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미술관 밖으로 나온 조각 123점…공원에 놓이면 작품도 달라진다

조각 작품은 미술관 안에 있을 때와 공원 한가운데 놓였을 때 같은 방식으로 보이지 않는다. 전시장에서는 조명과 벽, 작품 사이의 거리, 관람 동선이 대부분 계획돼 있다. 그러나 야외에서는 햇빛의 방향과 나무 그림자, 지나가는 사람과 자전거, 비와 바람까지 작품을 둘러싼 환경이 된다.

서울 곳곳에서 이런 차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대규모 야외조각전이 열리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8월 29일부터 9월 4일까지 열린송현녹지광장과 뚝섬한강공원을 중심으로 제3회 서울조각페스티벌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제3회 서울조각상 입선작과 초청작 등을 포함해 모두 123점의 조각이 선보이며, 주요 축제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야외전시는 11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서울숲과 서울어린이대공원, 풍납토성 일대에도 연계 전시가 마련돼 도시 곳곳에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조각은 본래 공간과 관계가 깊은 예술이다. 회화처럼 벽에 걸린 정면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앞과 뒤, 옆을 돌아보며 형태를 확인한다. 작품을 둘러싼 공간까지 감상의 일부가 되기 쉽다.

그런 조각이 미술관을 벗어나 공원과 광장에 놓이면 작품을 보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전시장에서는 작품을 보지만 공원에서는 풍경과 함께 본다


미술관 안에서는 작품이 중심이다.

흰 벽과 조명, 작품 사이의 거리는 관람객이 다른 요소에 방해받지 않고 작품에 집중하도록 설계된다. 어떤 방향에서 먼저 작품을 볼지도 전시 동선에 따라 어느 정도 결정된다.

야외에서는 통제가 어렵다.

열린송현녹지광장의 조각은 뒤편 건물과 하늘, 잔디가 한 화면 안에 함께 들어온다. 뚝섬한강공원에서는 한강과 자전거도로, 산책하는 시민이 작품 주변을 끊임없이 움직인다.

같은 작품이라도 오전과 오후의 인상이 다르고, 흐린 날과 맑은 날의 색이 달라진다. 계절이 바뀌면 주변 나무와 잔디의 색도 변한다.

올해 서울조각페스티벌이 야외전시를 11월 30일까지 이어가는 만큼, 늦여름에 본 작품과 가을 끝자락에 다시 본 작품은 다른 풍경 안에 놓이게 된다.

작가가 만든 것은 변하지 않아도 작품을 둘러싼 환경은 계속 바뀌는 것이다.


작품을 보러 오지 않은 사람도 관람객이 된다


야외전시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관람객을 미리 선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술관에 들어가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전시를 볼 의사가 있다. 입장권을 사거나 전시 일정을 확인하고 공간을 찾는다.

공원의 조각은 다르다.

산책하러 나온 사람, 운동하는 사람, 아이와 놀러 온 가족도 작품과 우연히 마주친다. 전시를 보러 왔다는 자각이 없는 사람까지 관람객이 될 수 있다.

서울시도 이번 축제의 방향을 미술관과 갤러리를 넘어 공원과 광장 같은 일상 공간에서 조각을 만나게 하는 데 두고 있다. 열린송현녹지광장과 뚝섬한강공원의 전시는 상시 관람할 수 있고 별도의 관람료도 없다.

미술관의 높은 문턱이 실제 입장료 때문만은 아니다.

현대미술을 잘 몰라도 되는지, 작품 설명을 이해할 수 있을지, 혼자 가도 괜찮을지 고민하다 전시장 방문을 미루는 사람도 있다.

공원에 놓인 작품은 그런 심리적 문턱을 낮춘다. 작품을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고, 몇 초 동안 바라보다 지나가도 된다.

그 짧은 만남 역시 하나의 관람이 될 수 있다.


조각은 왜 야외에서 특히 강할까


회화나 종이 작품을 야외에 장기간 전시하는 것은 쉽지 않다. 햇빛과 습도, 비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반면 조각은 상대적으로 야외 공간과 접점을 만들기 좋은 장르다. 돌과 금속, 합성수지처럼 다양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고 규모가 큰 작품은 넓은 공간에서도 존재감을 유지한다.

이번 축제에서도 자연·도시·인간의 관계를 다룬 작품과 체험형 조각 등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서울시는 단순히 조각을 배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야간관람과 공연, 체험 프로그램까지 결합해 낮과 밤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야간이 되면 또 다른 변화가 생긴다.

낮에는 자연광 속에 놓였던 작품이 인공조명을 받으면서 표면과 그림자가 달라지고, 공원의 분위기 역시 바뀐다.

미술관에서도 조명을 조절할 수 있지만 야외에서는 해가 지는 시간 자체가 하나의 전환점이 된다.


