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거리극이 극장 안으로 들어올 때, 관객과 배우의 거리는 ‘가까워지지만 덜 우연해진다’

거리극이나 마당극이 극장 안으로 들어오면 관객과 배우의 거리는 단순히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는 문제가 아니다. 바뀌는 것은 두 사람 사이의 ‘물리적 간격’만이 아니라, 누가 먼저 말을 걸 수 있는지, 어디까지 예기치 않은 개입이 허용되는지, 공연이 관객의 반응에 따라 얼마나 흔들릴 수 있는지 같은 관계의 규칙이다. 한국 공연사의 흐름을 보면 이 변화는 전통 연희의 마당, 1970~80년대 마당극, 그리고 2010년대 이후 국립극장의 ‘극장식 마당놀이’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또렷하게 읽힌다.

전통 연희와 마당극에서 관객과 배우는 원래부터 분리된 존재가 아니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마당극을 “무대와 관객의 적극적인 소통과 시공간의 유연한 운용”을 특징으로 하는 연극으로 설명한다. 또 탈춤 계열 연희를 설명하는 다른 항목들은 탈판을 원형의 야외무대로 두고 둘레에 객석을 두는 방식, 그리고 놀이꾼과 구경꾼이 한데 어우러지는 ‘판’의 감각을 전한다. 국가유산청이 소개하는 양주별산대놀이 대표 이미지 설명 역시 ‘놀이마당에서 원을 그리며 한바탕 놀고 있다’는 장면을 전면에 둔다. 이때 관객은 정해진 어둠 속에서 조용히 감상하는 사람이 아니라, 판의 분위기를 바꾸는 현장 요소에 가깝다.

이 열린 관계는 근대 극장 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달라졌다. 「한국의 거리극 연구」는 1902년 협률사 같은 실내공연장이 등장한 뒤 전통극이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는 프로시니엄 극장 안으로 이동하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고 짚는다. 여기서 핵심은 실내 여부 자체보다 구획의 문제다. 거리나 마당에서는 배우가 관객 속으로 들어가고 관객의 반응이 곧장 판을 흔들 수 있었지만, 프로시니엄 극장에서는 시선의 방향과 침묵의 규율, 입장과 퇴장의 질서가 먼저 정해진다. 관객과 배우의 거리는 멀어졌다기보다 제도적으로 분리됐다.


마당극의 핵심은 ‘가까움’보다 ‘상호작용의 열림’에 있었다


그래서 거리극이나 마당극을 말할 때 중요한 것은 객석 첫 줄과 무대 앞선 사이의 센티미터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차이는 관객이 공연의 외부에 머무는지, 아니면 공연의 리듬을 바꾸는 내부 변수로 작동하는지에 있다. 관련 연구들은 거리극을 공공 공간의 소통 방식과 연결해 설명하고, 관객 참여형 공연 연구는 관객을 단순 감상자가 아니라 ‘참여자’ 또는 ‘의미 창발자’로 본다. 이 관점에서 보면 마당극의 강점은 관객이 배우와 가깝게 앉는 데 있지 않고, 관객의 반응이 공연의 속도와 어조를 바꿀 수 있다는 데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 마당극과 구별해 설명하는 ‘마당놀이’의 계보도 이 지점에서 중요하다. 이 사전은 1980년대 들어 방송국이나 국립극장 등이 주최한 상업적·관제적 마당극이 본격화됐고, 이는 ‘마당놀이라는 명칭으로 마당극운동 맥락의 작품들과 구별된다’고 적고 있다. 다시 말해 극장 안으로 들어온 뒤에도 관객 참여와 해학은 남아 있었지만, 그 참여가 발생하는 조건은 이전과 달라졌다. 우발적이고 공동체적인 판의 성격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어도, 공연은 점차 기획된 흥행 형식과 제도권 레퍼토리의 틀 안에서 다뤄지기 시작했다.


