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통문양은 모두의 것일까…상품 디자인으로 들어갈 때 갈리는 ‘공공자산’과 ‘독점권’의 경계

전통문양이 상품 디자인에 쓰인다고 해서 그 문양 자체가 곧바로 특정 기업의 권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공개된 전통문양 자료 가운데 일부는 공공저작물로 개방돼 상업적 이용과 2차 가공이 허용된다. 반대로 어떤 사업자가 그 문양을 적용한 제품, 배치, 색채, 브랜드 표시까지 새롭게 구성하면 그 결과물 일부에는 디자인권이나 상표권이 붙을 수 있다. 경계선은 전통문양 그 자체가 아니라, 무엇이 공공에 열려 있고 무엇이 새로 창작된 표현인지에 있다.

이 구분은 실제 제도와 현장에서 함께 확인된다. 문화포털의 전통문양 서비스는 한국문화정보원이 제공하는 문양 자료에 대해 공공누리 제1유형을 붙여 상업적·비상업적 이용과 2차적 저작물 작성을 허용하고 있다. 같은 공공문화자산이라도 국가유산청 디지털 서비스 자료는 유형에 따라 이용 범위가 달라진다. 제1유형은 상업적 이용과 편집이 가능하지만, 제2유형은 상업적 이용이 금지되고, 제3·4유형은 변경금지 조건이 붙는다. 전통문화 자료라고 해서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료마다 붙은 이용 조건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공공에 개방된 문양, 민간 상품으로 이어지는 구조


정부와 공공기관은 전통문양을 아카이브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산업으로 연결하는 사업을 꾸준히 운영해 왔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2021년 공모한 ‘전통문양 산업활용 기반 구축’ 사업은 지원 대상 자체를 ‘전통문양 활용 계획이 있는 사업체’로 잡았고, 문화포털에 구축된 전통문양 기반 콘텐츠를 활용해 시제품 출시와 공간 설치를 완료하도록 했다. 공공이 축적한 문양 데이터를 민간의 상품 개발과 공간 연출로 연결하는 방식이 제도적으로 설계돼 있었던 셈이다.

이 사업은 이후 실제 상품과 공간으로 이어졌다. 2022년에는 서울 종로구 갤러리 오뉴월에서 같은 사업의 팝업 스토어가 열렸고, 하가히의 기성복, 인크로마 JVR의 텀블러, 파운틴 스튜디오의 모빌과 베이스 플레이트 등 전통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들이 소개됐다. 2023년에는 공항철도 인천공항1터미널역 직통열차 승강장에 ‘한국 유람의 향기’를 주제로 한 전통문양 공간 연출이 적용됐고, 수건·접시·섬유제품 등 관련 디자인 제품 전시도 함께 진행됐다. 전통문양의 상업적 활용은 이미 시제품 단계가 아니라 판매와 전시, 공공공간 브랜딩까지 넓어진 상태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모두의 것이고, 어디서부터 독점이 생기나


지식재산 제도는 이 지점을 비교적 분명하게 나눈다. 특허청은 전통문양 자체로서는 창작성이 없어 권리등록을 받을 수 없지만, 전통문양 외에 미적 가치의 창작성이 있거나 문양을 특색 있게 디자인하면 권리등록이 가능하다고 설명해 왔다. 다시 말해 연꽃문, 당초문, 창살문처럼 오래 전승된 기본 문양 자체를 누군가가 처음부터 독점할 수는 없지만, 그 문양을 어느 물품에 어떤 비율과 배열, 색채, 재질, 입체 형상으로 구현했는지에 따라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디자인보호법도 같은 방향을 취한다. 공지된 디자인이나 그와 유사한 디자인은 원칙적으로 등록 대상이 아니고, 대법원 판례 역시 이미 공공의 영역에 놓인 디자인은 누구나 자유롭게 실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최근 제도 개편도 이런 원칙을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특허청은 2025년 11월 28일 시행된 제도 개선을 설명하면서, 일부심사등록제도를 악용해 이미 알려진 디자인을 등록받아 독점 판매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밝히고, 신규성이 없는 디자인은 일부심사 대상이라도 거절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공공에 널리 알려진 형상이나 장식이 사후적으로 사유화되는 통로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상표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정 문양을 장식으로 썼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상표권이 생기지 않는다. 상표는 상품 출처를 식별할 수 있어야 하고, 공익상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표장은 원칙적으로 강한 보호를 받기 어렵다. 다만 오랜 사용과 광고를 통해 소비자가 특정 사업자의 표지로 인식하게 되면, 원래는 약했던 식별력이 뒤늦게 강화될 여지는 있다. 그래서 전통문양을 둘러싼 분쟁은 대개 ‘문양 자체’보다 ‘문양이 결합된 브랜드 표지 전체’에서 생긴다.


