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진달래꽃’은 왜 판본마다 다를까…김소월 원문 교정의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나

김소월 시집의 표기가 판본마다 달라지는 이유는 단순히 옛맞춤법을 현대어로 바꾸는 과정만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확인되는 자료만 놓고 봐도 적어도 세 층위의 변화가 겹쳐 있다. 1922년 잡지 『개벽』에 처음 발표된 텍스트와 1925년 김소월 생전 유일 시집 『진달내꽃』에 실린 텍스트가 먼저 다르고, 같은 1925년 초판본 안에서도 표지와 일부 편집 상태가 다른 이본이 존재한다. 그 뒤 김소월 사후에 나온 선집과 전집, 교과서, 현대어판이 다시 표기와 띄어쓰기, 경우에 따라서는 어휘 해석까지 손보면서 오늘 독자가 접하는 『진달래꽃』은 하나의 고정된 원문보다 편집의 역사를 함께 읽어야 하는 텍스트가 됐다.


원문은 처음부터 하나가 아니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디지털 컬렉션에서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1922년 『개벽』 제25호에 발표됐고, 1925년 12월 매문사에서 시집 『진달래꽃』이 나왔다고 설명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도 이 작품이 1922년 발표 뒤 1925년 시집에 다시 실리면서 시어와 율격이 수정됐다고 적고 있다. 즉 오늘 흔히 떠올리는 「진달래꽃」은 발표 당시의 초출본이 아니라, 시인이 직접 손질해 시집에 다시 수록한 형태와 함께 읽혀야 한다는 뜻이다. 판본 차이는 후대 출판사들의 오자나 현대화 이전에, 이미 작가 자신의 개작에서 시작된 셈이다.

국립국어원 기관지에 실린 권영민의 1998년 글은 이 차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개벽』본에는 한 연 안에서 행 구성이 지금과 다르고, 1925년 시집본에서는 음수와 리듬을 맞추기 위해 표현이 다듬어진다. 대표적으로 3연에서 초출본의 표현 일부가 시집본에서 ‘가시는거름거름’, ‘노힌그꽃츨’, ‘삽분히즈려밟고’ 식으로 바뀌었다는 설명이 나온다. 같은 작품이라도 어느 시점을 원문으로 삼느냐에 따라 ‘원전’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이 비교가 보여준다.


1925년 초판본도 한 종류가 아니었다


문제는 1925년 시집본마저 하나로 정리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국가유산 관련 설명을 인용한 보존과학 연구에 따르면, 1925년 12월 26일 매문사에서 나온 초판본은 총판매소에 따라 중앙서림본과 한성도서주식회사본으로 나뉘며, 두 계열은 간행 시기와 판권지 기록은 같지만 표지와 제목 표기 방식이 다르다. 모든 판본에서 ‘진달래’는 ‘진달내’로 적혔지만, ‘꽃’은 중앙서림본에서 ‘ᄭᅩᆺ’으로, 한성도서본에서는 ‘꽃’으로 적혔다. 한성도서 총판본에는 본문에 편집 오류가 여러 군데 보인다는 설명도 함께 붙어 있다.

이 점은 “초판본을 보면 곧바로 원문이 확정된다”는 생각이 실제 자료 앞에서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를 보여준다. 첫째, 같은 해 같은 날 나온 책에도 표지 표기가 다르다. 둘째, 본문이 같다고 해도 인쇄와 편집 상태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 셋째, 국가유산으로 등록된 사실은 그 책의 역사적 가치를 공인하는 절차이지, 그중 어느 판본을 문학 텍스트의 유일한 정본으로 선포하는 절차는 아니다.


