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사회

한강, ‘빛과 실’로 되짚는 생명의 언어…노벨문학상 이후 첫 신작 산문집 출간

2024년 한국 문학사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이, 수상 이후 처음으로 신작 산문집 『빛과 실』(문학과지성사)을 독자 곁에 내놓았다. 2025년 4월 출간된 이번 책은 “살아 있는 한 희망을 상상하는 일”이라는 문장처럼, 고요하지만 단단한 생명과 존재에의 사랑을 담은 열두 편의 산문과 시, 일기와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빛과 실」은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으로, 작가가 문학과 세계, 사랑과 고통에 대해 던져온 질문의 총합이라 할 수 있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왜 이렇게 아름다운가?”라는 양극의 질문 사이에서 수십 년간 글을 써온 한강은, 이번 산문집에서 그 긴장과 투쟁이 결국 ‘사랑’이라는 오래된 감정의 중심으로 수렴되어 왔음을 조용히 고백한다.

이번 산문집은 문학과지성사의 산문 시리즈 〈문지 에크리〉의 아홉 번째 권으로, ‘경계 없는 글쓰기’라는 시리즈의 지향처럼 장르의 구획을 허물며 시, 산문, 사진, 일기라는 다양한 형식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특히 팬데믹 시기 동안 ‘북향 방’과 ‘정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써내려간 일기와 산문은, 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피어나는 생명의 끈질긴 감각을 포착하며 독자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한강은 “글쓰기가 나를 밀고 생명 쪽으로 갔을 뿐이다”라고 썼다. 그의 산문은 투명한 연둣빛이 식물의 잎사귀를 통과할 때처럼, 독자의 마음 깊은 곳에 빛의 결을 남긴다. 오래된 찻잔, 북향 정원의 그림자, 고통과 소리, 아주 작은 눈송이—이 조용한 사물들과 감각들은 작가의 언어를 통해 생명으로, 기억으로, 시로 다시 태어난다.

작가의 유년부터 현재까지 시간의 켜를 따라 배열된 이 산문들은 또한 한강이 어떤 방식으로 쓰는 존재가 되었는지를 조용히 풀어놓는다. “끝끝내 우리를 연결하는 언어”를 찾아가는 여정은, 마침내 이 책을 통해 독자와 하나의 ‘공명’으로 완성된다.

문학평론가들은 『빛과 실』을 “한강 문학의 뿌리와 지향을 가장 내밀하고 투명하게 보여주는 기록”이라고 평가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화려한 외부의 조명을 피해 조용히 써내려간 이 산문집은 문학이 인간의 고통을 어떻게 품을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속에서도 어떻게 연대와 체온을 남길 수 있는가를 증명한다.

지금, ‘빛의 경이와 실처럼 얽힌 삶’을 따라, 한강의 언어는 다시 독자들의 곁으로 조용히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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