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인가…버클리 심리학자가 밝힌 놀이와 학습의 관계
앨리슨 고프닉의 2011년 TED 강연에서 시작된 질문…생후 18개월의 타인 선호 이해와 유아의 원인 추론 실험, 2025년 연구가 제기한 놀이 효과의 검증 과제
아기가 장난감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보호자가 장난감을 주워주면 다시 떨어뜨린다. 같은 행동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 어른은 장난감을 던지는 행동을 멈추도록 하거나 다른 놀이로 관심을 돌리려 할 수 있다.
그러나 아기의 행동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장난감을 떨어뜨리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자신의 행동에 주변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물체는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탐색하는 과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장난감을 반복해서 떨어뜨리는 모든 행동이 의도적인 실험이라는 뜻은 아니다. 단순히 감각적 자극을 즐기거나 보호자와 상호작용하려는 행동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겉으로 단순해 보이는 행동에도 여러 종류의 학습이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의 발달심리학자 앨리슨 고프닉(Alison Gopnik)은 2011년 TEDGlobal 강연 ‘What Do Babies Think?’에서 아기와 어린아이의 인지능력에 관한 기존의 인식에 도전했다.
그는 어린아이를 지식이 부족하고 비합리적인 존재로만 이해하는 관점이 발달심리학의 연구 결과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기와 유아는 주변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관찰하고 정보를 수집하며, 경험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추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프닉은 어린아이의 사고를 과학자의 연구활동에 비유했다. 과학자가 관찰과 실험을 통해 가설을 검토하듯 아이들도 놀이와 탐색을 통해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알아간다는 설명이다.
이 비유는 교육과 양육에 관한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아이가 장난감을 만지고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시간은 단순히 즐겁게 보내는 시간인가. 아니면 어른이 별도로 설명하지 않아도 새로운 지식을 형성하는 학습 과정인가.
2011년 이후 관련 연구는 더욱 발전했다. 영유아가 통계적인 규칙성과 인과관계를 이용해 학습한다는 근거가 축적됐으며, 연구자들은 이러한 능력이 일상적인 놀이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분석하고 있다.
다만 2025년 학술지 ‘Infancy’에 발표된 종설은 중요한 한계를 지적했다. 놀이와 인지발달이 관련돼 있다는 연구는 많지만, 실제 놀이활동을 변화시켰을 때 장기적인 인지발달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직접 입증한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기가 놀이를 통해 학습한다는 사실과 특정한 놀이를 많이 시키면 지능이 향상된다는 주장은 서로 다르다.
고프닉의 강연을 오늘날 다시 살펴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린아이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그 능력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
아기는 왜 어른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는가
아기는 성인에 비해 언어능력이 제한적이다. 복잡한 질문에 말로 답하기 어렵고,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아기가 인과관계와 타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보는 견해가 널리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말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생각하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발달심리학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기가 무엇을 바라보는지, 어떤 물체를 선택하는지, 예상과 다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측정해 왔다.
예를 들어 아기가 어떤 물체를 예상보다 오래 바라본다면 그 사건이 기존의 기대와 달랐을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 특정한 장난감을 반복적으로 선택한다면 그 선택에 영향을 미친 정보를 분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을 곧바로 성인과 같은 추론 능력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오래 바라보는 행동은 놀라움 외에도 지각적인 특징과 주의집중, 자극에 대한 선호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연구자는 서로 다른 설명을 구분할 수 있도록 실험을 설계해야 한다.
고프닉의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아기에게 성인과 같은 질문을 요구하지 않고도 초기 인지능력을 검토할 수 있는 실험적 접근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은 영유아를 단순히 지식을 전달받는 수동적인 존재로 보는 관점을 변화시켰다.
아기는 아직 배우지 않은 사실이 많지만 주변의 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규칙을 발견할 수 있다.
어른과 동일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과 학습할 능력이 없다는 점은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생후 18개월 아기는 다른 사람이 자신과 다른 음식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까
고프닉이 TED 강연에서 소개한 대표적인 사례는 음식에 대한 선호를 이용한 실험이다.
