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5만명 넘긴 단역배우 사건 청원, 국회로…20년 전 수사 다시 검증대

[사진:KBS2 시사교양프로그램 스모킹건 캡처]

지난달 26일 국회 전자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단역배우 집단 성폭행 사건 청문회 및 특검 요청’ 청원이 5만명 동의를 넘기며 상임위원회 심사 절차에 들어갔다. 이미 종결된 사건이 국회 판단 단계로 넘어오면서 당시 수사와 처리 과정 전반이 다시 검증 대상에 올랐다.

국회에 따르면 해당 청원은 국민동의청원 요건을 충족해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됐다. 상임위는 청문회 개최 여부와 특검 도입 필요성을 검토한 뒤 본회의 상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청원은 단순 재수사 요구를 넘어 사건 처리 과정의 적정성 자체를 문제로 삼고 있다.

사건은 2004년 방송 보조출연 아르바이트 과정에서 시작됐다. 피해자는 당시 기획사 관계자와 보조출연 관리 인력 등 다수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소했지만, 피고소인들은 혐의를 부인했다. 이후 피해자는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고소를 취하했고, 수사는 불기소 처분으로 마무리됐다.

이후 경과는 더 복잡하다. 피해자는 2009년 사망했고, 사건을 함께 겪은 가족 역시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진상 규명을 요구해 왔지만 2014년 제기된 민사소송은 소멸시효 만료로 기각됐다. 형사 사건 역시 추가 수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번 청원은 이 같은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 출발했다. 청원인은 고소 취하 경위와 수사 축소 의혹, 피해자 진술이 가해자 진술로 뒤바뀐 과정 등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권력 개입 여부까지 포함해 사건 전반을 재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원이 빠르게 동의를 얻은 배경에는 최근 방송 프로그램을 통한 재조명이 있다. 사건이 다시 알려지면서 여론이 형성됐고, 단기간에 동의 기준을 충족했다. 유족 측도 청원 성립 이후 “사건을 다시 들여다봐 달라”고 호소하며 국회 대응에 기대를 걸고 있다.

관건은 국회 판단이다. 상임위 심사는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청문회 개최나 특검 도입은 별도의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 특히 특검의 경우 수사 범위와 대상, 기간을 둘러싼 논의가 뒤따른다.

법적 쟁점도 명확하다. 사건은 이미 형사 절차가 종료됐고, 민사상 책임도 시효가 만료된 상태다. 재수사를 위해서는 새로운 증거가 필요하거나 특별법 등 별도의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특검이 도입되더라도 기존 수사와 어떤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지가 핵심이 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유사 사건의 재조사는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다. 사회적 파장이 클 경우 진상조사위원회나 특별법이 추진되기도 했지만, 형사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시효와 증거 확보 문제 때문이다.

이번 사안 역시 같은 조건을 안고 있다. 청문회가 열릴 경우 당시 수사 과정과 공권력 개입 여부가 공개적으로 검증될 수 있지만, 형사 책임까지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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