국립극장 사례가 보여준 것은 ‘거리의 실내화’였다


이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사례가 국립극장 마당놀이다. 국립극장 연보와 70년사 자료에 따르면, 국립극장은 2014년 「심청이 온다」를 선보이며 기존 체육관이나 텐트극장에서 이뤄지던 마당놀이를 극장으로 끌어들여 현대적 감각의 ‘극장식 마당놀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해오름극장에서는 무대 위에 가설 객석을 세워 관객이 공연의 일부가 되는 마당놀이의 특성을 살리려 했고, 2017년 말부터는 원형극장인 하늘극장으로 무대를 옮겨 관객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려 했다고 기록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극장이 거리의 감각을 없앤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설계’했다는 사실이다. 국립극장은 마당놀이의 본질을 관객 참여와 경계의 해체에서 찾으면서도, 그것을 실내 공연장의 안전 규정과 좌석 구조, 음향과 조명 체계 안에서 다시 배열했다. 2017년 「심청이 온다」를 다룬 국립극장 인터뷰에서 김성녀는 하늘극장으로 옮긴 뒤 바닥 객석을 더 깔 수 있어도 신고된 객석 수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관객과 배우의 거리를 좁히려는 연출 의도는 유지되지만, 그 거리를 결정하는 최종 권한은 이제 거리의 우연이나 군중의 흐름이 아니라 극장 설계와 운영 규정에 놓인 셈이다.

이 때문에 극장 안으로 들어온 마당놀이는 관객과 배우가 더 가까워진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더 많이 조정된 관계를 보여준다. 원래 거리극의 관객은 늦게 합류하거나 중간에 이탈하고, 말을 던지거나 몸을 움직이며 판의 일부가 되기 쉽다. 반면 극장식 마당놀이는 참여의 순간을 남겨 두되, 그 참여가 일어날 자리를 미리 설계한다. 국립극장이 2024년 10주년을 정리한 웹진에서 마당놀이의 매력으로 “객석과 무대, 공연자와 관객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간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계는 사라지지만, 사라지는 방식은 극장 바깥의 마당처럼 자연 발생적이라기보다 연출된 이벤트에 가깝다.


극장 안의 ‘가까움’은 이동보다 배치의 기술이 된다


이 차이는 관객의 몸이 놓이는 방식에서도 확인된다. 야외 탈춤이나 전통 판에서는 둘레 객석, 이동 동선, 출연자와 구경꾼의 섞임이 공연의 일부다. 반면 실내 극장에서는 관객이 어디에 앉고 어떻게 보고 언제 반응하는지가 훨씬 더 세밀하게 통제된다. 하늘극장이 국내 최초의 돔형 공연장으로 627석 객석을 갖췄다는 국립극장 대관 안내는, 이 공간이 관객과 배우를 가깝게 둘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정식 공연장으로서의 고정된 질서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거리극이 극장 안으로 들어올 때 달라지는 것은 ‘배우가 관객에게 다가가느냐’보다 ‘누가 관계의 조건을 설계하느냐’다. 마당에서는 공간이 먼저 열려 있고 공연이 그 안에 얹힌다. 극장에서는 공연이 먼저 공간을 설계하고, 관객은 그 설계 속으로 입장한다. 관객 참여가 계속 남아 있어도 그것은 점점 즉흥적 충돌이라기보다 장르의 장치가 된다. 가까움은 현장의 우연이 아니라 무대미술, 좌석 배치, 출입 동선, 배우의 애드리브 포인트 같은 연출 기술로 관리된다.


2026년의 마당놀이가 보여주는 현재형 과제


이 흐름은 끝난 과거형이 아니다. 국립극장은 2026년 11월 27일부터 2027년 1월 24일까지 하늘극장에서 마당놀이 「춘풍처도 온다」를 공연할 예정이라고 공지했고, 관련 보도자료에서도 마당놀이를 한국적인 춤과 노래, 전통연희와 재담이 어우러지고 관객과 끊임없이 호흡하는 종합예술로 설명했다. 이는 ‘극장식 마당놀이’가 일회성 실험이 아니라 제도권 공연장의 안정된 레퍼토리로 계속 작동하고 있음을 뜻한다.

결국 거리극이 극장 안으로 들어왔을 때 관객과 배우의 거리는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는 더 가까워질 수 있지만, 관계로서는 더 설계된다. 마당의 열린 판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어디에 앉았는지가 아니라, 누가 언제든 판 안으로 끼어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극장식 마당놀이는 그 가능성을 완전히 버리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안전하고 반복 가능한 형식으로 바꾸어 왔다. 관객과 배우의 거리는 그래서 줄어든다. 다만 그 거리는 예전보다 덜 우연하고, 더 정교하게 연출된 거리다.

자료: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 「녹서 2025」(2025); 국가유산청, 「한국의 탈춤」(2022 등재 소개); 국가유산청, 「양주별산대놀이」 국가유산 설명;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마당극」, 「마당춤」, 「은율탈춤」, 「판」; 한국연구재단 KCI, 김미도 「한국의 거리극 연구」(2011); 국립극장, 「2014 국립극장 연보」(2015), 「2016 국립극장 연보」(2017), 「2018 국립극장 연보」(2019), 「국립극장 70년사」(2019), 국립극장 웹진·보도자료(2017, 202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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