1997년 베티 레파콜리와 앨리슨 고프닉은 학술지 ‘Developmental Psychology’에 다른 사람의 욕구를 이해하는 능력이 언제 나타나는지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에서는 어린아이에게 두 종류의 음식을 보여줬다. 하나는 아이들이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크래커였고 다른 하나는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브로콜리였다.
실험자는 음식을 먹으면서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중요한 조건에서는 실험자가 어린아이의 일반적인 선호와 반대되는 반응을 보였다. 브로콜리를 맛있어하면서 크래커를 싫어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다음 실험자는 아이에게 음식을 달라고 요청했다.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줄지, 아니면 실험자가 좋아한다고 표현한 음식을 줄지 관찰했다.
연구 결과 생후 18개월 아이들은 실험자의 선호가 자신의 선호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반영해 음식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생후 14개월 집단에서는 같은 수준의 수행이 나타나지 않았다.
고프닉은 2011년 TED 강연에서 이러한 발달 차이를 설명하면서 생후 15개월과 18개월을 대비해 소개했다. 다만 원논문의 비교 집단은 14개월과 18개월이었다는 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의 의미는 단순히 아기가 다른 사람에게 음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있지 않다.
다른 사람이 자신과 다른 것을 원할 수 있으며, 상대방의 반응을 근거로 그 선호를 추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있다.
그러나 생후 18개월에 타인의 마음을 완전하게 이해한다는 뜻은 아니다.
타인의 욕구를 특정 상황에서 파악하는 능력과 다른 사람이 무엇을 믿고 있는지,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까지 이해하는 능력은 구분된다.
실험에서 관찰된 것은 음식 선호와 관련된 특정한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이다. 모든 사회적 상황에서 상대방의 생각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발달연령을 해석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생후 14개월과 18개월의 차이가 관찰됐다고 해서 모든 아이가 정확히 18개월이 되는 순간 새로운 능력을 얻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발달과 경험, 실험 과제의 난도에 따라 수행에는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초기 영유아기에도 다른 사람의 선호를 추론하는 능력이 발달한다는 사실이다.
장난감에서 불이 켜지는 이유를 아이는 어떻게 알아낼까
고프닉의 연구에서 또 다른 중요한 영역은 인과학습이다.
인과학습은 어떤 사건이 다른 사건을 발생시키는지 이해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버튼을 누르면 소리가 나는 장난감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아이가 버튼을 누른 뒤 소리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관찰하면 두 사건 사이의 관계를 학습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두 사건이 함께 발생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버튼이 소리를 발생시킨다는 원인을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이러한 차이를 검토하기 위해 고프닉과 동료 연구자들은 이른바 ‘블리켓 탐지기(Blicket Detector)’를 활용했다.
블리켓 탐지기는 특정한 물체를 올려놓으면 불이 켜지거나 소리가 나는 장치다.
연구자는 여러 물체를 제시한 뒤 어떤 물체가 기계를 작동시키는지 관찰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빨간 블록과 파란 블록을 각각 올려놓거나 두 블록을 함께 올려놓으면서 기계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여준다.
그다음 아이가 어떤 물체를 원인으로 판단하는지 확인한다.
2000년 발표된 고프닉과 동료들의 연구는 2~4세 아이들이 물체의 외형뿐 아니라 기계를 작동시키는 인과적 특성을 이용해 물체를 분류하고 새로운 상황의 결과를 추론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아이가 눈에 보이는 색깔과 모양만을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서로 비슷하게 생긴 물체라도 기계를 작동시키는 기능이 다르다면 그 차이를 학습할 수 있다.
반대로 외형이 달라도 같은 작용을 일으키는 물체를 관련된 범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어린아이의 학습이 단순한 암기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어떤 물체가 어떤 결과를 발생시키는지 관찰하면서 세상의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확률을 계산하지 못하는 아이가 통계적 규칙을 이용할 수 있는 이유
어린아이는 성인처럼 확률을 계산하거나 통계적 공식을 설명하지 못한다.
