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서도호 개인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서 2027년 2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서도호 개인전은 작가가 30여 년 동안 붙들어 온 ‘집’과 ‘이동’, 기억과 정체성의 문제를 한 자리에서 따라가 볼 수 있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전시는 2026년 8월 27일 개막해 2027년 2월 9일까지 이어지며, 서울관 지하 1층 3·4·5전시실과 2층 MMCA 스튜디오에 마련됐다.

이번 전시에는 초기작부터 대표작,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까지 500여 점이 나왔다. 관람객은 천으로 건축 공간을 옮겨온 설치작업, 장소의 표면을 문질러 기억을 남긴 드로잉, 집단과 개인의 관계를 다룬 초기 설치를 차례로 보며 서도호 작업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집과 이동의 경험을 따라가는 대표 출품작


전시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서도호의 대표 연작인 ‘러빙/러빙’이다. 4전시실에서는 ‘러빙/러빙: 서울 집’, ‘러빙/러빙: 광주극장 사택’, ‘러빙/러빙: 미국 뉴욕 웨스트 22번가 348번지 2호, NY 10011’ 등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이 살았거나 곧 사라질 장소의 표면에 한지를 밀착시키고 흑연과 색연필로 문질러 흔적을 옮겼는데, 이 과정은 공간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장소에 밴 시간과 감각을 함께 끌어낸다.

5전시실에서는 최근작 ‘완벽한 집: 런던, 호셤, 뉴욕, 베를린, 프로비던스, 서울’이 중심 작품 가운데 하나다. 서로 다른 도시에 있었던 집의 문손잡이, 스위치, 콘센트 같은 건축 요소가 한 공간 안에 겹쳐지면서, 작가의 삶이 지나간 여러 장소가 한꺼번에 호흡하는 듯한 장면을 만든다. 1999년부터 이어져 온 ‘다리 프로젝트’도 함께 소개돼, ‘집’에 대한 질문이 개인의 기억에서 사회와 환경, 공존의 문제로 확장된 과정을 볼 수 있다.

초기작 ‘Who Am We?’와 ‘바닥’도 서도호 작업의 문제의식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Who Am We?’는 고등학교 졸업앨범 사진을 극도로 축소해 벽면을 채운 작업이고, ‘바닥’은 수많은 인물상이 투명한 판을 떠받치는 구조다. 개인이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과 관계망 위에 서 있다는 작가의 오래된 질문이 이 작품들에 응축돼 있다.

전시 동선 끝에서 만나는 대형 설치 ‘둥지/들’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 뉴욕, 런던, 베를린 등 여러 도시의 거주 공간을 모티프로 한 이 작품은 서로 다른 구조를 길게 잇대어 실재하지 않는 새로운 공간을 만든다. 관람객이 내부를 걸어 들어가며 몸으로 체험하는 작품이어서, 서도호가 말해 온 이동과 거주의 감각을 직접 느끼게 한다.


지금 볼 수 있는 전시와 이후 공개 작품


2층 MMCA 스튜디오에는 작가의 보다 사적인 기억을 다룬 작품들이 놓였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 ‘사랑의 기억(래코드 협업)’은 가족의 옷에서 떼어낸 주머니와 추억의 사물을 활용한 작업으로, 옷과 몸, 집의 관계를 한층 내밀하게 풀어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공간을 통해 서도호가 가족과 부성애라는 주제로 시선을 돌린 최근 작업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다만 서울관을 찾는 관람객이라면 공개 시점이 다른 작품 하나는 따로 기억할 만하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아파트 A, 복도와 계단, 미국 뉴욕 웨스트 22번가 348번지, NY 10011’은 본 전시와 같은 제목의 연계 공개작이지만, 서울박스에서 2026년 12월 18일부터 2027년 3월 28일까지 별도로 선보인다. 따라서 10월 현재 전시를 찾는 관람객은 본 전시실과 MMCA 스튜디오의 출품작을 먼저 보게 된다.

관람료는 8000원이다. 서울관 운영 시간은 월·화·목·금·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수요일과 토요일 오후 6시 이후 야간개장 시간에는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자료: 국립현대미술관, 서도호 전시 상세 페이지(2026);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관람안내(2026); 국립현대미술관, 보도자료 「국립현대미술관, ‘서도호’ 개인전 개최」(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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