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300만명 앞둔 여수 섬박람회…주민의 일상도 시험대 오른다
오는 9월 5일 개막하는 2026여수세계섬박람회는 여수 돌산 진모지구만을 무대로 삼지 않는다. 개도와 금오도, 여수세계박람회장까지 부행사장으로 연결해 실제 섬의 생활공간을 박람회 안으로 끌어들인다. 조직위원회가 내건 관람객 목표는 300만명, 행사 기간은 11월 4일까지 61일이다. 총사업비 703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제행사다.
관광객에게는 두 달 동안 열리는 특별한 여행이지만 섬 주민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다. 관광객이 찾는 부두와 골목, 식당, 민박, 산책길은 행사장이면서 동시에 주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생활공간이기 때문이다. 실제 개도에서는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장터와 캠핑, 예술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금오도에서는 비렁길과 숙박·미식 프로그램, 스탬프투어 등이 이어진다.
대형 문화·관광행사의 성공은 흔히 관람객 수와 입장권 판매액, 숙박률, 소비지출 같은 숫자로 평가된다. 그러나 실제 섬을 행사장으로 삼는 박람회라면 한 가지 질문을 더 해야 한다. 행사 기간 주민의 일상은 얼마나 달라지고, 늘어난 관광객이 섬 안에서 만들어낸 수익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관광지는 따로 없고 주민의 생활공간이 곧 행사장
여수세계섬박람회가 다른 대형 박람회와 다른 점 가운데 하나는 실제 사람이 살아가는 섬이 공식 부행사장이라는 점이다.
개도에서는 섬섬캠핑장과 해양레저 체험, 예술전시 등이 진행되고, 금오도에서는 비렁길과 역사전시, 힐링 프로그램, 섬을 품은 도서관 등이 운영된다. 행사장 울타리 안에 모든 시설을 모아놓는 방식이 아니라 관광객이 직접 섬 안으로 들어가 숙박하고 먹고 걷도록 설계된 구조다.
이 방식은 관광객 소비를 지역 안에 남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행사장에서 전시만 보고 돌아가는 대신 섬에서 하루를 보내면 여객선과 민박, 음식점, 특산품 판매까지 소비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직위는 금오도와 개도 등에서 숙박과 식사를 묶은 ‘섬 1박 3식’을 운영하고 있다. 금오도의 경우 민박이나 모텔과 지역 식당을 연계하고, 일부 상품에는 비렁길 투어나 막걸리 빚기 같은 체험도 붙는다.
행사장 안의 매출이 아니라 섬 주민의 가게와 숙박업소로 관광객을 보내겠다는 구조다.
반값 배편까지…관광객을 섬 안으로 끌어들인다
관람객이 실제 섬까지 이동하도록 만들기 위한 지원책도 마련됐다.
여수시는 박람회 기간 개도와 금오도를 찾는 타지역 방문객에게 여객선 운임의 절반을 지원할 계획이며, 일부 항로에는 야간운항도 추가 지원한다. 여수시의 올해 계획에서는 섬 주민과 시민의 여객선 이용객을 지난해 60만명에서 올해 66만명으로 늘리는 목표도 제시했다.
관광객이 섬 숙박과 음식, 체험 등에 일정 금액 이상을 사용하면 일부 비용을 지역화폐로 돌려주는 인센티브도 추진된다. 조직위는 박람회 관람객의 소비가 여수 시내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 섬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체류형 관광’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정책이 계획대로 작동한다면 섬 주민 입장에서는 새로운 고객이 생기는 셈이다. 비수기에는 손님이 많지 않았던 민박이나 음식점, 특산품 판매점에도 수요가 늘 수 있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체험사업을 시작할 기회도 생긴다.
문제는 관광객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주민 소득 증가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관광객이 어디에서 숙박하고 어디에서 식사하며, 운영 프로그램의 수익이 실제 지역사업자에게 얼마나 돌아가는지까지 확인해야 지역경제 효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주민 장터가 중요한 이유
개도에서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섬 주민 장터가 마련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형 축제가 열리면 외부 업체가 음식과 기념품 판매를 맡고, 정작 지역 주민은 교통 혼잡과 쓰레기 같은 부담만 떠안는다는 비판이 반복되곤 한다. 관광객 수가 많아도 소비가 행사 운영업체나 외부 사업자에게 집중되면 지역 주민이 체감하는 경제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여수세계섬박람회 조직위는 개도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장터와 지역 작가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고 밝히고 있다.
중요한 것은 행사 종료 뒤다.