그러나 수학적 계산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사건의 규칙성을 전혀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고프닉과 타마르 쿠시니르는 2007년 블리켓 탐지기를 활용해 유아의 확률적 인과학습을 연구했다.
실험에서는 서로 다른 두 물체를 기계에 올려놓았을 때 작동하는 비율에 차이를 두었다.
고프닉이 후속 설명에서 소개한 사례에서는 노란 블록을 올려놓았을 때 여섯 번 중 네 번에 해당하는 비율로 기계가 작동했고, 파란 블록에서는 여섯 번 중 두 번 작동했다.
아이들은 복잡한 계산을 수행하지 않아도 기계를 더 자주 작동시키는 물체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연구는 어린아이가 관찰한 사건의 빈도와 규칙성을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확률을 수학적으로 이해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실험에서 나타난 수행은 통계적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정보를 선택에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확률을 공식으로 표현하는 능력과 관찰한 결과의 상대적인 빈도를 이용하는 능력은 구분해야 한다.
이 차이는 영유아 학습을 이해할 때 중요하다.
아이에게 성인이 사용하는 언어와 개념을 가르치지 않더라도 일상적인 경험을 통해 규칙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놀이가 학습과 연결될 수 있다는 설명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아이는 같은 행동을 여러 번 수행하면서 어떤 조건에서 원하는 결과가 발생하는지 관찰할 수 있다.
다만 반복하는 모든 행동에 확률적 계산과 가설 검증이 포함돼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복 행동에는 흥미와 즐거움, 운동기능의 연습 등 다른 요인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는 정말 과학자처럼 실험을 설계할 수 있을까
고프닉은 어린아이의 인지활동을 과학자의 연구에 비유했다.
과학자는 어떤 현상에 관한 가설을 세운 뒤 실험을 통해 이를 검토한다. 아이 역시 장난감을 조작하면서 예상한 결과가 실제로 발생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의 실험과 어린아이의 탐색을 동일한 활동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과학적 실험에서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조건을 통제해야 한다. 서로 다른 요인을 동시에 바꾸면 무엇 때문에 결과가 달라졌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어린아이도 이러한 원리를 이용할 수 있는가.
2007년 로라 슐츠와 동료 연구진은 학술지 ‘Developmental Psychology’에 유아의 탐색적 놀이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에서는 장난감이 작동하는 원인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상황과 여러 원인이 함께 작용해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을 비교했다.
평균 생후 57개월인 유아들은 원인이 모호한 장난감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탐색했다.
특히 아이들은 놀이 과정에서 서로 혼동된 원인을 구분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2011년 클레어 쿡과 노아 굿먼, 로라 슐츠가 발표한 연구도 이러한 가능성을 검토했다.
연구진은 평균 생후 54개월인 유아들이 원인을 구분할 수 있는 행동을 선택하고 실제로 설계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
결과는 아이들의 탐색이 단순히 무작위적인 행동만으로 구성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원인에 관한 정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아이들은 이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는 행동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모든 어린아이가 과학적 실험을 체계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능력은 나이와 과제의 특성, 제시된 물체의 구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연구실에서 특별히 설계한 장난감을 이용한 행동이 가정이나 어린이집의 모든 놀이 상황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지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 연구가 제시하는 결론은 중요하다.
어린아이의 탐색은 단순한 시간 보내기가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한 행동일 수 있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타나면 아이의 놀이는 달라진다
사람은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과 다른 결과를 경험하면 그 이유를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어린아이에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한 블록이 장난감을 작동시킨다고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자신의 기존 판단을 수정해야 할 수 있다.
