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어린이극의 관객 참여 장면, 교육 효과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장면 설계다

어린이극에서 관객 참여는 오래전부터 익숙한 장치였지만, 지금 현장에서 더 중요해진 질문은 아이가 무대에 얼마나 많이 반응하느냐가 아니다. 그 반응이 작품의 리듬, 거리감, 상상력의 전개 안에서 어떻게 설계됐느냐가 먼저다.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ASSITEJ)도 2026년 시작한 연구 프로젝트에서 어린이·청소년 공연예술의 예술적·문화적·사회적·교육적 가치가 널리 인정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종종 산발적이거나 일화적이라고 짚었다. 교육 효과를 앞세운 설명만으로는 작품의 성패를 가를 수 없고, 결국 현장에서 검증해야 할 것은 장면이 얼마나 정교하게 작동하는지라는 뜻에 가깝다. ([assitej-international.org](https://assitej-international.org/ko/advocacy/research/advocacy-research-projects/))


참여는 많을수록 좋은가, 완성도 높은 참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이 기준은 실제 작품 기록에서 더 분명해진다. 아시테지 코리아가 발행한 2020년 『아동청소년극포럼』의 <오버코트> 리뷰는, 이 작품이 대면공연으로 관객과 만났다면 등장인물이 관객에게 실을 직접 묶어주는 사전 의식으로 시작해 체험놀이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 그러나 평자의 핵심 평가는 참여 그 자체가 아니었다. 바닥의 나무 프레임, 사다리와 의자, 라이브 음악, 배우의 움직임, 영상 이미지가 오차 없이 조율되며 소박한 무대에서 관객의 상상력을 확장시킨다는 점이 작품의 성취로 제시됐다. 관객을 끌어들이는 행위가 효과를 가지려면, 그 이전에 무대의 시간과 오브제가 얼마나 정확히 맞물리는지가 선행된다는 뜻이다. ([assitejkorea.org](https://assitejkorea.org/uploads/board/%EC%95%84%EB%8F%99%EC%B2%AD%EC%86%8C%EB%85%84%EA%B7%B9%ED%8F%AC%EB%9F%BC18%ED%98%B8.pdf))

같은 호에 실린 <오늘도 바람> 리뷰는 다른 방식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제주 4·3을 다룬 이 작품에서 제작진은 어린 관객이 감정적으로 압도되지 않도록 코러스를 활용해 배우의 행동과 심리를 설명하고, 일부러 몰입의 흐름을 끊어 극과 관객 사이의 거리를 만들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참여를 독려하는 적극적 상호작용이 아니라, 어린 관객이 따라갈 수 있는 감정의 속도와 인지의 간격을 연출이 어떻게 통제하느냐다. 어린이극의 연출 완성도는 아이를 무대 안으로 끌어당기는 기술만이 아니라, 어디에서 멈추고 숨을 돌리게 할지를 아는 기술이기도 하다. ([assitejkorea.org](https://assitejkorea.org/uploads/board/%EC%95%84%EB%8F%99%EC%B2%AD%EC%86%8C%EB%85%84%EA%B7%B9%ED%8F%AC%EB%9F%BC18%ED%98%B8.pdf))


2020년대의 변화, 참여는 구호가 아니라 매체 문법이 됐다


시기별 차이도 보인다. 같은 『아동청소년극포럼』 좌담에서는 2020년 전후의 창작 현장이 극장에서의 참여와 영상에서의 참여가 다르다는 점을 의식하고, 줌 기반 1대1 방식이나 키트 활용 같은 실험을 논의했다. 이어 2024 서울 아시테지 겨울축제 프로그램북은 일부 작업이 어플리케이션이나 보드게임 형식을 차용해 관객이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유도한다고 소개했다. 과거의 관객 참여가 배우의 질문에 답하고 손을 들고 무대로 올라가는 장면에 가까웠다면, 최근의 참여는 매체와 규칙 자체를 서사 구조 안에 넣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참여 장면은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작품의 문법이 됐다. ([assitejkorea.org](https://assitejkorea.org/uploads/board/%EC%95%84%EB%8F%99%EC%B2%AD%EC%86%8C%EB%85%84%EA%B7%B9%ED%8F%AC%EB%9F%BC18%ED%98%B8.pdf))

이 변화는 어린이극을 교육의 하위 범주로만 읽는 습관과도 거리를 둔다. 어린이 관객을 상정한 공연이라고 해서 메시지가 분명하거나 체험 요소가 많으면 자동으로 좋은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록으로 남은 강한 작품들은 상상력의 장치를 얼마나 경제적으로 배치했는지, 무거운 소재를 어떤 거리감으로 번역했는지, 참여의 규칙을 이야기의 리듬 속에 얼마나 무리 없이 넣었는지에서 평가받았다. 어린이극의 관객 참여 장면을 볼 때 교육 효과를 묻는 질문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 질문은 최소한 장면 설계가 성공했는지 확인한 뒤에야 유효해진다. ([assitejkorea.org](https://assitejkorea.org/uploads/board/%EC%95%84%EB%8F%99%EC%B2%AD%EC%86%8C%EB%85%84%EA%B7%B9%ED%8F%AC%EB%9F%BC18%ED%98%B8.pdf))

자료: ASSITEJ International, 옹호 및 연구 프로젝트–회원 대상 공개 모집(2026);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아동청소년극포럼』 통권 18호(2020);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2024 서울 아시테지 겨울축제 프로그램북(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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