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소설이 표준어로 옮겨질 때, 무엇이 남고 무엇이 지워지나
지역어로 쓰인 소설이 표준어로 바뀔 때 생기는 변화는 단순한 ‘독해의 편의’만이 아니다. 한국 근대문학의 초기에 표준어는 작품을 통일된 문어로 묶는 기준에 가까웠고, 방언은 있더라도 제한적으로 재현되거나 아예 배제되곤 했다. 반면 최근의 지역어 문학에서는 지역어를 원문으로 두고 표준어를 대역처럼 붙여, 표준어가 설명의 언어이고 지역어가 서사의 본체라는 점을 드러내는 방식이 등장한다.
이 차이는 결국 같은 질문으로 모인다. 표준어는 지역어를 ‘옮기는’ 도구인가, 아니면 지역어가 가진 시간과 장소, 관계의 결을 덜어내는 장치인가. 실제 작품과 문학사 자료를 대조해 보면, 사투리가 표준어로 바뀔 때 달라지는 것은 어휘 몇 개가 아니라 인물의 사회적 위치와 기억의 방식, 서사가 놓인 장소감 자체라는 점이 선명해진다.
근대문학에서 표준어는 기본값에 가까웠다
국립국어원 학술지에 실린 해설에 따르면, 1930년대 조선어학회를 중심으로 한글 맞춤법 통일안 발표와 표준어 사정이 이어지면서 표준어와 방언의 위계는 더 뚜렷해졌다. 이 흐름은 문학에도 반영됐다. 같은 자료는 이광수의 소설에서 방언을 사용하는 인물이 사실상 등장하지 않는다고 짚는다. 지역 출신 인물과 농촌 인물이 나와도 말은 대체로 통일된 문어체로 처리됐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근대소설이 단지 이야기를 만드는 형식이 아니라, 누가 공적인 언어를 말할 수 있는지를 정하는 장치이기도 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표준어는 독자를 넓히는 수단이었지만, 동시에 지역의 말투를 ‘실감은 있으나 본문으로는 다루기 어려운 것’으로 밀어내는 규범이기도 했다. 사투리가 소설 안에 들어오더라도 중심 문체가 되기보다, 인물을 장식하거나 출신지를 표시하는 기능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사투리를 쓰되 끝까지 쓰지 못했던 장면들
같은 해설은 김동인의 경우를 더 세밀하게 보여준다. 김동인은 초기 작품에서는 방언 재현이 거의 없었지만, 1921년 발표한 「배따라기」 이후에는 평양 사투리를 의식적으로 재현한 흔적이 나타난다고 설명된다. 그러나 1925년 작품 「거칠은 터」에서는 경상도 사투리가 ‘강렬하다’고 서술되면서도, 실제 대화 속에서는 그 방언이 거의 재현되지 않는다.
이 사례는 표준어와 방언의 관계가 단순히 찬반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작가가 자기에게 익숙한 방언은 재현해도, 낯선 지역의 말은 정확하게 옮기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표준어로 정리하거나 아예 생략하는 방식이 나타난다. 즉 표준어화는 언제나 검열이나 억압만의 결과라기보다, 출판과 독해의 조건, 작가의 언어 능력, 당대 문단의 미학이 겹쳐 만들어진 선택이었다. 다만 그 선택의 결과, 독자는 작품 속에서 지역의 소리를 직접 듣기보다 ‘사투리가 있었다’는 설명만 받게 됐다.
2020년 제주어 소설은 순서를 뒤집었다
이 오래된 질서를 뒤집어 읽게 하는 사례가 한림화의 소설집 『The Islander-바람섬이 전하는 이야기』다. 국립중앙도서관 ISBN·납본 시스템에 따르면 이 책은 2020년 6월 20일 발행된 258쪽 분량의 소설집으로, 키워드에도 ‘제주어소설’이 명시돼 있다. 서지 소개에는 제주어의 질감이 살아 있는 열두 편의 이야기를 묶은 책이라고 적혀 있다.
이 소설집이 중요한 이유는 제주어를 몇 군데 섞어 놓은 작품이 아니라는 데 있다. 관련 학술논문은 이 책의 열두 편 가운데 후반부 다섯 편이 제주어 소설과 표준어 소설을 병치한 형식이라고 설명한다. 온라인 서점의 책 소개 역시 수록작 중 다섯 편에 제주어와 표준어 대역을 함께 실었다고 안내한다. 여기서 표준어는 더 이상 원본이 아니라, 지역어 원문을 따라가는 해설 혹은 번역의 자리에 놓인다.