이때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려는 행동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2015년 발표된 유아의 탐색적 놀이 연구에서는 기존의 예상과 충돌하는 정보를 관찰한 아이들이 원인을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실험을 더 많이 수행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아이가 이미 가지고 있던 생각과 새로운 증거 사이의 차이가 이후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를 학습에는 반드시 놀라움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예상과 일치하는 결과를 통해서도 지식을 강화할 수 있다. 반복적으로 확인된 규칙성이 다음 행동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항상 탐색을 늘리는 것도 아니다.
어떤 아이는 예상과 다른 사건을 흥미롭게 느낄 수 있지만 다른 아이는 과제가 어렵다고 판단해 관심을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놀이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아이를 계속 놀라게 해야 한다는 식의 처방은 연구 결과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고 기존의 생각을 검토할 기회를 갖는 일이다.
아기는 집중을 못 하는 것인가, 더 많은 정보를 동시에 받아들이는 것인가
고프닉의 TED 강연에서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설명은 어린아이의 주의집중 방식이다.
성인은 특정한 과제를 수행할 때 필요한 정보에 주의를 집중하고 다른 자극을 상대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복잡한 문서를 읽거나 문제를 해결하면서 주변 소음에 덜 반응하도록 주의를 조절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기와 어린아이는 주변의 다양한 자극에 쉽게 관심을 보일 수 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창밖의 소리에 반응하고, 다시 다른 물체를 바라보는 행동이 반복되기도 한다.
성인의 관점에서는 집중력이 부족한 모습처럼 보일 수 있다.
고프닉은 강연에서 성인의 주의를 특정한 대상에 집중되는 조명에, 어린아이의 주의를 주변의 넓은 영역을 비추는 등불에 비유했다.
어린아이의 주의는 특정한 과제에 오래 집중하는 데 불리할 수 있지만 환경에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유리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비유는 성인과 어린아이의 정보처리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어린아이가 성인보다 모든 정보를 더 잘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입증한 표현은 아니다.
주의집중은 나이에 따라 발달하는 복잡한 기능이며, 선택적 주의와 지속적 주의, 주의 전환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다.
어린아이도 특정한 대상에 오랫동안 집중할 수 있고 성인도 환경의 여러 자극을 동시에 탐색할 수 있다.
또한 주의가 쉽게 이동하는 현상은 새로운 정보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어떤 과제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데는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어린아이의 산만한 행동을 모두 뛰어난 탐색 능력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성인과 같은 방식으로 오랫동안 집중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학습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필요도 없다.
발달 단계에 따라 주의의 특성과 학습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2024년 연구는 영유아의 인과학습을 어떻게 설명했나
고프닉의 2011년 강연 이후 영유아의 인과학습을 설명하는 이론은 더욱 정교해졌다.
2024년 학술지 ‘WIREs Cognitive Science’에는 서맨사 배시와 수화 왕이 발표한 ‘Causal Learning by Infants and Young Children: From Computational Theories to Language Practices’라는 종설이 실렸다.
연구진은 영유아의 인과학습을 설명하는 두 가지 주요 이론적 접근을 검토했다.
하나는 경험한 사건에 대한 설명을 형성하면서 원인과 결과를 학습하는 접근이다.
다른 하나는 관찰한 증거와 기존의 기대를 결합해 여러 원인의 가능성을 추론하는 베이지안 모형이다.
두 접근 모두 어린아이의 학습이 단순한 자극과 반응의 연결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론적 모형이 실제 아이의 뇌에서 성인과 같은 수학적 계산이 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베이지안 모형은 관찰된 행동과 학습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계산적 틀이다.
모형이 특정한 행동을 잘 설명한다는 사실과 아이가 그 모형에 포함된 계산을 실제로 어떤 신경 과정으로 수행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2024년 종설에서 주목할 부분은 인과학습을 실험실의 물체 조작 과제에만 한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양육자와 아이의 일상적인 대화가 인과관계 학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검토했다.
