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AI가 만든 옛 거리 복원 이미지, 사료와 추정을 어떻게 나눠 보여줄까

AI로 만든 옛 거리 복원 이미지는 빠르게 늘고 있다. 문제는 이미지의 정교함 자체보다, 그 장면이 어디까지 사료에 근거하고 어디부터 제작자의 추정인지 관람자가 한눈에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 문화유산 시각화 분야에서는 이 문제를 새 과제로 보지 않는다. 이미 국제 원칙은 오래전부터 사료와 가설, 확실성과 불확실성을 구분해 제시하라고 요구해 왔다. 생성형 AI가 논점을 바꾼 것이 아니라, 오래된 원칙을 훨씬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 셈이다.


국제 원칙은 이미 ‘사료와 가설의 구분’을 핵심으로 삼아 왔다


런던 헌장은 3차원 시각화 연구가 이용자에게 증거와 가설의 차이, 그리고 서로 다른 개연성의 수준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또 시각화가 무엇을 재현하는지, 가설적 복원이라면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인지가 함께 전달돼야 한다고 봤다. 단순히 결과 이미지를 제시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어떤 자료와 해석이 그 이미지를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세비야 원칙은 한발 더 나아갔다. 고고유산의 가상 복원에서는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비실제인지 구별 가능해야 하며, 복원이나 재현이 어느 정도 정확도 위에 서 있는지도 명시돼야 한다고 했다. 보존된 원형, 실제 부재를 제자리로 돌려놓은 경우, 현장에서 일부를 다시 세운 경우, 가상으로만 복원한 경우를 서로 다르게 보여주라는 요구도 담겼다. 결국 문화유산 복원 이미지는 한 장의 완성 그림이 아니라, 증거의 층위와 해석의 층위를 함께 공개하는 문서여야 한다는 기준이다.


국내 기관도 이미 ‘추정 복원도’라는 언어를 써 왔다


국내 박물관과 아카이브의 공개 자료를 보면 이 구분 감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책자 자료에는 유물의 원래 쓰임과 형상을 설명하면서 ‘추정 복원도’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확인 가능한 실물과 비교 자료를 바탕으로 형상을 재구성하되, 그것이 실측 원본과 동일한 확정 모습은 아니라는 점을 이름 자체로 드러낸 사례다.

옛 거리 장면을 다루는 자료의 성격도 대체로 이와 비슷하다. 서울역사박물관은 ‘경성 상점가’, ‘경성의 신문물과 신문화’ 같은 전시 설명과 함께 종로의 전차, 식민지기 상권, 북촌과 남촌의 분화 같은 도시 맥락을 소장 자료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다. 소장 목록에는 ‘경성 의주 거리 전경 사진엽서’, ‘경성 조선인 마을 전경 사진엽서’처럼 거리 장면을 보여주는 개별 기록물이 확인된다. 국립중앙도서관도 대한민국 신문아카이브와 코리안 메모리를 통해 신문, 사진, 지역 자료를 축적해 왔다. 즉, 옛 거리 복원 이미지는 완전히 무에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진엽서·신문·지도·전차 사진·건물 기록 같은 파편적 사료들을 엮어 만드는 작업이어야 한다는 점이 이미 공공 아카이브의 구조 속에 들어 있다.

다만 이번 취재에서 확인한 국가유산청·국립중앙박물관·국립중앙도서관의 공개 웹 자료 범위에서는, AI가 생성한 복원 이미지를 전시하거나 배포할 때 사료와 추정, 생성 보정의 범위를 관람객에게 통일된 방식으로 알리는 별도 공개 표시 규정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25년 7월 발표한 ‘문화유산 디지털 애셋 표준 가이드라인 2024’는 데이터의 개방성, 상호운용성, 메타데이터 체계를 강조하지만, 이것만으로 곧바로 관람용 복원 이미지의 해석 책임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 표준과 해석 표식은 연결되지만 같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AI 이미지는 ‘복원’과 ‘연출’을 쉽게 섞는다


