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의 무엇을 다시 보러 오나…‘재방문’은 장소·체험·도시미관을 함께 묻는 조사여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의 무엇을 다시 보러 오나’라는 질문에 지금의 공식 통계는 절반만 답한다. 한국의 외래관광객 조사는 재방문율과 만족도를 꾸준히 집계하고 있고, 서울과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방문 장소와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까지 묻기 시작했다. 다만 여전히 많은 결과가 ‘식도락’ ‘고궁·역사유적’ ‘쇼핑’ 같은 활동 범주에 머물러 있어, 실제로 관광객이 다시 찾는 대상이 특정 거리인지, 문화유산인지, 체험 프로그램인지, 혹은 도시 환경 전체인지는 분리해서 읽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도시미관 문제는 주변 논점이 아니라 조사 설계의 핵심 항목이 된다. 시민이 체감하는 ‘덕지덕지 붙은 간판’ 같은 경관 문제는 단순 민원에 그치지 않는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길찾기, 사진 촬영, 보행 쾌적성, 지역의 첫인상과 직결되는 경험 변수이기 때문이다. 재방문 조사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무엇을 다시 보러 오는지뿐 아니라, 무엇 때문에 다시 오지 않게 되는지도 같은 표본 안에서 측정해야 한다.


공식 통계가 이미 보여준 것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정리한 2023년 외래관광객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방문 외국인 가운데 2회 이상 재방문객 비중은 56.1%였다. 전반적 만족도는 97.1%로 높았고, 활동별 만족도 상위에는 자연경관 감상 96.7%, 고궁·역사 유적지 방문 96.0%, 식도락 관광 95.7%가 올랐다. 쇼핑과 식도락은 여전히 참여 비중이 큰 활동이지만, 고궁·역사유적 방문과 박물관·전시관 관람도 한국 여행의 핵심 축으로 남아 있다.

문제는 이 수치만으로는 ‘다시 보러 오는 대상’의 단위를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고궁·역사 유적지 방문’ 만족도가 높다는 사실은 확인되지만, 그 안에서 재방문을 만드는 것이 경복궁 같은 대표 자원인지, 야간 개장인지, 해설 프로그램인지, 주변 거리의 보행 경험인지까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식도락 관광’ 역시 한식 전반의 매력인지, 특정 시장과 골목의 분위기인지, 다국어 메뉴와 결제 편의가 포함된 경험인지 분해되지 않는다.

한국관광데이터랩의 외래관광객조사 설명도 같은 한계를 함께 보여준다. 이 조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방한 외래관광객의 여행 성향과 실태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수행하는 국가승인통계로, 재방문율과 관광목적 재방문 의향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동시에 데이터랩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코로나19로 조사 방식과 내용이 달라졌고, 2023년 이후 문항이 확대됐기 때문에 시계열 비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안내한다. 결국 재방문을 논할 때는 ‘높다’는 총량만 볼 게 아니라, 어떤 단위로 묻고 어떤 방식으로 비교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전국 단위 조사에서 지역·장소 단위 조사로 내려가면 보이는 변화


보다 구체적인 설계는 서울관광재단의 외래관광 실태조사에서 확인된다. 2023년 서울 외래관광 실태조사는 단순히 서울 재방문 의향만 묻지 않고, 방문한 장소와 가장 좋았던 방문 장소, 방문 지역과 가장 좋았던 방문 지역, 쇼핑 장소, 식사 장소, 만족·불만족했던 관광활동까지 세분해 조사했다. 2026년 잠정 조사도 재방문율, 방문지역, 활동, 만족도를 함께 수집하도록 설계돼 있다. ‘다시 서울에 오겠는가’보다 한 단계 더 내려가 ‘서울 안에서 어디가 기억에 남았는가’를 묻는 방식이다.