보호자가 어떤 사건의 이유를 설명하거나 아이에게 질문하는 과정이 학습에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놀이가 반드시 혼자서 장난감을 조작하는 활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물체를 조작하는 경험과 타인의 설명을 듣는 경험이 결합하면서 아이의 이해가 변화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질문 방식이 어느 연령의 아이에게 가장 효과적인지는 과제와 발달 단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모든 놀이 상황에서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이 좋은 교육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아이의 관심과 현재 이해 수준을 고려해 설명과 질문의 정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 연구 과제로 남아 있다.
2025년 연구가 놀이의 효과에 다시 의문을 제기한 이유
어린아이의 놀이가 학습과 관련된다는 사실은 발달심리학에서 오랫동안 연구돼 왔다.
그러나 놀이와 인지발달 사이의 관계를 관찰했다는 사실만으로 놀이가 인지발달을 직접 향상시킨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
2025년 줄리아 세리노와 오리 오스미는 학술지 ‘Infancy’에 ‘Toward a Causal Science of Early Play?’라는 종설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영유아가 물체를 조작하고 이동하며 주변 환경을 탐색하는 활동이 인지발달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기존 연구를 검토했다.
논문은 신체를 이용한 놀이와 감각운동 경험이 주의집중과 기억, 실행기능 등 여러 인지적 과정과 관련된다는 연구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를 뒷받침하는 상당수의 연구가 관찰적이거나 상관관계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활발하게 놀이하는 아이가 인지 과제에서도 좋은 수행을 보였다고 가정해 보자.
놀이가 인지능력을 높였을 수 있다. 그러나 원래 인지발달이 앞선 아이가 주변 환경을 더 적극적으로 탐색했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가정환경과 양육자의 참여, 장난감에 대한 접근성 등이 놀이 경험과 인지발달 모두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따라서 두 변수 사이의 관련성만으로 원인과 결과를 구분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 놀이환경을 변화시키는 실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장난감의 종류를 바꾸거나 움직임의 요구 수준을 조절하고, 양육자의 지원 방식을 변화시킨 뒤 학습과 인지발달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측정하는 접근이다.
이는 고프닉의 2011년 강연을 부정하는 연구가 아니다.
어린아이가 놀이를 통해 정보를 탐색하고 학습한다는 관찰을 실제 교육의 효과로 연결하려면 더 엄격한 인과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놀이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과 모든 놀이 프로그램의 발달 효과를 입증된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다.
비싼 교구가 아기의 인지발달을 더 빠르게 만든다는 근거는 있는가
영유아의 학습능력에 관한 연구는 실제 양육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장난감과 교구, 교육 프로그램 가운데 상당수는 아이의 사고력과 창의성,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설명을 내세운다.
그러나 특정한 놀이가 학습에 관여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상품의 효과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블록을 조작하는 활동이 원인과 결과를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해서 값비싼 특정 브랜드의 블록이 일반적인 장난감보다 더 높은 인지발달 효과를 제공한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그러한 주장을 확인하려면 실제 제품을 이용한 비교연구가 필요하다.
제품을 사용한 집단과 사용하지 않은 집단 사이에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지, 그 차이가 기존의 발달 수준이나 가정환경 때문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또한 단기간의 놀이 과제 수행이 개선됐다는 사실과 장기적인 인지발달이 향상됐다는 사실은 구분해야 한다.
아이가 특정한 장난감을 빠르게 다루게 됐다는 결과는 해당 장난감에 대한 숙련도를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일반적인 지능 향상이나 이후의 학업 성취 개선으로 해석하려면 별도의 근거가 필요하다.
2025년 종설이 제기한 문제도 바로 이러한 인과관계의 검증이다.
실험실에서 특정한 놀이 행동이 학습과 연결된다는 사실과 가정에서 특정한 놀이 프로그램을 실시했을 때 장기적인 발달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연구의 수준이 다르다.
따라서 부모가 발달심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교구를 선택할 때는 광고에서 제시하는 효과가 어떤 종류의 연구로 확인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놀이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연구를 특정 제품의 우수성을 입증한 자료처럼 이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아이가 혼자 놀이할 때와 어른이 함께할 때 무엇이 달라질까
영유아의 학습에서 중요한 또 다른 조건은 양육자의 참여다.
