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어린이미술관, 온몸으로 만나는 참여형 전시 〈오~감각미술관〉 개최

국립현대미술관이 어린이와 가족이 온몸으로 현대미술을 경험할 수 있는 참여형 전시 〈오~감각미술관〉을 선보인다. 전시는 2026년 4월 30일부터 2027년 2월 2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어린이미술관에서 열린다.

〈오~감각미술관〉은 ‘미술관은 작품을 눈으로 감상하는 곳’이라는 익숙한 인식에서 벗어나, 시각뿐 아니라 후각, 미각, 청각, 촉각까지 다섯 가지 감각을 활용해 예술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도록 기획된 전시다. 관람객은 정해진 동선을 따라 조용히 이동하는 대신, 전시장 안을 자유롭게 탐색하며 작품을 듣고, 만지고, 맡고, 상상하는 방식으로 현대미술을 경험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는 깪, 엄정순, 함진 세 작가가 참여한다. 세 작가는 각기 다른 조형 언어와 감각적 접근을 통해 어린이 관람객이 예술을 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을 구성했다. 전시장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종이의 소리, 작품이 만들어내는 그림자, 손으로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운 질감, 공간을 채우는 향기와 리드미컬한 음악이 어우러진다. 작품을 바라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몸을 움직이고 감각을 열어야만 발견할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깪 작가의 공간은 상상 속 존재 ‘나모’가 살아가는 미술관 주변 풍경을 바탕으로 꾸며진다. 관람객은 나모가 되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의 자연과 조각공원을 산책하듯 작품 사이를 탐험한다. 〈나모의 미술관 산책〉은 과천관 야외조각공원을 배경으로 한 비디오 애니메이션이며, 〈사계절 나무〉와 〈유기적 스툴〉은 관람객이 직접 안거나 앉아볼 수 있는 부드러운 조각이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색과 향, 푹신한 촉감은 어린이들이 자연과 예술을 하나의 감각적 경험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깪 작가의 〈부드러운 기념비〉도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의 대표적 설치작인 백남준의 〈다다익선〉을 떠올리게 하는 형태에서 출발하지만, 단단하고 거대한 TV 탑의 이미지를 부드러운 색채와 패턴, 촉감으로 변형한 작업이다. 관람객은 작품 안으로 들어가 전자음 같은 소리를 듣고, 구멍 사이로 얼굴을 내밀거나 몸을 숨기며 작품의 일부가 된다. 미술관에서 흔히 듣는 ‘만지지 마세요’라는 규칙이 이곳에서는 감각적 참여로 전환된다.

엄정순 작가는 ‘본다는 것’의 의미를 질문한다. 그의 작업은 눈으로만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촉각과 청각을 통해 기억하고 상상하는 경험을 제안한다. 〈찰나 2001-2〉는 100여 권이 넘는 점자 교과서를 벽면에 설치한 작품으로, 선풍기 바람에 책장이 흔들리며 만들어내는 소리와 그림자가 관람객의 감각을 깨운다. 볼록한 점자로 이루어진 책은 읽는 행위와 보는 행위, 만지는 행위의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엄정순의 대표 작업인 〈코없는 코끼리 2026-1~4〉는 이번 전시에서 어린이 관람객의 손에 맞는 작은 크기로 제작됐다. 코끼리의 가장 뚜렷한 특징으로 여겨지는 긴 코를 없앤 이 조각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기준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이끈다. 관람객은 눈을 감고 작품을 만지며 다리의 굴곡과 몸통의 형태를 느끼고, 익숙한 동물의 낯선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함진 작가의 공간은 아주 작은 세계를 들여다보는 경험으로 이어진다. 함진은 점토와 일상의 재료를 활용해 미세한 조각을 만드는 작가로, 돋보기를 사용해야 비로소 작품의 세부를 제대로 볼 수 있을 만큼 작은 세계를 구축한다. 그의 작업에는 피부의 주름, 눈동자의 무늬, 먼지, 곰팡이, 따개비처럼 가까이에 있지만 쉽게 지나치는 것들이 담긴다.

〈오레오 먹는 사람들〉은 실제 오레오 과자와 그보다 더 작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과자 위와 옆에서 작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먹고 있는 장면은 어린이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내면 2〉, 〈행성 4〉, 〈이름 없는 10〉, 〈이름 없는 11〉 등은 폴리머 클레이를 쌓고 붙여 만든 조각으로, 정해진 해석보다 관람객 각자의 시선과 상상을 통해 새로운 이름과 이야기를 만들어가도록 유도한다.

〈오~감각미술관〉은 어린이에게 현대미술을 어렵고 멀리 있는 대상으로 소개하지 않는다. 대신 작품을 안아보고, 귀 기울이고, 냄새 맡고, 가까이 들여다보는 경험을 통해 예술이 일상 속 감각과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는 어린이뿐 아니라 가족 관람객에게도 미술관을 새롭게 경험하는 시간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 관람 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이며,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은 휴관한다. 10인 이상 단체 관람은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고, 오리온재단이 후원·협찬하며 라미가 협찬한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