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세금 더 달라기 전에, 경기도 재정부터 뜯어고쳐라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취임 한 달 만에 ‘재정 비상’을 선언하고 그 원인을 지방세제에서 찾고 있다. 반도체 기업이 경기도에서 막대한 소득을 올려도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의 세입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산업시설을 유치하고 도로와 교통망, 환경 부담을 감당하는 만큼 세원도 뒤따라야 한다는 논리다.
문제 제기 자체를 터무니없다고 할 수는 없다. 반도체 클러스터처럼 수십조 원대 투자가 집중되는 대형 산업단지는 한 개 시·군의 문제가 아니다. 광역교통망과 주택, 환경, 인구 유입에 따른 행정 수요까지 경기도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산업은 광역화됐는데 세금 배분 구조는 행정구역 단위에 묶여 있다면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바로 “반도체 세금을 경기도에 더 달라”는 결론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지방재정의 첫 원칙은 더 걷기 전에 제대로 쓰는 것이다. 재정이 어렵다고 선언한 지방정부라면 신규 사업과 선심성 지출, 산하기관 운영, 중복 사업부터 전면 점검하는 게 순서다. 자신의 씀씀이는 그대로 둔 채 세원 배분부터 바꾸자고 하면 주민과 다른 지방자치단체를 설득하기 어렵다.
특히 경기도는 다른 지방과 상황이 다르다. 수도권 집중의 최대 수혜 지역이면서 동시에 그 비용을 부담하는 지역이다. 인구와 기업이 몰리면서 취득세와 지방소비세 등 세입 기반이 커졌고, 개발과 자산가치 상승의 혜택도 누려왔다. 반대로 교통 혼잡과 환경 부담, 기반시설 확충 비용도 커졌다. 그렇다면 논쟁의 핵심은 ‘경기도가 세금을 더 가져가야 하느냐’가 아니라 수도권 성장의 이익과 비용을 중앙정부·광역단체·기초단체가 어떻게 합리적으로 나눌 것이냐가 돼야 한다.
더구나 반도체 기업의 법인지방소득세 일부를 경기도 몫으로 돌릴 경우 용인·화성·평택·이천 등 해당 기초자치단체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다른 시·도 역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특정 지역의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세금 항목 하나를 떼어 옮기는 식의 처방은 또 다른 갈등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논란을 지방세제 개편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광역 교통·환경·산업 인프라에 드는 비용을 객관적으로 산정하고, 그 부담에 맞춰 세원을 배분하는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특정 기업의 세금을 어느 지자체가 차지하느냐는 ‘세금 쟁탈전’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경기도 역시 할 일이 분명하다. 재정 비상을 선언했다면 세입 부족을 주장하기 전에 지출 구조부터 공개하고,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지킬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 세금을 더 달라는 요구는 그다음이다.
재정 책임은 중앙정부에만 있는 것도, 지방정부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원칙만은 분명하다. 돈이 부족하다고 세금부터 찾는 정부보다, 먼저 자신의 살림을 고치는 정부가 국민을 설득할 자격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