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LG·업스테이지, 국가대표 AI 선발 경쟁 내년까지 이어져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의 경쟁 구도가 SK텔레콤,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 3곳으로 압축됐다. 최종 선발 시점은 당초 계획보다 늦춰져 내년으로 넘어가며, 이른바 ‘국가대표 AI’를 향한 국내 3파전이 한층 장기전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이 프로젝트는 글로벌 빅테크 의존을 줄이고 국내 기술로 설계·학습한 모델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로 시작됐다. 정부는 단계별 평가를 통해 후보를 솎아왔고, 추가 공모로 합류했던 기업이 최근 평가에서 제외되면서 현 구도가 정리됐다. 경쟁의 초점은 단일 성능지표를 넘어 실제 활용성과 생태계 확장 가능성 등으로 넓어졌다.
이번에 다음 단계로 진출한 세 기관은 서로 다른 강점과 전략을 내세운다. 대규모 언어모델 고도화, 한국어와 수리·추론 역량, 안전성과 신뢰성, 산업 현장 적용성, 오픈 생태계와의 연계 등에서 각자의 색을 강조하며 ‘범용성 있는 국산 모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 지원 아래 개발 역량을 얼마나 빠르게 묶어내 실제 제품과 서비스, 산업 솔루션으로 연결하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정부는 남은 후보들에게 연산 인프라 지원을 확대해 모델 고도화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GPU 등 핵심 자원의 배분 방식은 기업들의 연구·개발 속도와 범위를 좌우하는 만큼, 향후 국내 AI 산업 경쟁구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동시에 여러 지원 사업의 목표와 역할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히 유사 목적의 대형 사업이 병행되는 데 따른 자원 분산 우려가 제기돼 왔다. 독자 모델 확보를 목표로 한 본 사업 외에도 전 국민 대상 서비스 확산을 표방하는 사업, 최상위권 모델 육성을 겨냥한 구상이 함께 추진되면서, 기업과 인력, 연산자원이 겹칠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정부가 사업 구조를 손질할 경우, 모델 개발·대국민 서비스·산업 적용 등 목표별로 역할을 분명히 가르는 재설계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일정 지연은 또 다른 숙제다. 글로벌 기업들이 짧은 주기로 모델을 업데이트하는 상황에서, 최종 선발이 내년으로 미뤄진 만큼 국내 경쟁팀들이 속도전과 완성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평가 기준과 목표가 분명할수록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줄이고 자원을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은 기간 정책의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이번 압축 결과는 국내 AI 생태계의 저변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여러 팀 간 기술 격차가 좁혀지며 ‘한두 개 지표로 승부가 갈리지 않는’ 국면이 형성된 것은, 특정 영역의 강점보다 실제 활용성과 파급효과가 더 큰 변수가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가 성능과 안전성, 신뢰성, 사용 경험을 함께 본다는 방향성도 확인됐다.
결국 승부는 모델의 범용성과 실제 쓰임새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산업별 요구에 맞춘 적용 사례를 얼마나 빠르게 축적하고, 파트너십과 생태계를 통해 확장 경로를 확보하느냐가 최종 평가의 중대 변수가 될 것이다. 내년까지 이어질 이번 경쟁은 단지 한 팀의 선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정책과 시장, 연구 현장을 잇는 설계가 제대로 작동할 때에만 ‘국가대표 AI’가 이름값을 할 수 있다. 세 팀의 행보와 정부의 자원 배분·사업 재편 결정이 한국 AI 경쟁력의 향배를 가를 다음 분기점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