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임단협, 성과급 자사주 지급 논의가 최종 쟁점으로 부상
현금 보상에서 ‘지분’ 중심 보상으로의 전환을 둘러싼 논의가 국내 AI 인프라 핵심 기업에서 본격화했다. SK하이닉스 노사가 성과급 일부를 자사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막판 쟁점으로 올려놓으면서, 반도체 인재 경쟁이 곧 보상 문화의 재편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메모리·AI 하드웨어에 의존하는 국내 디지털·콘텐츠 산업 전반의 인력 시장에도 적지 않은 신호를 보낼 수 있다.
18일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캠퍼스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대표자 교섭을 진행한다. 노사는 주요 안건에서 이견을 상당 부분 좁힌 상태로 전해지며, 특히 초과이익분배금(PS)의 ‘지급 수단’을 둘러싼 최종 정리가 관건이다.
이번 쟁점은 불과 1년 전 재설계한 PS 체계와 맞물린다. 노사는 지난해 기존 성과급 상한을 없애고,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원칙에 합의했다. 산정된 PS는 해당 연도 80%를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이후 2년에 걸쳐 각각 10%씩 분할 지급하도록 했다. 이 기준을 10년간 유지한다는 내용과 함께, 당시 임금 6% 인상에도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올해 협상 테이블에 다시 오른 쟁점은 ‘방식’이다. 회사 측이 PS의 상당 부분을 현금 대신 자사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주식 처분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까지의 교섭 현황에서도 자사주 지급 비중 조정과 적자 시 임금 조정 문제가 핵심 이슈로 확인된 바 있다.
자사주 기반 보상은 기업가치 상승과 구성원 보상을 장기적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핵심 인력의 유인·유지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다. 반면 구성원 입장에서는 현금 성과급과 달리 보상 가치가 주가에 따라 변동하고, 매도 제한이 붙을 경우 원하는 시점에 현금화하기 어렵다. 이미 산정된 보상의 일부가 다시 시장 변동성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장기 합의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노조 지형 변화도 변수다. 생산직과 기술·사무직을 아우르는 통합노조가 13일 출범하면서, 향후 보상체계 설계와 협의 과정은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동일한 보상안에 대한 구성원 집단별 수용성 차이 역시 체크 포인트다.
이번 논의가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확장의 중심에 서 있다는 배경 때문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메모리 경쟁이 격화되는 국면에서 보상체계는 단순한 노사 의제를 넘어 인재 전략의 핵심 축이 된다. 보상 기준의 명확성과 신뢰는 조직 안정성과 직결되고, 주식형 보상 확대는 국내 반도체 기업은 물론 대규모 성과급을 운용하는 기업들의 보상 방식에 하나의 준거가 될 수 있다.
대표자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이 도출되더라도, 조합원 동의 절차가 뒤따른다. 최종안에 자사주 지급과 매도 제한이 어느 수준으로 반영되는지에 따라 구성원 평가가 달라질 수 있으며, 자사주 비율 조정이나 현금·주식 선택권 부여 같은 구성 방식이 관전 포인트다.
결국 협상의 축은 ‘얼마를’에서 ‘어떤 형태로’로 옮겨왔다. 지난해 합의한 10년 유지 원칙과 장기 주식보상 설계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느냐가 이번 임단협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이 선택은 AI 호황기 한국 하이테크 산업의 보상 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향하는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