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그게 무슨 신의 뜻이야”…국가 폭력 겨눈 칸 황금종려상작 개봉

[사진: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올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그저 사고였을 뿐 이 다음 달 1일 국내 개봉한다. 이란의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국가 권력이 ‘신의 뜻’이라는 명분으로 폭력을 정당화하는 구조를 정면으로 겨눈다.

영화는 정비소에서 일하는 바히드가 과거 자신을 고문했던 정부 요원을 우연히 마주하면서 시작된다. 의족이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와 익숙한 목소리를 단서로 상대를 특정하고 납치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이를 부인한다. 바히드는 과거 같은 감옥에 있었던 이들을 찾아 나서며 이 인물이 실제 가해자인지 확인하려 한다.

작품은 복수라는 단순한 서사로 흘러가지 않는다. 같은 피해를 겪은 인물들조차 대응 방식에서 갈린다. 즉각적인 응징을 주장하는 인물과 살인을 거부하는 인물, 그리고 망설이는 인물이 동시에 등장한다. 동일한 경험이 서로 다른 판단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폭력 이후의 선택이 얼마나 복잡한 문제인지를 드러낸다.

영화의 문제의식은 초반 장면에서 압축된다. 밤길을 달리던 차량이 들개를 치어 죽이자, 어머니는 “그저 사고였을 뿐, 모든 건 신의 뜻”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딸은 “아빠가 죽인 거잖아. 그게 무슨 신의 뜻이야”라고 되묻는다. 이 장면은 개인의 행위를 초월적 명분으로 덮는 논리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파나히 감독은 오랜 기간 이란 정부의 검열과 제재를 받아왔다. 그는 과거 두 차례 투옥됐고, 영화 제작과 출국이 금지되는 조치를 겪었다. 그럼에도 비밀리에 작품을 제작하며 10편 이상의 영화를 발표해왔다. 이번 작품 역시 두 번째 수감 생활 당시 구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에서는 사전 검열을 거치지 않은 영화 제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저 사고였을 뿐’은 이러한 제약 속에서 프랑스와 룩셈부르크의 지원을 받아 완성됐다. 이 때문에 이 작품은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에서 프랑스 대표작으로 출품될 예정이다.

영화는 특정 사건이나 인물을 직접적으로 지목하지 않으면서도, 국가 권력이 개인을 어떻게 통제하고 처벌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복종’을 강요하는 구조 속에서 개인의 선택이 어떻게 제한되는지를 반복적으로 드러낸다.

동시에 작품은 피해자 집단 내부의 균열에도 주목한다. 동일한 폭력을 경험했더라도 대응 방식은 일치하지 않는다. 이는 폭력이 단순히 가해와 피해의 구도로만 설명될 수 없다는 점을 드러낸다.

‘그저 사고였을 뿐’은 정치적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이를 단순한 구호로 소비하지 않는다. 개인의 감정과 선택을 통해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이번 작품은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환경에서도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현실을 다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국가 권력과 개인의 관계,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선택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 결과다.

영화는 다음 달 1일 국내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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