아이들은 스스로 주변을 탐색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 제공하는 정보도 학습에 활용한다.
어른이 물체의 이름을 알려주거나 어떤 일이 발생한 이유를 설명하면 아이는 자신이 관찰한 경험과 그 설명을 연결할 수 있다.
반대로 어른이 놀이의 모든 과정을 지시하면 아이가 직접 다른 가능성을 탐색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발달과학에서는 아동이 주도하는 탐색과 성인이 제공하는 지도가 어떤 방식으로 결합해야 하는지 연구해 왔다.
그러나 연구를 단순히 자유놀이가 좋고 지도학습은 나쁘다는 대립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어떤 개념을 배우는지에 따라 효과적인 학습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언어를 처음 배우는 아이에게 사물의 이름을 알려주는 것은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반면 여러 물체 가운데 어떤 것이 장난감을 작동시키는지 알아내는 과제에서는 아이가 직접 물체를 조작하면서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할 수 있다.
2024년 인과학습 종설은 양육자의 질문과 설명이 영유아의 학습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2025년 놀이 연구 종설 역시 양육자의 지원 방식과 실제 놀이환경을 변화시키는 실험을 중요한 연구 과제로 제시했다.
여기서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은 아이가 스스로 탐색할 기회를 확보하면서 필요한 순간에는 적절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다만 이를 특정한 연령이나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단일한 교육법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아이의 발달 수준과 놀이의 성격, 안전 문제 등에 따라 필요한 참여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아이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것과 스스로 발견하게 하는 것은 대립하지 않는다
놀이 중심 학습을 강조하는 설명에서는 어른이 정답을 알려주면 아이의 탐색 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아이가 스스로 발견하도록 돕는 교육과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교육은 반드시 충돌하지 않는다.
아이에게 모든 원리를 스스로 발견하도록 요구하면 오히려 학습에 불필요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안전과 관련된 행동이나 정확한 지식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명확한 설명이 중요하다.
반대로 모든 답을 미리 알려주고 정해진 방식으로만 활동하도록 하면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 설명이 필요하고 어떤 상황에서 탐색이 학습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블록으로 높은 탑을 만들다가 여러 차례 무너뜨린다고 가정해 보자.
어른은 넓은 블록을 아래에 놓으면 안정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탑을 쌓으면서 어떤 구조가 더 안정적인지 비교하도록 할 수도 있다.
두 접근은 각각 다른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
설명은 이미 알려진 지식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고, 탐색은 결과가 달라지는 조건을 직접 관찰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아이의 학습을 위해서는 두 접근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
고프닉의 강연을 놀이만 하면 교육이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주장으로 이해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어린아이의 발달 단계는 모두 같은 속도로 진행되지 않는다
영유아 연구를 소개할 때는 특정한 월령이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된다.
생후 14개월과 18개월 아이의 차이, 24개월 아이의 수행 능력, 4세 유아의 인과추론 능력 등이 연구에서 다뤄진다.
이러한 자료는 발달에 따른 평균적인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연구에서 제시한 월령을 개인의 능력을 판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같은 연령의 아이들 사이에도 언어 경험과 주의집중, 운동발달, 과제에 대한 관심 등에 차이가 존재한다.
또한 실험에서 특정한 행동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해당 인지능력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닐 수 있다.
아이가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실험 상황에 익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특정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관련 능력이 충분히 발달했다고 판단할 수도 없다.
예를 들어 18개월 아이가 다른 사람의 음식 선호를 반영해 음식을 제공했다는 사실은 의미 있는 결과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복잡한 사회적 상황에서 타인의 의도와 믿음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발달심리학의 실험 결과는 개인에게 적용할 때 이러한 제한을 고려해야 한다.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연구 속 평균적인 월령과 비교하면서 과도한 기대나 불안을 가질 필요는 없다.
