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소장 한국 미술에서 ‘식민지 수집 이력’을 읽는 법…목록의 빈칸과 일본 경유 기록이 먼저 보인다
해외 박물관의 한국 미술 소장 목록에서 식민지기의 수집 이력을 확인하려면, 작품명이나 시대 구분보다 먼저 봐야 할 항목이 있다. 제작 연대와 재질, 크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언제 어떤 경로로 들여왔는지 적는 취득 기록과 소장 이력, 그리고 처음 어떤 나라 작품으로 분류됐는지를 보여주는 옛 분류 정보다. 실제 공개 목록을 비교해 보면 한국 미술의 해외 유입사는 대체로 작품 설명보다 이 항목들에 더 많이 남아 있고, 반대로 이 정보가 비어 있을수록 식민지기 이동 경로는 흐려진다.
이 점은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한국 미술 수집사에서 먼저 확인된다. 미술관은 1893년 처음 들어온 한국 작품이 다른 아시아 도자기들과 함께 기증됐고, 기증자가 그것을 한국 작품으로 인식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설명한다. 또 일부 분청 작품은 미국에 들어오기 전 일본으로 옮겨져 다도용 찻사발로 중시된 흔적이 있다고 적고 있다. 이 기록은 한 점의 작품이 조선에서 제작된 뒤 일본 시장을 거쳐 서구 컬렉션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그 사이의 소유자와 반출 경위까지는 공개 목록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메트는 20세기 전반 한국 미술 수집 과정도 비교적 분명하게 적고 있다. 초창기 큐레이터들이 한국과 일본을 여행하며 작품을 사들였고, 북미의 아시아 미술상인 야마나카 상회 같은 딜러를 통해서도 작품을 들여왔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또 한 조선시대 칠기 상자는 교토에서 구입됐을 당시 일본 작품으로 여겨졌다고 공개 전시 해설에 적혀 있다. 식민지기의 수집 이력을 찾는 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정보다. 일본을 경유한 거래였는지, 구매지가 어디였는지, 최초 분류가 한국이었는지 일본이나 중국이었는지 같은 항목이 있어야 작품 이동의 역사와 인식의 왜곡을 함께 추적할 수 있다.
영국 빅토리아앤드앨버트박물관은 목록 자체보다 등록부의 성격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 박물관은 1888년 처음 한국 물품이 들어왔고, 1990년대 이전 취득 등록부에는 고유 번호와 당시의 물리적 설명뿐 아니라 구매 가격, 기증자나 판매자의 이름, 이후 내부·외부 전문가의 의견이 남아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박물관은 이런 정보 가운데 일부가 온라인 공개 목록에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고도 설명한다. 다시 말해 현재 웹페이지 한 줄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식민지기 거래의 흔적이 종이 등록부에는 남아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영국박물관의 공개 목록은 어떤 항목이 실제로 공개돼야 하는지 더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한 한국 회화의 목록에는 제작 시기, 재료, 입수 지역과 함께 1991년에 이두영 씨에게서 구입했다는 취득 정보가 들어 있다. 이런 식의 기재는 최소한 마지막 거래 단계를 확인하게 해준다. 하지만 이 역시 직전 소유자까지만 보여줄 뿐, 그 작품이 일제강점기 이전에 어디 있었고 어떤 경로로 국외에 나갔는지까지 설명하지는 않는다. 공개 목록에 이전 소장자, 경매 이력, 반출 시점이 빠져 있으면 식민지기 이동의 핵심 구간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는다.
무엇을 봐야 하나: 다섯 개의 핵심 항목
해외 소장품 목록에서 식민지 수집 이력을 읽으려면 적어도 다섯 항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취득 방식이다. 구입인지 기증인지, 유증인지에 따라 추적해야 할 문서가 달라진다. 둘째는 취득 연도다. 1910년 전후와 1945년 전후는 한국 문화재의 이동 맥락이 크게 다른 시기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판매자와 기증자 이름이다. 특정 일본 상인, 재일 컬렉터, 서구 외교관이나 선교사 이름은 거래망을 복원하는 실마리가 된다. 넷째는 구매지와 직전 소장지다. 서울에서 샀는지, 도쿄나 교토에서 샀는지에 따라 이동 경로 해석이 달라진다. 다섯째는 초기 분류명이다. 처음에는 일본 또는 중국 작품으로 등록됐다가 뒤늦게 한국으로 재분류된 사례는 식민지기와 근대 초기에 한국 미술이 어떤 체계 안에서 보이지 않게 처리됐는지를 보여준다.
목록의 공백도 기록이다
중요한 것은 정보가 적혀 있는 항목만이 아니다. 빠져 있는 항목 자체도 해석의 대상이 된다. 메트와 영국박물관, V&A 사례를 비교하면 제작 정보는 비교적 충실하지만 이동 경로는 종종 마지막 거래 단계에서 멈춘다. 이 경우 연구자는 공개 목록만으로 반출의 적법성이나 강제성, 식민지 통치와의 연관성을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일본 경유 거래, 오인 분류, 불완전한 소장 이력이라는 세 가지 징후가 반복될 때 그 작품은 식민지기 미술 시장과 제국의 지식 체계 속에서 이동했을 가능성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해외 한국 미술의 목록 정비는 단순한 디지털 공개 사업이 아니다. 국가유산청 설명에 따르면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은 2018년 9월 기준 20개국 16만8330여 점으로 파악됐고,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1992년 이후 여러 나라 소장처를 조사해 보고서를 발간해 왔다. 수량 집계만으로는 식민지 수집의 성격을 알 수 없고, 작품별 목록에 취득 경로와 분류 변천, 관련 등록부 대조 정보가 얼마나 붙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뜻이다.
결국 해외 소장 한국 미술의 식민지 수집 이력은 한 줄의 결론으로 확인되기보다, 목록의 세부 항목을 통해 복원된다. 일본에서 구입됐다는 기록, 처음에는 일본이나 중국 미술로 잘못 적혔다는 설명, 온라인에는 없지만 등록부에는 남아 있다는 판매자 정보가 그 출발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해외 기관의 공개 목록을 더 많이 보는 일이 아니라, 그 목록이 무엇을 적고 무엇을 비워 두는지 읽어내는 일에 가깝다.
자료: 메트로폴리탄미술관, Korea: 100 Years of Collecting at the Met(2015); 메트로폴리탄미술관, Box from set of five decorated with cranes and clouds 컬렉션 페이지(확인일 2026-10-23); 빅토리아앤드앨버트박물관, Dealing and dealers: the East Asia collection(확인일 2026-10-23); 빅토리아앤드앨버트박물관, Korea 컬렉션 소개 페이지(확인일 2026-10-23); 영국박물관, painting(옥황상제도 玉皇上帝圖) 컬렉션 페이지(확인일 2026-10-23); 국립문화유산연구원, Korean Collections at the British Museum 소개 페이지(확인일 2026-10-23);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해외소재 우리나라 문화유산은 어디에 얼마나 있나요(확인일 2026-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