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르트르와 카뮈는 어떻게 한국 대학 강의실에 들어왔나, 번역본과 교재가 만든 경로

프랑스 실존주의 문학이 한국 대학 강의실에 자리 잡은 경로는 한 번의 번역이나 한 과목의 신설로 설명되지 않는다. 확인 가능한 기록을 따라가면 순서는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전쟁기와 전후의 빠른 번역 유통이 먼저 있었고, 그 뒤에 문학비평과 문학론의 해석이 따라붙었으며, 마지막으로 불어불문학과의 교재 체계가 이를 대학 교육의 표준으로 묶어 세웠다. 사르트르와 카뮈가 한국 독자에게 알려진 경로는 곧 한국 대학이 외국문학을 받아들이는 방식 자체를 보여준다.

가장 이른 층위는 번역본의 유통이다. 지영래의 연구에 따르면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3년 정음사에서 양병식 번역으로 처음 한국어판이 나왔다. 이 연구는 이후 약 60년 동안 『구토』가 17명의 번역자를 거쳐 30종 안팎의 판본으로 출간됐다고 정리한다. 한 작품이 오랫동안 여러 번역으로 반복 출간됐다는 사실은, 실존주의 문학이 한국에서 처음부터 정본 중심으로 읽혔다기보다 빠르게 읽히고 다시 옮겨지며 독자층을 넓혀 갔음을 뜻한다. 대학 강의가 붙잡은 것은 완성된 고전의 단일한 한국어판이라기보다, 이미 사회에 널리 퍼진 번역의 흐름이었다.


학과보다 먼저 온 번역, 학과가 만든 표준


그러나 번역만으로 대학 강의가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서울대학교 귀중컬렉션의 자료 설명은 해방 이후 서울대에 불어불문학과가 설치되고 불문학 연구가 막 출발하던 시기에 프랑스어 교본이 크게 부족했음을 전한다. 같은 설명에 따르면 서농 오화영은 그 부족을 메우기 위해 1950년대에 『프랑스어 수업』, 『초급 불란서어』, 『중급 불란서어』를, 1960년대에는 『불문학개론』과 『불어학개론』을 집필했다. 외국문학이 한국 대학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번역 작품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이런 자생적 교재의 생산이었다는 뜻이다. 대학은 원전을 그대로 옮겨 놓는 장소가 아니라, 학생이 읽을 순서와 해석의 기준을 한국어로 다시 짜는 장소였다.

서울대학교 기록관에는 1957년 서울대 문리과대학 불어불문학과에 입학해 1961년 졸업한 동문의 기록도 남아 있다. 적어도 1950년대 후반에는 불어불문학 전공 교육이 이미 학생을 받아 체계를 갖추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이 시기의 강의실에서 실존주의 문학은 단독 장르가 아니라 프랑스문학사, 불문학개론, 작품강독 같은 과목 속에서 배치됐을 가능성이 크다. 작품 한 권이 교양 독서에서 전공 교육으로 이동하려면, 번역본의 존재만이 아니라 학과 편제와 과목 체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한국어 교재가 함께 필요했다.


실존주의는 소설이 아니라 문학론으로도 들어왔다


사르트르와 카뮈의 대학 진입을 작품 수용만으로 보면 절반만 보게 된다. 윤정임의 연구는 한국의 프랑스문학 수용에서 사르트르 실존주의가 중요한 축을 이뤘다고 정리했고, 정명교의 연구는 그 수용이 해방 직후의 새로운 이념형 모색, 한국전쟁이 낳은 정신적 공황의 대변, 이후 참여문학론의 검토라는 세 국면으로 전개됐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한국 대학에서 실존주의는 단지 『구토』나 『이방인』을 읽는 문제가 아니라, 문학이 현실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를 토론하는 비평 언어로 함께 들어왔다.

이 대목에서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는 특히 중요하다. 관련 연구는 이 책이 냉전기 한국에서 서로 다른 입장과 맥락 속에서 번역되고 해석되면서, 문학과 현실의 관계를 설명하는 거의 유일한 이론 자원처럼 기능한 경우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실존주의 문학이 강의실에 들어온 경로를 찾을 때 소설 번역본만 좇아서는 부족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대학은 실존주의를 한 작가의 철학이 아니라, 문학사와 비평사의 핵심 쟁점을 설명하는 틀로도 받아들였다.


1970년대 이후, ‘불문학개론’이 강의실의 문법이 되다


이 흐름이 교재의 표준으로 굳어지는 장면은 1970년대 이후 더 선명해진다. 올해 별세한 원윤수 서울대 명예교수 관련 기사들은 그가 1974년 펴낸 『불문학개론』이 국내 대학의 불문학 교육 기본서로 자리 잡았다고 전한다. 같은 기사들은 원 교수가 카뮈와 사르트르를 포함한 프랑스 작가들의 소설을 번역·소개했고, 이후 『불문학사』 등을 잇따라 펴냈다고 정리한다. 이는 실존주의 문학이 더 이상 전후 지식인의 유행어가 아니라, 대학에서 시대별 프랑스문학을 설명하는 정규 문법 속으로 편입됐음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오늘의 교과과정에도 그 흔적은 남아 있다. 서울대 편입 전형 안내에는 지금도 불어불문학과 전공시험 과목으로 불어학개론, 불문학개론, 불문법과 작문, 프랑스문화의 이해가 제시돼 있다. 고려대 불어불문학과는 현행 졸업요건 안내에서 19학번 이전 학생의 전공필수로 프랑스문학사 I·II를 적시하고 있고, 한국외대 프랑스어학부와 전북대 프랑스·아프리카연구소 관련 교육과정에도 프랑스문학사, 현대프랑스문학 같은 과목명이 확인된다. 실존주의 문학은 이제 개별 작품명보다 프랑스문학사와 현대문학 교육의 한 구획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정리하면, 프랑스 실존주의 문학이 한국 대학 강의에 들어온 과정은 번역의 선행, 비평의 매개, 교재의 제도화라는 세 단계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전쟁기 독서시장에서 먼저 유통된 사르트르와 카뮈는 문학과 현실의 관계를 둘러싼 비평 언어로 재해석됐고, 이후 불어불문학과의 개론서와 문학사 교재를 통해 정규 교육과정 안에 안착했다. 원전 번역이 충분히 축적된 뒤에야 대학이 이를 가르친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번역과 강한 문제의식이 먼저 움직이고 대학이 그 독서를 교재와 과목으로 정리해 왔다는 점이 이 수용사의 핵심에 가깝다.

자료: 서울대학교 귀중컬렉션, 「Item Details – 서울대학교 귀중컬렉션」(열람자료); 서울대학교 기록관, 인물 기록 및 대학사 관련 공개 페이지(열람자료); 지영래, 「사르트르 구토의 우리말 번역본 현황 연구」(2016); 정명교, 「사르트르 실존주의와 앙가주망론의 한국적 반향」(2015); 윤정임, 「한국의 프랑스 문학 수용에 대하여 ―샤르트르의 실존주의를 중심으로」(2003); 서울대학교 입학본부, 「모집단위별 전공시험 과목」(2025학년도);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요구조건」(2026 열람);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학부, 「교과과정 16학번~」(2026 열람); 전북대학교, 「2025학년도 2학기 재학생 적용 교과과정」(2025); 한국경제, 「불문학개론을 쓰고 가르치다…원윤수 교수 별세」(2026년 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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