실험은 특정한 과제에서 집단 수준의 발달 차이를 관찰한 것이지 개별 아동에 대한 진단을 목적으로 설계된 검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놀이가 학습이라면 유아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고프닉의 연구는 유아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영향을 미친다.
어린아이가 단순히 정보를 전달받는 존재가 아니라 주변 환경을 탐색하면서 스스로 규칙을 발견하는 존재라면 교육환경은 그러한 활동을 충분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
아이에게 장난감을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직접 만지고 움직이며 결과를 관찰할 기회를 마련하는 일이 중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러 물체를 쌓거나 굴리는 활동에서는 물체의 형태와 무게, 표면의 차이를 경험할 수 있다.
물을 옮기거나 서로 다른 용기에 담는 놀이에서는 양과 공간에 관한 경험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활동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특정한 수학적 개념이나 물리학적 원리를 완전히 이해한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아이의 경험이 어떤 학습으로 이어졌는지는 구체적인 과제를 통해 검토해야 한다.
또한 실제 교육에서는 안전과 위생, 발달 단계에 적합한 활동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놀이를 통한 학습을 강조한다는 이유로 위험한 실험이나 지나치게 복잡한 활동을 제공할 필요는 없다.
2025년 놀이 연구 종설은 일상적인 놀이환경에서 실제 인지발달의 변화를 확인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유아교육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기준에도 적용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 놀이가 많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효과적인 교육이라고 판단하기보다 아이가 어떤 행동을 수행하고 어떤 능력이 변화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교육의 가치는 활동의 이름보다 실제 학습 경험과 발달에 미치는 영향으로 검토해야 한다.
2011년의 ‘작은 과학자’ 가설은 얼마나 검증됐나
앨리슨 고프닉은 어린아이를 과학자에 비유하면서 기존의 영유아관에 도전했다.
그의 주장은 아기가 성인처럼 과학이론을 이해하거나 실험 결과를 수학적으로 분석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어린아이가 관찰한 정보를 이용해 원인과 결과를 추론하고, 새로운 상황에서 자신의 판단을 수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이후 연구에서 여러 측면으로 뒷받침됐다.
어린아이가 특정한 물체의 인과적 기능을 학습하고, 확률적인 정보를 이용하며, 모호한 상황에서는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한 탐색을 수행할 수 있다는 연구가 축적됐다.
2012년 고프닉은 학술지 ‘Science’에 발표한 종설에서 유아가 가설을 증거와 비교하고 통계적 정보를 활용하며 비공식적인 실험을 통해 학습할 수 있다는 연구들을 정리했다.
2024년 인과학습 종설에서도 영유아의 초기 학습을 설명하는 이론적 접근과 일상적인 언어활동의 역할이 검토됐다.
이는 어린아이의 학습이 단순한 암기와 모방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2025년 연구는 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어린아이가 놀이에서 학습 관련 행동을 보인다는 사실과 특정한 놀이 경험이 장기간의 인지발달을 직접 향상시킨다는 사실은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주장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첫 번째는 아이가 실제로 어떤 인지활동을 수행하는지에 관한 질문이다.
두 번째는 특정한 환경과 교육적 개입이 발달 결과를 얼마나 변화시키는지에 관한 질문이다.
실험에서 원인과 결과를 추론하는 능력을 확인했다고 해서 특정한 교구나 놀이 프로그램의 발달 효과까지 자동으로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2011년의 강연은 영유아의 인지능력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모든 놀이 중심 교육법의 우수성을 보증하는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아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가 아니다…그렇다면 어른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린아이는 성인보다 훨씬 적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식이 부족하다는 사실과 학습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은 다르다.
고프닉의 연구는 아기와 유아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규칙을 발견하며 때로는 자신의 예상과 다른 결과를 검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생후 18개월 아이는 다른 사람이 자신과 다른 음식을 좋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영해 행동할 수 있다.