이 전환은 형식상의 실험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근대소설이 표준어를 중심에 두고 방언을 주변화했다면, 이 책은 제주어를 중심에 두고 표준어를 뒤따르게 만든다. 독자는 제주어를 ‘고쳐 읽는’ 대신, 표준어가 제주어를 따라잡기 위해 별도의 자리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
표준어 번역이 남기는 것과 지우는 것
학술논문이 주목한 대목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논문은 한림화의 병치 서사가 표준어를 ‘매끈한 단일어’처럼 보이게 만드는 배제의 구조를 가시화한다고 해석한다. 표준어 번역본이 함께 실릴수록, 오히려 표준어만으로는 원문의 질감이 다 담기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는 뜻이다.
한림화 자신의 일러두기도 이 문제를 분명하게 만든다. 논문이 인용한 책의 설명에 따르면, 작품에 쓰인 제주어는 제주어 전체를 표준화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성산 지역에서 주로 쓰이던 말들을 작가의 언어 습관에 따라 빌려 온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표준어 번역은 정보 전달에는 유용해도, 말의 층위를 모두 옮기지는 못한다. 어느 마을에서 쓰였는지, 화자가 어떤 세대인지, 말이 얼마나 거칠거나 다정한지 같은 감각은 표준어로 바뀌는 순간 평평해지기 쉽다.
제주어 교육 플랫폼의 아카이브 설명도 이 맥락을 보완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제주어는 오랫동안 통일된 표기법이 없었고, 2013년 12월 제주어 표기법이 제정된 뒤 2014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 고시로 공표됐다. 같은 해설서는 제주어 사례 뒤에 대응하는 표준어를 괄호로 병기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행정과 교육의 영역에서는 이러한 대역이 필요하지만, 문학에서는 그 병기가 곧바로 ‘동일한 의미’의 보증이 되지 않는다. 문학 텍스트에서 괄호 안 표준어는 뜻풀이일 수는 있어도, 원문의 리듬과 관계 맺음까지 대신하지는 못한다.
지역어 문학의 의미는 보존이 아니라 시점에 있다
그래서 지역어 문학의 의미를 단순히 ‘사라져 가는 말을 기록한다’는 차원으로만 좁히면 핵심을 놓치게 된다. 문학에서 지역어는 사전의 표제어를 보존하는 방식으로만 살아남지 않는다. 누가 누구에게 말을 거는지, 어떤 기억이 표준어로는 매끈하게 정리되지 않는지, 어떤 공동체가 자기 말의 리듬으로만 서사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시점으로 기능한다.
한국 근대문학 초기에 사투리는 표준어 문체를 보완하는 재료이거나, 재현이 어려우면 설명으로 대체되는 요소였다. 그러나 한림화의 사례처럼 지역어를 원문으로 세우고 표준어를 뒤에 붙이는 형식에서는 위계가 바뀐다. 이때 표준어는 중심 언어가 아니라 접근을 돕는 언어가 된다. 사투리 소설이 표준어로 바뀔 때 문학적으로 중요한 것은 번역의 성공 여부만이 아니라, 번역이 끝내 다 옮기지 못하는 자리가 어디인지 드러나는 데 있다.
한글과 우리말을 더 낫게 만드는 일이 표준어를 더 단단하게 다듬는 데만 있지 않다는 점도 여기서 읽힌다. 지역어를 박물관처럼 보존할지, 현재의 창작 언어로 계속 쓸지의 문제는 다르다. 문학이 보여주는 가능성은 후자에 가깝다. 지역어가 표준어의 예외가 아니라 원문이 될 수 있을 때, 우리말의 넓이는 보존 대상의 수가 아니라 서사를 떠받치는 목소리의 수만큼 확장된다.
자료: 국립국어원, 「우리 소설 우리 말」(2005); 국립중앙도서관 ISBN·ISSN·UCI·납본 시스템, 『(The) islander – 바람섬이 전하는 이야기 : 한림화 소설』 서지정보(2020); 손지연·김동현, 「마이너리티의 언어와 신체―사키야마 다미에서 한림화까지」, 『일본근대학연구』 74호(2021); 제주어 교육 플랫폼, 「제주어 아카이브」 및 「제3부_제주어 표기법」(최종 확인 2026-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