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극장 매출 34% 급락…OTT 확산에 영화 산업 ‘유통 충돌’ 본격화

국내 극장 매출이 1분기 기준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한 가운데, 영화 산업이 극장 중심 유통 구조에서 온라인 플랫폼 중심 구조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진흥위원회가 4월 17일 발표한 ‘2025년 3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극장 매출은 20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6% 감소했다. 한국영화 매출은 1073억원으로 44.0%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표면적으로는 흥행작 부재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이 1분기 흥행 1위를 기록했지만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고, 한국영화는 설 연휴 이후 뚜렷한 흥행작이 부재한 상태가 이어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흥행 부진이 아니라 유통 구조 충돌의 결과로 해석한다.

가장 큰 변화는 극장 상영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온라인 공개가 가능했던 ‘윈도우 전략’의 약화다. 과거에는 극장이 1차 수익 창구로 기능했지만, 최근에는 OTT 공개 시점이 앞당겨지면서 극장의 독점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이는 관객이 극장을 선택해야 할 이유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 영화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봉준호 감독은 2019년 영화 ‘옥자’ 이후 극장과 OTT 동시 공개 논쟁과 관련해 진행된 국내외 인터뷰에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관객의 소비 방식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하며 플랫폼 변화에 따른 산업 구조 변화를 지적한 바 있다.

투자 구조 역시 변하고 있다. OTT 플랫폼은 자체 제작 콘텐츠에 직접 투자하거나 선구매 방식으로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반면, 극장 중심 영화는 흥행 성과에 따라 수익이 크게 좌우된다. 이로 인해 제작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한 OTT 프로젝트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한 영화 투자사 관계자는 2025년 3월 업계 간담회에서 “극장 영화는 실패 리스크가 큰 반면 OTT는 일정 수준의 수익이 보장되는 구조”라며 “자금이 OTT 쪽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는 콘텐츠 유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극장에서는 대형 블록버스터 중심으로 편중이 심화되는 반면, 중간 규모 영화는 OTT로 이동하는 이원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1분기 극장가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과 한국 애니메이션 ‘퇴마록’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기록하며, 검증된 지식재산(IP) 기반 콘텐츠가 관객을 유지하는 흐름이 확인됐다.

영화진흥위원회는 같은 자료에서 “코로나19 이후 투자 위축과 제작 환경 변화로 원천 IP 기반 콘텐츠 제작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 변화가 장기적으로 산업 다양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소재나 실험적 작품이 줄어들고, 검증된 IP 중심 제작이 확대될 경우 창작 생태계가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1분기 실적은 극장 산업의 일시적 침체가 아니라, 영화 유통 구조 전반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로 해석된다. 극장과 OTT 간 역할 분담이 재정립되지 않을 경우, 관객 감소와 투자 위축이 동시에 진행되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