유아는 장난감을 작동시키는 물체를 구분하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결과를 이용해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
일부 실험에서는 원인이 불확실한 상황을 더 많이 탐색하고 이를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되는 행동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연구를 종합하면 아이의 놀이를 단순한 시간 보내기로만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놀이를 모든 인지능력을 자동으로 발전시키는 특별한 수단으로 과대평가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어린아이의 학습은 발달 단계와 경험, 환경, 주변 사람과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받는다.
어떤 상황에서는 직접 탐색하는 활동이 중요할 수 있고, 다른 상황에서는 성인의 설명과 지도가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부모와 교육자가 해야 할 일은 아이에게 가능한 한 많은 자극을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다.
아이가 무엇에 관심을 보이는지 관찰하고, 스스로 탐색할 기회를 마련하며, 필요한 때에는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중요하다.
아이가 반복적으로 같은 장난감을 조작한다면 그 행동이 단순한 습관인지, 새로운 결과를 확인하려는 탐색인지 살펴볼 수 있다.
아이가 예상과 다른 결과를 경험했다면 즉시 답을 알려주기보다 스스로 다른 방법을 시도할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접근을 모든 아이와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단일한 양육법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아이의 안전과 발달 수준, 실제 학습 목표에 따라 어른의 역할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15년 전 고프닉의 강연이 제시한 중요한 변화는 아기의 능력에 관한 시각이었다.
어린아이는 단순히 어른이 알려주는 내용을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라 주변 세계와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지식을 형성할 수 있는 존재다.
그러나 그 능력을 인정한다는 사실이 어른의 역할을 줄이거나 교육을 불필요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가 어떤 방식으로 학습하는지 이해하고 그 과정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해야 할 이유를 더욱 분명하게 만든다.
발달심리학 연구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여기에 있다.
아이들이 놀이 중 어떤 정보를 이용해 추론하는지 확인하는 데서 나아가, 어떤 놀이환경과 양육자의 상호작용이 실제 학습과 장기적인 발달을 개선하는지 검증해야 한다.
그러한 연구가 축적될 때 놀이 중심 교육에 관한 주장도 더욱 정확해질 수 있다.
결국 아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아기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지만 배우기 위한 능력까지 결여한 존재는 아니다.
그리고 어른이 해야 할 일은 아이가 세상을 탐색하는 과정을 무조건 서두르게 하는 것도, 모든 답을 미리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아이의 발달에 맞는 경험과 상호작용을 제공하면서 스스로 알아가는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놀이가 학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실제 교육의 성과로 연결하려면 어떤 놀이가 누구에게, 어떤 조건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까지 검증해야 한다.
2011년 고프닉의 강연이 어린아이의 능력에 관한 인식을 바꾸었다면, 2025년의 연구는 그 능력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더 정밀하게 질문하고 있다.
놀이의 중요성을 선언하는 시대를 넘어, 놀이가 실제로 어떻게 학습과 발달을 변화시키는지 확인해야 할 때다.
자료: Alison Gopnik, ‘What Do Babies Think?’, TEDGlobal 2011(2011); Betty M. Repacholi·Alison Gopnik, ‘Early Reasoning About Desires: Evidence From 14- and 18-Month-Olds’, Developmental Psychology(1997); Gopnik 외, ‘Detecting Blickets: How Young Children Use Information About Novel Causal Powers in Categorization and Induction’, Child Development(2000); Laura E. Schulz 외, ‘Serious Fun: Preschoolers Engage in More Exploratory Play When Evidence Is Confounded’, Developmental Psychology(2007); Claire Cook·Noah D. Goodman·Laura E. Schulz, ‘Where Science Starts: Spontaneous Experiments in Preschoolers’ Exploratory Play’, Cognition(2011); Alison Gopnik, ‘Scientific Thinking in Young Children: Theoretical Advances, Empirical Research, and Policy Implications’, Science(2012); Samantha Basch·Su-Hua Wang, ‘Causal Learning by Infants and Young Children: From Computational Theories to Language Practices’, WIREs Cognitive Science(2024); Giulia Serino·Ori Ossmy, ‘Toward a Causal Science of Early Play?’, Infancy(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