김억의 손, 연구자의 손, 오늘 편집자의 손


김소월 사후에는 텍스트의 주도권이 다시 이동한다. 권영민의 글에 따르면, 김억이 엮은 『소월시초』에서는 「진달래꽃」의 표기와 띄어쓰기가 현대 독자에게 익숙한 형태로 상당 부분 정리된다. 더 중요한 것은 단순한 맞춤법 정리 수준을 넘어, 3연의 ‘즈려밟고’를 ‘지레 밟고’로 바꾸어 읽은 대목이다. 오늘 교과서와 선집에서 독자가 접하는 형태가 ‘작가의 마지막 손질’만이 아니라, 사후 편집자의 해석을 거쳐 굳어진 결과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학계도 이 문제를 오래 다뤄 왔다. RISS와 KCI에 공개된 서지 정보를 보면, 「김소월 시의 결정본 확정 과정」 같은 연구는 아예 ‘결정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자체를 검토 대상으로 삼는다. 다른 연구는 『진달내꽃』 수록본을 결정본으로 보고, 시집 수록 이전 발표형과 비교해 표기와 문법 요소의 변화를 분석한다. 원문 교정의 권한이 한 사람에게 영구히 고정돼 있지 않고, 작가의 개작·사후 편집·원전비평·현대 편집이 층층이 겹쳐 현재의 텍스트가 성립한다는 사실이 여기서 드러난다.


그렇다면 누가 결정하나


확인된 자료만 놓고 답하면, 김소월 시집의 원문 교정은 국가가 일괄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생전에는 작가가 스스로 손질했고, 사후에는 김억 같은 편집자가 선집의 형태를 만들었으며, 이후에는 원전비평 연구자와 출판 편집자가 어떤 판본을 기준으로 삼을지 선택해 왔다.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같은 공공기관은 이 텍스트들을 보존하고 접근 경로를 넓히지만, 현재 확인되는 공개 자료상 하나의 단일한 ‘공인 정본’을 고시하기보다는 원문 이미지, 판본 정보, 책임편집 정보를 함께 제시하는 방식에 가깝다. 독자가 판본 차이를 이해하려면 작품만 읽을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판본을 대본으로 삼았는지까지 봐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김소월을 읽는 데 필요한 질문도 조금 달라진다. “어느 표기가 맞는가”보다 먼저 “어느 시기의 어떤 판본을 읽고 있는가”, “그 판본에 누가 어떤 원칙으로 손을 댔는가”를 물어야 한다. 연구와 교육에서는 1922년 『개벽』 초출본, 1925년 『진달내꽃』 초판본, 김억 편 『소월시초』, 현대 전집과 교과서본을 구분해 병기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원문 교정의 권한은 결국 한 기관의 승인보다, 판본을 대조하고 편집 원칙을 밝히는 공개된 설명 책임에서 생긴다고 보는 편이 실제 자료의 상태에 더 가깝다.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 컬렉션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광장이 지금도 이 작품의 서로 다른 전거를 나란히 보여주는 점은 이 문제의 현재성을 확인하게 한다. 도서관은 1922년 『개벽』본과 후대 판본 이미지를 함께 소개하고, 문학광장은 2015년 디지털 총서에서 책임편집자와 원문 이미지 활용 출처를 밝힌다. 김소월을 둘러싼 텍스트의 역사가 아직도 ‘완성된 하나의 문장’이 아니라 ‘어떤 문장을 채택할 것인가’의 문제로 남아 있다는 뜻이다. 판본마다 달라진 표기는 우연한 혼선이 아니라, 한국 근대문학 텍스트가 보존되고 해석되고 다시 읽혀 온 과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흔적이다.

자료: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 컬렉션 「김소월, 진달래꽃」(2022);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진달래꽃」(최종수정 2024년 11월 6일); 권영민,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서소서>의 의미: 김소월의 진달래꽃」, 『새국어생활』 제8권 제4호(1998); 유우식·유영식, 「이미지 비교와 분석을 통한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초간본 이본의 인쇄 방법 추정」, 『보존과학회지』 제40권 제3호(2024);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광장, 『한국근대문학 디지털 총서 4 진달래꽃』 안내(2015); 최명표, 「김소월 시의 결정본 확정 과정 — 전정구의 『김정식 작품 연구』를 대상으로」, 『비평문학』 67호(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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