이런 구조는 앞으로의 재방문 조사 설계에서 기준점이 될 만하다. 재방문은 국가 단위, 도시 단위, 장소 단위, 프로그램 단위가 서로 다르다. 한국을 다시 방문하는 사람과 서울을 다시 찾는 사람, 서울 안에서도 북촌이나 명동, 특정 궁궐 행사나 전시를 다시 찾는 사람은 같은 집단이 아니다. 조사는 이 층위를 분리해야 실제 정책과 현장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2025년 잠재 방한여행객 조사 역시 지역 단위 세분화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이 조사는 2025년부터 표본 설계에 세부 지역 단위를 새로 반영했고, 주요 방문 의향 지역을 서울·부산·제주·인천·강원으로 나눠 특성을 분석했다. 외국인의 방한 의향을 지역 차원까지 쪼개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 지역 안에서 어떤 장소와 어떤 체험이 재방문 동기를 만드는지 더 깊게 묻는 일이다.


사례 1: 경주는 문화유산만이 아니라 ‘거리형 체험지’까지 함께 묶여 있었다


경주시가 2025년 12월 발표한 제5회 관광실태조사는 이 질문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내·외국인 관광객 4011명을 조사했고, 이 가운데 외국인은 1002명이었다. 조사 결과 외국인 응답자의 68.7%는 1년 이내 재방문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방문지 구성은 더 흥미롭다. 불국사와 동궁과 월지가 각각 59.6%로 대표 관광지 자리를 지켰지만, 황리단길은 52.8%, 대릉원은 50.0%로 뒤를 이었다. 경주를 찾는 가장 큰 이유로는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해서’가 73.5%로 가장 많았다. 전통 문화유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구조다. 역사 자원과 거리형 소비 공간,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 보행 경험이 한 묶음의 재방문 동선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사례는 조사표가 ‘문화유산 방문’만 물어서는 놓치는 것을 보여준다. 외국인이 다시 오는 이유가 불국사라는 단일 자원인지, 불국사와 황리단길을 하루 동선으로 연결하는 체험인지, 혹은 거리의 분위기와 야간 체류 경험인지 분리해 묻지 않으면 정책도 엇나간다. 문화재 보존 정책, 상권 정비, 보행환경 개선, 다국어 안내, 야간 프로그램 기획이 사실은 같은 재방문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례 2: 전주는 ‘대표 명소’와 ‘새로 떠오른 체험 공간’을 함께 읽어야 했다


전주시와 전주시정연구원이 2025년 4월 발표한 2024년 관광객 설문조사도 비슷한 방향을 보여준다. 전주를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 1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외국인 관광객의 전반적 만족도는 94.1점이었다. 방문 지역은 전주한옥마을 99.5%, 경기전 78.8%, 덕진공원 42.6%, 남부시장 32.6% 순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덕진공원이다. 2023년 조사 때 14.3%였던 방문율이 약 3배로 뛰었고, 가장 매력적인 장소를 묻는 문항에서도 전주한옥마을과 경기전에 이어 뒤를 이었다. 동시에 전주시는 한복 체험, 전통문화 체험, 공예품 만들기 등 체험형 관광의 인기로 외국인 문화·오락 지출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상징적 대표 명소만이 아니라, 체험과 휴식이 결합된 2선 공간이 새롭게 부상한 셈이다.

이 조사에서 유용한 점은 ‘어디를 방문했는가’와 ‘어디가 가장 매력적이었는가’를 분리했다는 데 있다. 재방문은 방문율 1위 자원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첫 방문 때는 반드시 들르는 상징 공간이 있고, 두 번째 방문부터 선택되는 취향형 공간이 있다. 앞으로의 재방문 조사는 바로 이 차이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을 다시 보러 오나’를 묻는 조사,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첫째, 질문의 단위를 나눠야 한다. ‘한국을 다시 방문할 의향’과 ‘해당 도시를 다시 방문할 의향’, ‘특정 장소를 다시 방문할 의향’, ‘특정 프로그램을 다시 이용할 의향’을 한 문항으로 섞으면 안 된다. 경주라면 불국사, 대릉원, 황리단길, 야간 프로그램을 각각 별도 코드로 잡아야 하고, 전주라면 한옥마을, 경기전, 덕진공원, 한복·공예 체험을 분리해 물어야 한다.

둘째, 방문 사실과 재방문 동기를 따로 수집해야 한다. 많이 간 곳과 다시 가고 싶은 곳은 다를 수 있다. 서울 외래관광 실태조사가 ‘방문 장소’와 ‘가장 좋았던 방문 장소’를 나눈 것처럼, 지역 조사도 방문율·매력도·재방문 의향을 최소 3개 축으로 분리하는 편이 정확하다. 여기에 첫 방문객과 재방문객을 나눠 비교하면 ‘한국의 대표 명소’와 ‘재방문을 만드는 취향형 경험’을 구별할 수 있다.

