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또 임신부 원거리 이송… 반복되는 ‘분만 공백’ 경고음
대구에서 임신부가 새벽 시간대 지역 의료기관 여러 곳에서 진료가 어려워 결국 충남 아산까지 이동해 치료를 받은 사실이 전해지면서, 지역 분만·응급의료 체계의 허점이 다시 드러났다. 한 차례의 이송 사례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지역에서 임신부와 신생아가 제때 치료받기 어려운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3월 25일 새벽 대구 동구에서 복통을 호소한 임신 20주 차 여성이 119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현장 구급대가 대구·경북 지역 의료기관들에 이송 가능 여부를 타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병원이 분만실 운영 여건, 전문의 공백, 응급수술 진행 등의 이유로 환자 수용이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해당 임신부는 평소 진료받던 충남 아산의 병원으로 옮겨져 진료를 받았다.
다행히 산모와 태아 모두 큰 이상 없이 치료를 마쳤지만, 이번 사례는 지역 내에서 적절한 산과 진료를 신속히 연결하는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응급 상황은 시간대와 병원 사정에 따라 대응 가능 여부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어디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조차 즉시 판단하기 어려운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예외적 장면이 아니라는 데 있다. 최근 대구에서는 중증·응급환자가 지역 안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지는 사례가 늘어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장거리 이송 대상도 뇌혈관질환,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이른바 필수의료 분야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일수록 지역 안에서 완결적인 대응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분만과 산과 진료는 특히 인력과 시설, 당직 체계가 동시에 갖춰져야 유지된다. 분만실이 있어도 전문의가 없으면 즉시 대응이 어렵고, 전문의가 있어도 응급수술이나 병상 포화 상태가 겹치면 수용 여력이 떨어질 수 있다. 결국 겉으로는 병원이 존재하더라도 실제 응급환자가 들어갈 수 있는 의료 역량은 별개라는 점이 이번 사례에서 다시 확인됐다.
앞서 대구에서는 조산 위험이 있던 쌍둥이 임신부가 지역 병원들에서 연이어 수용되지 못해 장시간 이동 끝에 타지역에서 수술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당시에는 더 무거운 결과로 이어지며 지역 응급·분만 인프라 전반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크게 확산됐다. 이번 일 역시 결과적으로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 같은 불안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소방당국은 산과와 소아과, 외상 분야 경험 인력을 보강하고 구급 대응 역량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다만 현장 이송 체계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핵심은 지역 안에서 임신부와 중증환자를 제때 받아줄 수 있는 병상, 전문의, 당직 시스템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역 의료 공백은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응급 상황에서는 곧바로 생명 문제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