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국어·문학 교과서의 여성 작가 작품, 1차 교육과정부터 2015 개정까지 어떻게 달라졌나
여성 예술가의 작품이 교과서에서 얼마나 보였는지 묻는 질문에, 지금 당장 확인 가능한 기록은 예상보다 좁고도 선명한 답을 내놓는다. 고등학교 국어·문학 교과서를 시기별로 대조하면, 여성 작가 작품의 수록은 오랫동안 소수의 시인과 몇 편의 작품에 집중돼 있었다. 변화가 본격화한 것은 뒤늦게 7차 교육과정 무렵이었고, 2015 개정 교과서에 이르러서는 여성 작가의 장르와 시선이 이전보다 넓어졌지만, 그 확대가 곧바로 균형을 뜻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비교는 시각예술 전 분야가 아니라, 원문과 목록을 비교해 확인할 수 있는 고등학교 국어·문학 교과서를 중심으로 범위를 좁혔다. 교과서에 실린 여성 예술가 작품이라는 문제의식을 검증 가능한 자료로 추적하려면, 실제 수록 목록과 교육과정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영역부터 살피는 편이 더 정확하기 때문이다.
처음의 교과서에는 여성 작가가 거의 없었다
1차부터 7차 교육과정까지 고등학교 국어·문학 교과서를 통시적으로 분석한 연구를 보면, 이 시기 교과서에 실린 현대 여성시는 중복을 제외해 14편, 작가는 7명에 그쳤다. 연구가 대상으로 삼은 것은 1955년 제정된 1차 교육과정부터 1997년 고시된 7차 교육과정까지의 인문계 고등학교 국어·문학 교과서다. 여성 작가의 부재가 단순한 인상 비평이 아니라, 실제 수록 목록의 빈약함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초기 수록 양상은 더 단순했다. 1차 교육과정기에는 노천명의 ‘푸른 오월’, 2차와 3차 교육과정기에는 같은 시인의 ‘사슴’이 확인된다. 4차 교육과정기에 들어서야 김남조의 ‘겨울 바다’와 노천명의 ‘오월의 노래’가 보이고, 5차와 6차에는 허영자의 ‘자수’, 김남조의 ‘정념의 기’와 ‘설일’이 뒤를 잇는다. 여성 작가가 등장하더라도 대체로 서정시 몇 편이 반복되는 구조였다는 뜻이다.
이 시기의 특징은 숫자만이 아니다. 작품의 결도 비교적 한 방향으로 모인다. 노천명, 김남조, 허영자의 작품은 교과서 안에서 주로 서정성과 내면 정서를 대표하는 사례로 배치됐고, 여성 작가의 문학적 스펙트럼을 넓게 보여 주는 구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여성 작가가 적게 실린 데 더해, 실린 작품의 성격도 좁았다는 점이 함께 드러난다.
7차 교육과정에서 수는 늘었지만, 확장은 뒤늦었다
분기점은 7차 교육과정기다. 이 시기에는 노천명의 ‘자화상’과 ‘장날’, 김남조의 ‘정념의 기’와 ‘겨울 바다’, 허영자의 ‘자수’에 더해 강은교의 ‘우리가 물이 되어’, 김혜순의 ‘납작납작-박수근 화법을 위하여’, 천양희의 ‘한계’, 이해인의 ‘살아 있는 날은’과 ‘긴 두레박을 하늘에 대며’까지 확인된다. 앞선 교육과정에서 거의 보이지 않던 여성 시인의 세대와 문체가 한꺼번에 늘어난 셈이다.
중요한 변화는 작품 수보다 수록 방식에 있다. 7차에 새로 들어온 작품들에는 내면 서정만이 아니라 존재론적 성찰, 도시적 감각, 참여적 시선, 다른 예술 장르와의 대화가 함께 나타난다. 김혜순의 ‘납작납작-박수근 화법을 위하여’는 제목부터 회화와 시의 접점을 드러내고, 강은교의 ‘우리가 물이 되어’는 이전 교과서의 여성시가 주로 담당했던 정서적 역할과는 다른 읽기 방식을 요구한다. 여성 작가를 교과서에 넣는 것과, 어떤 여성 작가를 어떤 작품으로 읽게 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 여기서 분명해진다.