생성형 AI가 특히 까다로운 이유는 빈칸을 매우 자연스럽게 메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30년대 종로 거리를 복원한다고 할 때, 건물의 대략적 위치와 전차 노선은 지도와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어도, 간판의 정확한 색, 보행자의 복식 비율, 날씨, 도로의 표면 질감, 시점의 높이, 광고물의 배치까지 사료가 모두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AI는 이런 결손부를 하나의 그럴듯한 장면으로 매끈하게 연결한다. 그 결과 이용자는 사료에서 직접 확인된 요소와 모델이 평균적으로 만들어낸 요소를 같은 사실처럼 받아들이기 쉽다.

반대로 동시대 미술에서는 이 불확실성을 노출하는 방식이 나타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2026년 소개한 이정우의 작업은 해방 직후 영화의 사라진 장면을 생성형 AI로 재구성하면서, 복원이 곧 진실의 회복이라는 믿음 자체를 질문의 대상으로 삼았다. 같은 AI 이미지라도 문화유산 복원에서는 불확실성을 숨기지 않는 표식이 필요하고, 예술 작업에서는 오히려 그 불확실성 자체가 작품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좋은 그림’이 아니라 ‘좋은 표시 체계’다


옛 거리 복원 이미지에 필요한 최소 표시 기준은 복잡하지 않다. 첫째, 이미지의 목적을 먼저 밝혀야 한다. 연구용 검토 이미지인지, 전시용 해설 이미지인지, 교육용 상상도인지에 따라 허용되는 추정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둘째, 장면 안의 요소를 최소 세 층위로 나눠 제시할 필요가 있다. 사진·실측·문헌으로 직접 확인된 요소, 비교 사료를 바탕으로 복원한 추정 요소, 생성형 AI가 메운 연출 또는 보정 요소가 그것이다.

셋째, 이미지 바깥의 메타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미지 안에서도 차이를 보이게 해야 한다. 색상 범례, 반투명 오버레이, 클릭 가능한 레이어, 요소별 신뢰도 표기처럼 관람자가 보는 순간 구분 가능한 방식이 요구된다. 넷째, 사용한 핵심 사료 목록과 제작 과정의 판단 근거를 함께 남겨야 한다. 런던 헌장과 세비야 원칙이 공통으로 강조한 투명성과 검증 가능성은 여기서 실질적 의미를 갖는다. 다섯째, 생성형 AI가 개입했다면 개입 범위를 별도로 적시해야 한다. 단순 해상도 보정인지, 결손부 추론인지, 아예 장면 합성인지가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AI가 만든 옛 거리 복원 이미지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의 화려함이 아니라 책임의 형식이다. 사진 한 장, 신문 한 면, 박물관 소장품 한 점을 근거로 한 복원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어디까지나 관람자가 사료와 추정을 구분할 수 있을 때만 공적 설득력을 얻는다. 복원 이미지를 둘러싼 다음 단계의 논의는 더 정교한 생성 모델이 아니라, 무엇이 기록이고 무엇이 해석인지 숨기지 않는 표시 규칙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자료: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 녹서 2025(2025); The London Charter, The London Charter for the Use of 3-Dimensional Visualisation in the Research and Communication of Cultural Heritage Draft 1.1(2006); ICOMOS, Resolutions of the 19th ICOMOS General Assembly, New Delhi 2017(2018); ICOMOS España, The Seville Principles: International Principles of Virtual Archaeology(2017 ratified edition);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자원 데이터의 국제 표준화로 AI 시대 케이-뮤지엄의 도약을 선도하다(2025-07-14); 서울역사박물관, 경성 상점가·경성의 신문물과 신문화·전시물 소개 및 소장품 목록 공개자료(열람일 2026-10-23); 국립중앙도서관, 대한민국 신문아카이브 및 코리안 메모리 공개자료(열람일 2026-10-23); 국립현대미술관, 연구·전시 연계 공개자료(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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