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당에서 필로티까지… 한국 단독주택 도면이 보여주는 ‘마당 축소’의 경로
한국 단독주택의 마당은 한 번에 사라진 것이 아니다. 확인 가능한 주거 도면과 관련 연구를 종합하면, 마당은 전통 한옥의 중심 공간에서 도시형 한옥의 압축된 안마당으로, 다시 1970~80년대 도시 단독주택의 진입·전이 공간으로, 2000년대 이후에는 주차장과 상층 테라스에 자리를 내주는 외부 공간으로 바뀌어 왔다. 흔히 ‘마당이 없어졌다’고 말하지만, 도면상에서는 더 정확히 ‘마당의 크기와 역할이 바뀌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이 변화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화, 필지 규모, 임대 수요, 주차 기준, 법적 분류의 변화가 함께 만든 결과에 가깝다. 같은 ‘단독주택’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어느 시기의 어떤 유형을 보느냐에 따라 마당의 위치와 면적, 쓰임은 크게 달라진다.
좁아져도 중심은 마당이었다, 도시형 한옥의 평면
마당 축소의 첫 단계는 아파트가 아니라 도시형 한옥에서 이미 시작됐다. 대한건축사협회가 펴낸 한옥 설계 자료와 한옥 관련 연구를 보면, 서울의 도시한옥은 대체로 60~90㎡ 안팎의 좁은 필지에 들어서며 남쪽으로 열린 ㄷ자형 평면을 기본으로 삼았다. 넓은 바깥마당을 두기 어려운 대신, 건물이 안쪽을 감싸며 작은 안마당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 시기의 변화는 마당의 소멸이 아니라 압축이었다. 전통 한옥에서 마당은 채와 채 사이를 매개하는 넓은 생활 공간이었지만, 도시한옥에서는 좁은 필지 안에서 채광과 통풍, 출입과 시선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중정형 공간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도면으로 보면 건물이 대지를 채우는 비율은 높아졌지만, 평면의 중심은 여전히 마당이었다.
즉 한국 단독주택의 마당이 줄어든 과정은 ‘한옥 대 아파트’의 단순한 대립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화가 시작된 시점부터 마당은 먼저 작아졌고, 그 대신 더 안쪽으로 들어가며 기능이 응축됐다.
1970~80년대, 마당은 생활 중심에서 진입 공간으로 옮겨갔다
1970년대 이후 도시 단독주택의 공급을 다룬 연구는 이 변화를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시기에는 규칙적인 도로망과 정형화된 필지를 갖춘 단독주택지가 대거 조성됐고, 급증하는 도시 주택 수요 속에서 민간 공급업자가 대량으로 짓는 이른바 대중주택이 주류가 됐다. 낮은 밀도의 여유로운 단독주택지를 계획했지만, 실제 건축은 빠르게 면적 확대와 수직 증축 쪽으로 움직였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 2층 단독주택이 일반화되고 건축면적도 커졌다. 동시에 다가구 거주형 단독주택이 확산하면서 마당의 성격도 달라졌다. 각 가구가 외부에서 바로 드나들 수 있도록 옥외계단과 출입 동선이 중요해졌고, 연구자들은 이 시기 주택에서 진입이 마당 또는 옥외 공간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을 지적했다. 마당이 가족 공동의 생활무대라기보다 여러 세대의 접근을 중개하는 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이 대목에서 도면은 건축양식보다 생활방식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방과 마루 앞에 펼쳐진 마당이 줄어드는 대신, 대문에서 계단으로, 계단에서 각 층 출입문으로 이어지는 외부 동선이 전면으로 나선다. 마당의 면적이 줄었다는 사실만큼 중요한 것은, 남은 마당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이후, 작은 중정과 주차장이 마당을 대체했다
1990년대 이후에는 두 갈래 변화가 겹친다. 하나는 제한된 대지 안에서 사생활을 지키기 위해 건물이 작은 마당을 둘러싸는 폐쇄적 중정형 경향이고, 다른 하나는 임대와 주차 수요가 지상 외부 공간을 잠식하는 흐름이다. 관련 연구는 1990년대 다가구주택에서 제한된 대지환경 속 최대한의 외부 환경을 확보하면서도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건물이 마당을 둘러싸는 중정형 구성이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이마저도 다시 바뀐다. 1가구 1주차 기준 강화와 필로티 규정의 영향으로 1층을 주차장으로 쓰는 4층 규모 다가구주택이 빠르게 늘었고, 도시의 단독주택 도면에서 지상 마당은 눈에 띄게 축소됐다. 연구에서는 이 시기 필로티 도입이 단독주택에서 오래 지속되던 지하공간을 대체했고, 주차를 위한 1층 비우기가 중요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고 정리한다.
그 결과 외부 공간은 완전히 사라지기보다 위로 올라간다. 2010년대 협소주택이나 도심 소형 단독주택에서는 가로와 맞닿은 1층에 주차장이나 근린생활시설을 두고, 마당 대신 상층부 테라스를 계획하는 사례가 두드러진다. 땅 위의 마당이 줄어든 자리를 옥상과 발코니, 테라스가 부분적으로 대신하는 셈이다.
오늘의 ‘단독주택’은 더 이상 한 가족의 마당집만 뜻하지 않는다
현재 법령 체계도 이런 변화를 뒤에서 고정한다. 주택법과 건축법 시행령은 단독주택을 한 세대가 독립해 사는 주택으로 정의하면서도, 그 하위 범위 안에 다중주택과 다가구주택을 포함한다. 다시 말해 오늘 한국에서 ‘단독주택’이라는 분류는 넓은 마당을 둔 1가구용 집만 가리키지 않는다. 임대형 다가구주택과 필로티형 수익주택까지 같은 범주 안에 들어온다.
그래서 ‘왜 한국 단독주택의 마당이 줄어들었나’라는 질문에는 하나의 원인보다 하나의 경로가 있다. 좁아진 도시 필지,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주거 수요, 건폐율과 층수의 압박, 주차 기준, 그리고 단독주택의 법적 범위 확대가 겹치면서 마당은 먼저 압축되고, 다음에는 동선화되며, 끝내는 주차장과 상층 외부 공간으로 분산됐다. 주거 도면은 그 과정을 가장 솔직하게 남긴 기록에 가깝다.
자료: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 녹서 2025(2025); 대한건축사협회, 한옥설계(2014); 한국주거학회, 1970년대 이후 도시 단독주택의 공급 및 외관형태 특성: 1970∼2010년대까지의 시기를 중심으로(2021); 국가법령정보센터, 주택법 제2조 및 건축법 시행령 별표 1(2026년 10월 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