공공문화자산의 개방이 곧 무제한 이용은 아니다


이용자 입장에서 더 실무적인 경계도 있다. 첫째, 오래된 전통문양 자체와 공공기관이 새로 제작·정리한 디지털 파일은 법적으로 같은 층위가 아닐 수 있다. 옛 문양의 원형은 공공적 성격이 강하더라도, 이를 스캔하고 정리해 제공한 기관의 파일에는 공공누리 조건이 붙는다. 따라서 자료를 내려받아 상품화하려면 ‘전통문양이니까 자유롭다’가 아니라 ‘이 파일이 어떤 유형으로 개방됐는가’를 먼저 봐야 한다.

둘째, 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도 조건부다. 문화포털 전통문양처럼 출처표시만으로 상업적 이용과 변형이 가능한 자료가 있는 반면, 국가유산청 디지털 서비스처럼 비상업 또는 변경금지 조건이 붙은 자료도 있다. 같은 국가유산 관련 자료라도 홍보물 제작, 제품화, 재편집, 온라인 판매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셋째, 전통문양을 활용한 최종 상품이 별도의 권리를 가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예를 들어 공공에 개방된 문양을 바탕으로 텀블러 표면 패턴, 의류 자수, 모빌 구조, 패키지 그래픽까지 새롭게 설계했다면 그 완성된 제품 디자인은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보호의 핵심은 문양의 역사성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현재의 상품 문법으로 어떻게 변형하고 구성했는가다.


전통문양 산업화의 쟁점은 ‘사용 금지’보다 ‘사용 규칙’에 가깝다


전통문양의 상품화는 공공문화자산을 시장에 연결하는 통로이지만, 그 과정에서 두 가지 오해가 반복된다. 하나는 공공에 개방된 자료를 내려받아 썼으니 결과물 전체도 누구나 자유롭게 써도 된다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먼저 상품화했으니 그 문양 자체까지 배타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현재 제도는 둘 다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국 전통문양을 둘러싼 핵심은 독점의 허용 여부보다 독점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있다. 공공이 축적한 전통문양 데이터는 더 넓게 열리고, 민간은 그 위에서 새로운 제품과 공간,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전통문양 그 자체를 다시 봉쇄하는 방식의 권리화는 제한되고, 이미 알려진 디자인을 뒤늦게 등록해 시장 진입을 막는 행위 역시 제도적으로 더 엄격한 심사를 받게 됐다. 공공문화자산과 상업적 독점의 경계는 모호한 문화 담론이 아니라, 이용허락 유형·신규성·창작성·식별력이라는 구체적 기준 위에서 결정되고 있다.

자료: 한국문화정보원, 문화포털 전통문양 ‘형태별문양 능화판(116373)’; 국가유산청, 국가유산 디지털 서비스 ‘저작권 및 공공누리 안내’;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2021년 전통문양 산업활용 기반 구축 사업 공모’(2021.4.12.);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2022 전통문양 산업활용 기반 구축 사업 팝업 스토어 오픈’(2022.11.28.);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공진원, 전통생활문화교육 실시’(2023.10.23.); 특허청, ‘건물의 미적 가치제고와 우리 고유의 문화자산 계승을 위해서 전통문양을 적극 활용해야’(2002.8.30.); 특허청, ‘디자인일부심사등록제도 개선 및 정당한 권리자의 권리 보호’(2024 발표, 2025.11.28. 시행); 국가법령정보센터, 저작권법 제24조의2; 국가법령정보센터, 디자인보호법 제33조 및 관련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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