박람회를 위해 잠시 주민이 판매자로 참여하는 것과, 행사에서 만들어진 상품이나 체험 프로그램이 박람회 이후에도 지역의 관광상품으로 살아남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61일 동안 관광객을 많이 받았다는 성과보다 이후에도 주민이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사업이 몇 개나 남았는지가 섬 관광의 지속성을 보여주는 기준이 될 수 있다.
관광객이 늘면 이동의 불편도 함께 커질 수 있다
대규모 인파를 맞기 위한 교통대책은 이미 시행 단계에 들어갔다.
여수시는 8월 24일부터 11월 4일까지 주행사장 주변 강남해안로 1.8㎞를 행사장 방향 일방통행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돌산 지역 일부 시내버스 노선도 우회한다. 행사 기간에는 주중 30대, 주말 45대의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혼잡이 심한 시기에는 최대 60대, 필요하면 예비차량 100대까지 투입할 계획이다.
개도와 금오도에도 섬 안을 이동하는 셔틀 노선이 마련된다. 개도에서는 화산항을 중심으로 섬어촌문화센터와 신흥·모전·호령을 연결하고, 금오도에서는 여천항에서 두포·직포·심포·안도 등을 잇는 방식이다.
관람객에게는 편의를 높이는 대책이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평소의 이동체계가 두 달 동안 달라지는 일이기도 하다.
배편과 버스가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인기 시간대에 관광객이 몰리면 주민이 평소 이용하던 교통수단이 혼잡해질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박람회를 계기로 확충된 교통편이 행사 이후에도 일부 유지된다면 섬 주민에게는 실질적인 생활환경 개선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관광객 수송에 성공했는가’뿐 아니라 그 과정이 주민 이동권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까지 보는 것이다.
관광객에게 좋은 섬과 살기 좋은 섬은 같을까
섬 관광에서는 오래된 딜레마가 있다.
관광객은 자연이 잘 보존되고 상업화되지 않은 섬을 좋아하지만, 주민에게는 병원과 교통, 상점, 통신과 같은 생활 인프라가 필요하다. 관광객이 원하는 ‘한적한 섬’이 주민에게는 불편한 생활환경일 수도 있다.
여수시는 올해 섬 정주여건 개선 목표로 여객선 이용 확대뿐 아니라 섬 지역 특성화사업 확대, 소규모 항·포구 정비, 어촌뉴딜 사업 등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섬박람회가 의미를 가지려면 이런 생활 문제와 관광정책이 따로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관광객을 위해 배편을 늘렸다면 주민도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박람회를 위해 정비한 공간이 이후 주민시설로 활용되는지, 관광객이 늘면서 발생하는 쓰레기와 시설 관리비를 누가 부담하는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
관광을 통해 섬을 살리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섬을 관광객이 소비하는 공간으로만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703억원 행사의 성적표가 관람객 수만이어서는 안 된다
조직위는 30개국 참여와 관람객 3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행사장에는 8개 전시관이 마련되고 공연과 국제행사, 야간 관광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여수시는 시설 준비와 교통·안전 대책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300만명이라는 숫자는 행사 규모를 보여주는 가장 간단한 지표다. 목표를 달성하면 흥행 성공이라는 평가도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섬박람회의 취지가 섬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성적표도 조금 달라야 한다.
관광객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뿐 아니라 그들이 섬 안에서 얼마나 머물렀는지, 지역 주민에게 실제 얼마의 소득이 돌아갔는지, 박람회 때문에 생긴 프로그램과 교통 인프라 가운데 무엇이 행사 뒤에도 남았는지를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주민의 삶이 행사 기간 더 불편해지지는 않았는지도 살펴야 한다.
박람회는 61일 뒤 끝난다. 그러나 개도와 금오도 주민에게 섬은 행사가 끝난 뒤에도 계속 살아가야 할 집이다.
여수세계섬박람회의 진짜 성과는 300만명의 관광객을 섬으로 불러들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관광객이 떠난 뒤에도 주민에게 더 나은 교통과 새로운 소득원, 지속 가능한 관광 기반이 남는다면 박람회는 지역의 자산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방문객 숫자만 남고 생활의 부담과 시설 관리비만 주민에게 돌아간다면 성공이라는 평가도 다시 따져봐야 한다.
대형 문화행사가 지역에 들어올 때 가장 중요한 사람은 행사를 보러 오는 사람만이 아니다.
그 행사가 끝난 뒤에도 그곳에서 살아갈 사람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