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시의 독립서점, 문화공간이 되려면…행사비보다 공간 유지 구조가 먼저다
작은 도시의 독립서점이 문화공간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짧은 답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책 판매와 행사 참가비만으로 공간을 유지하는 방식은 대체로 불안정하다. 최근 지역서점 조사와 여러 현장 사례를 함께 보면, 독립서점이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는 조건은 행사를 많이 여는 데만 있지 않았다. 임대료를 어떻게 버틸지, 공간을 누가 함께 쓰는지, 외부 기획과 강의·협업 수입을 어떻게 붙일지가 더 중요한 변수로 확인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2025년 3월 게시한 2024 지역서점 실태조사 안내에 따르면 전국 서점 가운데 지역서점 기준에 부합하는 곳은 2331곳이다. 같은 조사 내용을 인용한 후속 보도에서는 연매출 1억원 미만 서점이 전체의 절반가량이라는 점이 함께 소개됐다. 지역의 작은 서점이 문화 프로그램을 꾸준히 열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고정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가 먼저 드러나는 대목이다.
독립서점이 이미 단순 판매점을 넘어 문화공간 기능을 맡고 있다는 점도 여러 자료에서 확인된다. 국회도서관에 수록된 관련 정책연구는 독립서점의 정기 프로그램 가운데 독서모임, 북토크, 워크숍, 공간대여, 전시, 공연이 고르게 나타난다고 정리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웹진에 실린 지역서점 분석에서도 서점 외 겸업 비율이 높은 지역들이 적지 않았다. 이는 문화 프로그램이 서점의 부가 활동이 아니라 생존 방식의 일부가 됐다는 뜻에 가깝다.
행사 수입은 입장료보다 ‘파생 수입’에 가깝다
대구 북성로의 독립서점 더폴락은 이 구조를 비교적 선명하게 보여준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웹진은 더폴락을 독립출판물 판매, 지역 인디뮤지션 음반과 굿즈 판매, 카페 운영, 별도 문화공간을 함께 둔 복합 공간으로 소개했다. 매일신문이 2022년 보도한 북성로 공연 일정에는 더폴락 공간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와 공연의 참가비가 2만원으로 제시됐다. 행사에 직접 붙는 돈은 분명 존재하지만, 이 사례에서 더 중요하게 보이는 것은 티켓 한 장의 가격보다 책·음반·굿즈·음료 판매와 지역 예술가 네트워크가 한 공간 안에서 함께 돌아간다는 점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행사가 곧장 큰 이익을 남기기보다 방문 이유를 만들고 체류 시간을 늘리는 역할을 맡는다. 북토크를 보러 온 손님이 책을 사고, 전시를 보러 온 방문객이 음료를 주문하고, 지역 아카이브 성격의 출판물이 다시 관광 동선과 연결되는 식이다. 문화공간으로서의 독립서점은 행사 자체보다 행사 뒤에 따라붙는 매출과 관계망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더 높다.
공간 유지비는 결국 임대료와 인건비 문제로 돌아온다
인천 부평의 북극서점은 유지비의 압박을 더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연합뉴스 보도를 실은 한국경제 기사에 따르면 북극서점은 처음 5평 규모 공간을 보증금 200만원, 월세 15만원에 시작했다. 이 정도 비용도 운영 초기에는 버거웠고, 개점 1년 남짓 지난 시점에 대표의 통장 잔고가 75만원까지 줄었다는 사정이 전해졌다. 이 사례는 작은 책방의 고정비가 대도시 상권의 높은 임대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낮은 월세에서도 매출 변동을 견디기 어려운 영세 구조 자체에 있음을 보여준다.
북극서점이 버틴 방식도 책 판매 단일 모델이 아니었다. 부평구문화재단과 공동으로 아트북페어를 열었고, 이후 인천아트북페어 주관으로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대표는 책방 운영과 함께 문화기획, 저술, 도서관·학교 연계 강의까지 맡았다. 결국 공간 유지비를 감당한 것은 행사 입장료만이 아니라 외부 위탁 기획과 강의, 지역 공공기관 협업을 묶은 다중 수입 구조였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혼자 버티기보다 함께 부담하는 공간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독립서점이 단독 임차인이 아니라 공동 운영 거점의 한 부분으로 들어가는 사례도 나온다. 안산 구도심의 주민 거점공간 ‘수봉이네 북적북적’은 2024년 1층 철물점을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00만원에 임대해 공유오피스와 독립서점이 함께 들어서는 방식으로 조성됐다. 보도에 따르면 월 임대료는 현장지원팀, 독립서점, 지역 공동체가 나눠 부담한다. 여기서 독립서점은 공간의 전부가 아니라 마을 프로그램과 창업 공간을 연결하는 한 축으로 설계됐다.
이 방식은 작은 도시에서 특히 현실적이다. 인구가 적은 지역일수록 책 판매만으로 월세와 인건비, 냉난방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독립서점이 공유오피스, 공공프로그램, 마을 기록 사업, 관광 동선과 결합하면 공간 유지비를 분담할 수 있다. 문화공간이 되기 위한 핵심은 서점이 얼마나 멋진 프로그램을 여느냐보다, 그 프로그램을 떠받칠 비용 구조를 얼마나 지역 안에서 분산시키느냐다.
결국 필요한 것은 ‘행사 많은 서점’이 아니라 지역 안의 운영 생태계
작은 도시의 독립서점은 문화공간이 될 수 있다. 이미 많은 서점이 독서모임, 북토크, 전시, 공연, 아트북페어, 지역 기록 판매를 통해 그렇게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검증된 사례들을 종합하면, 행사 수입만으로 공간을 유지하는 모델은 예외에 가깝다. 책 판매, 굿즈와 음료 같은 소매 수입, 외부 강의와 기획, 공공기관 협업, 공유 임대 구조가 함께 묶일 때 비로소 문화공간의 지속성이 생긴다.
따라서 정책과 지역사회가 봐야 할 지점도 분명하다. 독립서점을 문화공간으로 평가하려면 단순히 행사 건수를 세기보다 임대료 지원, 공동 사용 공간, 지역 도서관·학교·문화재단과의 연계, 기획 인력의 노동 대가가 어떻게 보장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작은 도시에서 독립서점의 미래를 가르는 것은 문화적 열정의 유무가 아니라, 그 열정이 적자를 견디는 개인 헌신으로만 남지 않게 만드는 운영 구조다.
자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4 지역서점 실태조사」 게시 안내(2025-03-17);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N 「데이터로 보는 지역서점의 실태」(2023); 국회도서관 수록 정책연구, 「독립서점의 문화공동체적 역할과 활성화 방안 연구」(2019);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웹진, 북성로 독립서점 더폴락 관련 기사(2022); 매일신문, 북성로 독립출판서점 더폴락 공연 소개 기사(2022-06-16); 한국경제, 「책이라는 불씨로 이룬 안식처, 북극서점」(2023-10-21); 연합뉴스, 「안산 구도심 주민들 ‘청년 위한 공간’ 조성…마을활성화 기대」(2024-07-24); 산경일보, 「투잡하면서 겨우 이어가요…버티기 힘든 독립서점들」(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