다만 이 확대를 과장하기는 어렵다. 7차 교육과정기의 증가가 두드러져 보이는 이유는 그 이전 시기의 기반이 워낙 협소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7차는 충분한 균형의 도착점이라기보다, 오랫동안 지연된 보완의 시작에 가깝다.
2015 개정 교과서에서는 장르가 넓어졌다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발행된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서는 여성 작가의 존재 방식이 더 다양해진다. 창비 문학 교과서 안내 자료를 보면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 2’, 금희의 ‘세상에 없는 나의 집’, 김애란의 ‘입동’이 한 권 안에 함께 배치돼 있다. 여성 작가가 더 이상 특정한 서정시 한 갈래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소설과 동시대 서사까지 포함하는 방식으로 들어온 것이다.
여기에 김혜순의 ‘납작납작-박수근 화법을 위하여’처럼 다른 예술과의 관계 속에서 읽히는 작품도 2015 개정 문학 교과서의 실제 수록 목록과 학습 자료에서 확인된다. 여성 작가의 작품이 단지 ‘여성의 정서’를 대표하는 예시가 아니라, 문학과 회화의 관계나 문학의 표현 방식 자체를 설명하는 제재로 이동한 점은 이전 시기와 구별된다.
이 변화는 다른 교과서 자료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의 비교 자료에는 황진이의 시조 ‘동지ㅅ달 기나긴 밤을~’, 박완서의 ‘겨울 나들이’와 ‘그 여자네 집’ 같은 작품이 다른 출판사 교과서에 실린 사례로 제시된다. 여성 작가의 이름이 교과서에서 아예 희귀한 예외였던 시기와 비교하면, 고전 시조에서 현대소설까지 배치 폭이 넓어진 셈이다.
2026년의 교과서는 과도기 위에 있다
다만 2026년 현재의 학교 현장을 말할 때는 교육과정의 시차를 함께 봐야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2025학년도에 고등학교 1학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했고, 2026학년도에는 고등학교 1·2학년으로 확대된다. 그만큼 학교 현장에서는 2015 개정과 2022 개정 체제가 학년별로 겹치는 과도기가 나타난다.
이 때문에 지금 시점의 질문은 단순히 “요즘 교과서에는 여성 작가가 많아졌는가”로 끝나지 않는다. 어떤 학년이 어떤 교육과정의 교과서를 쓰는지, 문학 과목인지 공통국어인지, 작품이 독립 제재로 실렸는지 보조 활동으로만 다뤄지는지까지 함께 따져야 실제 풍경이 보인다. 여성 작가 수록의 확대는 분명한 흐름이지만, 그 확대가 곧바로 안정된 표준이 되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행기의 변수가 남아 있다.
교과서의 변화는 숫자보다 배치 방식에서 읽힌다
이번 비교에서 확인되는 핵심은 단순한 증가보다 배치 방식의 변화다. 초기 교과서에서 여성 작가 작품은 드물었고, 등장하더라도 몇몇 서정시에 집중됐다. 7차 교육과정은 그 폭을 넓히기 시작했고, 2015 개정 교과서는 여성 작가를 시·소설·고전 시조와 동시대 서사, 나아가 다른 예술과 교차하는 작품까지 확장해 배치했다.
그렇다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교과서에서 중요한 것은 여성 작가의 이름이 몇 번 나오느냐만이 아니라, 어떤 작품이 문학사의 핵심 사례로 호출되는지, 어떤 작품이 본문이 아니라 부가 학습 자료로 밀리는지, 그리고 여성 작가의 작품이 여전히 특정 정서나 역할로 한정되는지 여부다. 교과서에 실린 여성 예술가 작품의 시대별 양상은 결국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중심 텍스트로 기억하게 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자료: 교육부,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및 각론 확정·발표(2015.9.23.); 성신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고등학교 국어과 교과서의 여성시 연구(2005); 창비교육,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참고서 안내(2019, 확인일 2026-10-23); 비상교육 비바샘, 문학관 및 2015 개정 문학 교과서 안내(확인일 2026-10-23); 좋은책신사고,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자료 ‘다른 교과서 엿보기’(확인일 2026-10-23); NCIC 국가교육과정정보센터, 2022 개정 교육과정 적용 시기 안내(확인일 2026-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