가까워진 만큼 훼손과 안전 문제도 따라온다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술관에서는 작품 앞에 일정한 간격을 두거나 경계선을 설치하고, 필요한 경우 보안요원이 접근을 통제한다.

공원에서는 작품 주변을 뛰어다니는 아이가 있을 수 있고, 시민이 작품을 의자처럼 사용하거나 손으로 만질 수도 있다. 반려동물이나 자전거가 작품과 가까워지는 상황도 생긴다.

비와 바람, 미세먼지, 강한 자외선 역시 작품 표면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야외조각전에서는 작품을 고르는 단계부터 재료의 내구성과 설치 안정성, 날씨 변화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서울조각페스티벌처럼 수개월 동안 작품을 노출하는 경우 전시를 여는 것만큼 유지·관리도 중요하다.

공공장소에 예술을 놓는다는 것은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게 만든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작품이 통제되지 않는 환경에 들어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질 수 있는 작품과 만지면 안 되는 작품 사이


야외전시는 관객의 행동에도 혼란을 줄 수 있다.

공원에 있는 공공시설물은 대부분 직접 만지고 사용할 수 있다. 벤치에 앉고 조형물 근처에서 사진을 찍는 것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예술작품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작가가 직접 접촉을 의도한 체험형 작품도 있지만 감상만 해야 하는 작품도 있다.

이번 서울조각페스티벌 역시 조각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 작품마다 관람 방식이 다를 수 있다.

이 차이를 명확하게 안내하는 것도 야외전시에서는 중요한 문제다.

미술관에서는 ‘작품에 손대지 마십시오’라는 규칙이 익숙하지만 공원에서는 시민이 작품과 시설물의 차이를 바로 알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을 일상 가까이 가져오는 것과 작품을 보호하는 것 사이에서 새로운 관람 규칙이 필요한 셈이다.


공공미술과 야외전시는 닮았지만 같지는 않다


공원에 작품이 놓였다고 모두 공공미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공공미술은 특정 장소에 장기간 설치돼 도시환경의 일부가 되는 경우가 많다. 건축물 앞 조형물이나 광장에 설치된 상설 조각처럼 시민이 수년 또는 수십 년 동안 반복해서 보는 작품도 있다.

반면 서울조각페스티벌의 작품 상당수는 일정 기간 전시된 뒤 철거된다.

이 차이는 관람 경험에도 영향을 준다.

상설작품은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 풍경의 일부가 되지만 임시전시는 ‘지금 아니면 볼 수 없다’는 긴장감을 만든다.

동시에 임시 야외전시는 도시가 다양한 작품을 시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어떤 작품이 특정 장소와 잘 어울리는지, 시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조각도시서울’ 사업을 통해 서울숲과 어린이대공원 등 여러 공간에서 조각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서울조각페스티벌 역시 이런 야외 전시망을 연결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미술관을 찾지 않는 사람에게 예술을 보여주는 방법


문화정책에서는 시민이 얼마나 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접근성을 높인다는 말이 반드시 미술관 숫자를 늘리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이미 이용하고 있는 공원과 광장에 작품을 가져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서울조각페스티벌이 열린송현녹지광장과 뚝섬한강공원뿐 아니라 서울숲과 서울어린이대공원, 풍납토성 일대까지 전시공간을 확대한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관람객은 미술을 보기 위해 자신의 일상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된다.

산책하던 길에서 작품을 만나고, 한강에 갔다가 조각을 보고, 아이와 공원을 찾았다가 현대미술을 접한다.

예술이 일상 속으로 들어온다는 말이 가장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방식 가운데 하나다.


공원에 놓이는 순간 작품에는 도시가 들어온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는 경험과 공원에서 보는 경험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좋은지는 정답이 없다.

미술관에서는 작품에 집중할 수 있고, 해설과 전시구성을 통해 작가의 의도를 깊게 이해할 수 있다.

공원에서는 집중하기 어려운 대신 작품이 실제 도시의 삶과 섞인다.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사람들이 도시락을 먹고, 자전거가 지나가고, 바람이 나뭇잎을 움직이는 사이에 조각이 서 있다.

작품이 도시생활과 분리되지 않는 것이다.

이번 서울조각페스티벌에서 중요한 것은 123점이라는 숫자만이 아니다.

미술관 안에서라면 작품을 보러 온 사람만 만났을 조각들이 몇 달 동안 시민의 산책길과 출퇴근길, 휴식공간으로 들어온다는 점이다.

그 순간 작품도 조금 달라진다.

조각은 그대로 있지만 주변의 풍경과 사람, 빛과 날씨가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야외전시에서 관객이 보는 것은 작품 하나만이 아니다.

작품과 도시가 함께 만들어내는 장면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