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사진의 ‘저자 미상’은 공공재가 아니다…아카이브가 먼저 풀어야 할 권리 문제
도시의 옛 풍경을 담은 사진은 전시와 출판, 디지털 아카이브에서 자주 호출된다. 그러나 사진이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자유이용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저작권법은 원칙적으로 저작재산권을 저작자 생존 기간과 사망 후 70년 동안 보호하고, 사진의 작가를 알 수 없으면 그 기간이 끝났는지조차 단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사진 작가를 알 수 없는 사진을 사전 허락 없이 이용할 경우 저작권 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 문제는 미술사 연구나 전시 기획에서 특히 크다. 근대 도시를 보여주는 사진은 흔히 신문 지면, 엽서, 기관 기록, 개인 기증자료, 도록 재수록본의 형태로 남아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가 소개하는 ‘경성 최초의 아파트인 미쿠니 아파트의 모습’처럼, 오늘의 독자는 이미지 옆에 신문명과 발행일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보는 지면의 출처를 알려줄 뿐, 촬영자와 저작권의 귀속까지 자동으로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옛 사진을 둘러싼 권리 문제의 핵심은 이미지의 나이보다도 저작자 식별, 권리 승계, 기관의 이용 범위 설정에 있다.
오래된 사진과 자유이용은 다른 문제
저작권법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상 작성해 공표했거나 계약으로 저작재산권 전부를 보유한 공공저작물은 법 제24조의2에 따라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반대로 그런 요건이 없는 사진은 공공기관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더라도 자동으로 자유이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용자가 가장 자주 놓치는 지점이 여기다. 소장 기관이 공공기관이라는 사실과, 그 기관이 해당 이미지의 저작재산권 전부를 가진다는 사실은 같은 말이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저작권정책은 이 경계를 분명히 보여준다. 박물관은 자신이 저작재산권 전부를 보유한 저작물만 공공누리 표시를 붙여 개방하고, 이용자는 공공누리 유형이 부착됐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모든 이미지가 아니라, 권리 상태가 확인된 일부만 개방 대상으로 삼는 방식이다. 결국 옛 사진의 공개 여부보다 선행하는 일은 권리 상태를 구분해 메타데이터에 반영하는 작업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열람 허용, 복제 제한’으로 대응한다
권리 확인이 끝나지 않은 자료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는 국립중앙도서관의 운영에서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도서관은 2024년 4월 29일 공고에서 매년 소장 디지털 자원에 대해 저작권법 제35조의4에 따른 상당한 조사를 수행하고, 그 결과 권리자 불명 저작물로 판단한 자료 목록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상당한 조사는 저작권등록부와 보상금수령단체, 한국저작권위원회 관련 시스템 조회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절차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 조치다. 도서관은 권리자 불명 저작물에 대해 누리집에서 원문 열람 서비스는 제공하되, 인쇄와 다운로드, 캡처 같은 복제는 불가능한 상태로 운영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아카이브의 공적 기능과 권리 보호를 동시에 맞추려는 절충이다. 연구자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지만, 기관은 재유통의 통로를 넓히지 않는다. 옛 도시 사진을 보존기관이 갖고 있어도 곧장 이미지 파일을 내려받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작권법 제50조도 같은 구조를 뒷받침한다. 공표된 저작물의 저작재산권자나 거소를 상당한 노력으로도 알 수 없을 때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승인과 보상금 지급을 거쳐 이용할 수 있게 했지만, 이는 예외 절차다. 다시 말해 ‘권리자를 못 찾았으니 그냥 쓰자’가 아니라, 못 찾았을 때 거쳐야 할 별도의 공적 절차가 있다는 뜻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공개 확대와 이용 제한을 함께 건다
미술관 아카이브는 또 다른 난점을 안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연구센터에 스케치, 드로잉, 작가노트, 사진, 편지, 브로슈어 등 한국 근현대미술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2026년 1월 5일 발표한 연간 계획에서 미술관은 52만여 점의 아카이브 가운데 약 10만 점의 디지털 이미지를 우선 공개하고,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공공 미술기관이 이미지를 본격적으로 온라인에 푼다는 점에서 큰 변화다.
하지만 공개 확대가 곧 자유이용 확대를 뜻하지는 않는다. 같은 미술관의 아카이브 이용안내는 모든 유형의 자료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며 이용자의 복제를 금지한다고 밝히고, 비상업적 교육·연구 목적의 열람과 인용은 허용하되 일부 자료는 저작권자 요청이나 자료 특성상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더 나아가 미술관은 저작권자의 개인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연구 접근은 넓히되 권리 정보의 공개와 2차 이용은 별도로 관리하는 구조다.
이 대목은 근대 도시 사진의 저작자 확인이 왜 단순한 서지 작업이 아닌지를 보여준다. 기증 컬렉션 안의 사진은 생산자, 기증자, 소장처, 디지털 공개 여부가 서로 다를 수 있다. 누가 촬영했고, 누가 원본을 보관했고, 누가 온라인 공개에 동의했는지를 같은 항목으로 취급하면 곧바로 오류가 생긴다. 아카이브의 확장은 이미지 수를 늘리는 일만이 아니라, 권리와 출처의 층위를 분리해 기술하는 일이어야 한다.
아카이브가 먼저 만들어야 할 것은 이미지보다 권리 메타데이터다
결국 옛 사진 속 도시 풍경의 저작자 확인 문제는 개별 이용자의 주의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공공 아카이브가 최소한 생산자, 촬영자, 최초 공표 매체, 소장 경위, 권리 보유 범위, 공공누리 여부, 열람 가능 범위, 복제 가능 범위를 분리해 제시해야 한다. 지금 국내 기관들의 운영은 대체로 그 방향을 가리킨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전부 권리를 가진 자료만 공공누리로 개방하고, 국립중앙도서관은 권리자 불명 자료에 대해 열람과 복제를 구분하며, 국립현대미술관은 디지털 공개를 확대하면서도 복제와 권리자 정보 제공에는 제한을 둔다.
이 차이는 보수성과 개방성의 단순한 대립으로 읽기 어렵다. 오히려 세 기관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오래된 사진의 공공성은 물리적 소장이나 온라인 게시에서 나오지 않는다. 저작자 확인, 권리 상태 조사, 이용 조건의 명시가 갖춰질 때 비로소 연구와 전시, 출판이 안심하고 이어질 수 있다. 도시의 과거를 보여주는 사진 아카이브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스캔 파일만이 아니라, 이미지마다 붙는 권리 정보의 정밀도다.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저작권법 제24조의2·제35조의4·제39조·제50조(2026-08-11 시행 기준); 한국저작권위원회, 이용안내 FAQ(2026년 10월 열람); 국립중앙도서관, 저작권 이용허락 안내(2026년 10월 열람);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권리자 불명 저작물 공고(2024-04-29); 국립중앙도서관, 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 고신문 디지털 컬렉션 ‘부동산’ 안내(2026년 10월 열람); 국립현대미술관, 도서와 아카이브 이용안내(2026년 10월 열람);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2026년 전시계획 및 주요사업 공개(2026-01-05); 국립중앙박물관, 저작권정책(2026년 10월 열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