셋째, 도시미관과 보행환경을 문화체험 문항 바깥으로 밀어내지 말아야 한다. 서울시는 2013년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관광특구와 주요 방문지역에 다국어 관광안내표지판을 설치·보수하면서, 이를 관광 편의뿐 아니라 도시미관 개선 과제로 함께 다뤘다. 서울시 도시경관포털도 옥외광고물을 도시의 특성을 이루고 도시공간을 창출하는 중요한 요소로 설명한다. 이는 간판과 안내 체계가 단순 장식이 아니라 관광 경험의 일부라는 뜻이다.

따라서 재방문 조사에는 최소한 간판과 안내체계의 가독성, 다국어 표지의 충분성, 거리의 시각적 정돈감, 사진 촬영 적합성, 야간 보행의 편안함, 혼잡도, 주민 생활공간과 관광공간의 충돌 정도를 넣을 필요가 있다. 북촌처럼 관광 압력이 높아 주민 정주권 보호를 위한 특별관리가 시작된 지역에서는 더 그렇다. 무엇을 다시 보러 오는지 묻는 일은 결국 어떤 거리와 어떤 환경이 지속가능한 문화경험을 만드는지 묻는 일과 같다.

넷째, 국적과 여행 단계에 따라 표본을 설계해야 한다. 서울관광재단은 2026년 외국인 조사에서 중국·대만·홍콩·일본·기타 아시아·미주·구주 등 권역을 나눠 조사하고 있다. 이런 구분은 단순 통계 편의를 넘어 필요 조건이다. 경주 조사에서 중국과 일본 관광객의 재방문 의향이 특히 높았듯, 같은 장소라도 어떤 국적 집단에 어떤 체험이 반복 방문을 유도하는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방문객에게는 상징 명소가, 재방문객에게는 생활권 골목과 프로그램형 콘텐츠가 더 중요할 가능성도 크다.


결국 필요한 것은 ‘한국’이 아니라 ‘구체적인 장면’을 묻는 일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을 다시 보러 온다. 하지만 통계가 그 말을 ‘한국 일반’ 수준에서만 붙들면, 현장에서 바꿔야 할 것은 끝내 보이지 않는다. 재방문을 만드는 힘은 대개 구체적인 장면으로 남는다. 어느 궁궐의 동선, 어느 시장의 식사 경험, 어느 거리의 야경, 어느 공원의 휴식, 어느 골목의 간판과 표지판, 어느 체험 프로그램의 밀도 같은 것들이다.

도시미관에 대한 시민 질문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기 싫은 간판을 줄이는 일은 단지 거리를 정돈하는 행정이 아니라, 외국인이 다시 걸을 만한 문화경험의 조건을 만드는 일일 수 있다. 앞으로의 문화체험 재방문 조사는 ‘무엇을 다시 보러 오나’라는 질문을 장소, 체험, 프로그램, 거리 환경의 네 층위로 다시 쪼개야 한다. 그래야 관광 통계가 홍보 문구가 아니라 실제 도시를 바꾸는 자료가 된다.

자료: 한국문화관광연구원, KCTI 인포그래픽스 「외국인 관광객, 2023년 한국여행 어땠나요?」;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데이터랩, 외래관광객조사 데이터 설명; 서울관광재단, 「2023 서울 외래관광 실태조사(조사개요·보고서·설문지·통계표·코드북·DATA)」(2024-06-11); 서울관광재단, 「2026 서울관광 실태조사(외국인) 잠정치(3차/6월)」(2026-05-06); 경주시, 「엠제트(MZ)세대가 바꾼 경주 관광지도…황리단길, 경주월드 중심에 섰다」(2025-12-18); 전주시, 「관광거점도시 전주 여행 만족도 94.1점」(2025-04-02); 서울특별시, 「서울시, 외국인 즐겨찾는 관광명소 관광안내표지판 정비」(2013); 서울시 도시경관포털, 「좋은간판구경하기-간판 개선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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