않다.
인간이 자신의 미래 감정을 얼마나 부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지, 이미 발생한 사건을 어떻게 다시 평가하는지, 그러한 과정이 어느 상황에서 효과를 발휘하고 어디에서 한계를 드러내는지 설명하는 데 있다.
우리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미래의 행복까지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삶은 단 하나의 결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예상하지 못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목표가 만들어질 수 있고,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도 변화할 수 있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상황이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의미를 갖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그 과정이 반드시 쉽거나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조언보다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고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일 수 있다.
길버트의 연구가 던진 질문을 오늘날 다시 살펴보면 행복에 관한 우리의 판단도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원하는 것을 얼마나 많이 얻었는가라는 질문만이 아니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에도 자신이 경험하는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며,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함께 필요하다.
행복은 외부의 조건과 인간의 해석이 만나 형성되는 경험이다.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해서 반드시 모든 행복의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에서는 심리적 적응뿐 아니라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실제 조건도 중요하다.
그것이 ‘합성된 행복’이라는 개념을 단순한 위로의 말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자료: Daniel Gilbert, ‘The Surprising Science of Happiness’, TED2004(2004, 강연 및 공식 정정 설명); Gilbert, D. T. et al., ‘Immune Neglect: A Source of Durability Bias in Affective Forecast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1998); Gilbert, D. T. and Ebert, J. E. J., ‘Decisions and Revisions: The Affective Forecasting of Changeable Outcom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2002); Brickman, P., Coates, D. and Janoff-Bulman, R., ‘Lottery Winners and Accident Victims: Is Happiness Relativ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1978); Chen, M. K. and Risen, J. L., ‘How Choice Affects and Reflects Preferences: Revisiting the Free-Choice Paradigm’,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2010); Enisman, M., Shpitzer, H. and Kleiman, T., ‘Choice Changes Preferences, Not Merely Reflects Them: A Meta-Analysis of the Artifact-Free Free-Choice Paradigm’,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2021); Lucas, R. E., ‘Long-Term Disability Is Associated with Lasting Changes in Subjective Well-Being: Evidence from Two Nationally Representative Longitudinal Studi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2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