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입센을 지금의 언어로…양손프로젝트 ‘유령들’ 26일까지

양손프로젝트(LG아트센터 제공)

공동창작 집단 양손프로젝트가 헨리크 입센의 고전 희곡 ‘유령’을 새롭게 각색한 신작 ‘유령들’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원작이 품고 있던 금기와 억압의 문제를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끌어올리며, 보다 직접적이고 선명한 언어로 무대를 채웠다.

2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양손프로젝트는 이번 작품의 각색 방향과 창작 과정을 소개했다. 연출을 맡은 박지혜는 원작의 에둘러진 표현을 보다 감각적으로 와닿는 언어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입센이 당대의 민감한 문제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면, 이번 작품은 이를 보다 정면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대사를 다듬었다는 것이다.

2011년 결성된 양손프로젝트는 연출 박지혜와 배우 손상규, 양조아, 양종욱으로 이뤄진 4인 공동창작 집단이다. 작품 선정에서부터 번역, 각색, 연출, 연기까지 전 과정을 함께하는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유령들’ 역시 네 사람이 함께 원작을 번역하고 분석하며 두 달 넘게 대사를 다듬는 과정을 거쳐 완성했다.

손상규는 처음 원작을 읽었을 때 과거에는 충격적이었겠지만 오늘의 관객에게는 그대로 닿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며, 지금의 관객에게 어떤 방식으로 강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입센의 작품 가운데 ‘유령’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군더더기 없이 하고 싶은 말을 직선적으로 던지는 작가의 문체가 자신들의 취향과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양조아는 오래전부터 ‘유령’을 좋아해온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시절 이 작품을 읽으며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억압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 물음과 마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고민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인간의 숙제와도 같다고 덧붙였다.

작품의 제목을 원작의 단수형이 아닌 복수형 ‘유령들’로 바꾼 데에도 의도가 담겼다. 손상규는 막연한 하나의 유령이 아니라 더 구체적인 존재들, 다시 말해 인물들의 삶을 얽매는 관습과 기억, 관념의 잔재를 보다 또렷하게 인식시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무대 구성도 눈길을 끈다. 공연장은 4면 객석이 무대를 둘러싸는 형식으로 꾸며져 관객이 마치 알빙 부인의 집 거실 안에 함께 들어와 있는 듯한 감각을 준다. 박지혜 연출은 이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역학과 긴장을 관객이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배우 양조아 역시 숨을 곳 없는 4면 무대의 압박감이 인물이 느끼는 긴장과 맞닿아 있어 역할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양손프로젝트는 치열한 토론과 의견 충돌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이들이 끝내 공유하는 기준은 분명하다. 특정한 주장이나 선언을 앞세우기보다 인간의 복잡한 모습을 무대 위에 살아 있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양종욱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미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의미 있는 내용이라도 감각적으로 살아 있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는다는 말은 이들이 추구하는 연극의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입센의 고전을 동시대의 언어와 감각으로 다시 밀어붙인 ‘유령들’은 관객들 사이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공연은 오는 26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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