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양’을 ‘서울’로만 바꾸면 사라지는 것들…소장품 메타데이터에 옛 지명이 남는 이유

문화기관의 소장품 메타데이터에서 옛 지명을 오늘의 지명으로 일괄 치환하면 검색은 잠시 편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그 대가로 자료가 만들어진 시기의 시간 정보, 당시의 행정체계, 원자료와의 연결고리가 함께 약해진다. 최근 국립중앙도서관이 지명 전거데이터 기술 지침을 내놓으며 과거 이름과 다른 언어 표기를 함께 관리하겠다고 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핵심은 옛 지명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대표 지명과 이형 지명을 연결해 두 층위의 검색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데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026년 3월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같은 장소라도 시대와 언어에 따라 이름이 달라져 관련 정보가 분산되거나 누락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예시로 든 것이 ‘서울-한양-한성-Seoul’ 같은 관계다. 이어 발표된 지침의 취지도 하나의 표준 지명을 정하되 과거 이름과 다른 언어 표기를 함께 관리하자는 데 맞춰졌다. 2024년 한국비블리아학회지에 실린 관련 연구 역시 지명 전거의 핵심 요소로 ‘우선 지명 선정’과 함께 ‘이형 지명의 기록’을 제시했다. 바꿔 말하면, 옛 지명은 정리 대상이 아니라 연결해야 할 정보라는 뜻이다.


작품 제목의 지명을 고치면 시기가 흐려진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한양 전경’은 이 문제가 가장 단순하게 드러나는 사례다. 박물관 기록에는 이 작품의 다른 명칭으로 ‘경성도’가 함께 적혀 있고, 설명문은 경복궁 터에 풀이 우거진 모습이 1868년 경복궁 중건 이전의 경관을 보여준다고 밝힌다. 여기서 ‘한양’은 단지 오늘의 서울을 가리키는 옛말이 아니다. 조선 후기 도성이라는 역사적 시간대를 작품 제목 안에 붙잡아 두는 표지다. 이를 ‘서울 전경’으로만 정리하면 작품이 묘사하는 공간은 남지만, 그 공간이 어떤 시대의 수도였는지는 제목 차원에서 희미해진다.

이런 차이는 미술사 해석에도 직접 닿는다. 박물관 설명이 주목하는 것은 궁궐보다 도성 안에 빽빽하게 들어선 민가, 다시 말해 조선 후기 한양의 도시화된 경관이다. 제목의 ‘한양’은 풍경의 배경이 아니라 해석의 조건이다. 현재 지명만 남기면 검색어는 단순해질 수 있지만, 작품이 포착한 정치적 중심지와 생활세계의 결합이라는 맥락은 함께 압축된다.


행정구역을 현재식으로 덮으면 기록의 원문성이 약해진다


조선총독부박물관 유리건판 자료는 메타데이터에서 옛 행정지명이 왜 중요한지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국립중앙박물관 유리건판 ‘남산성에서 본 함북 경성’의 기록에는 지역이 ‘한국 > 함경북도 > 경성군 > 경성면’으로 적혀 있고 촬영 연도는 1911~1912년이다. 같은 자료군의 검색 결과에는 ‘평남 평양 출토 동촉’, ‘평남 평양 부근 출토 마제석검’처럼 제목 안에 ‘평남’, ‘평양’이 남아 있지만 지역 항목은 현재식 체계에 가까운 ‘평안남도 평양시’로 정리돼 있다. 같은 데이터베이스 안에서도 제목, 원기록, 지역 필드가 각기 다른 시기의 지명 체계를 반영하는 셈이다.

이때 모든 지명을 오늘의 행정명으로만 통일하면 생기는 문제는 단순한 표기 변경이 아니다. 첫째, 자료가 생산된 시기의 분류 체계가 사라진다. 둘째, 원문에 적힌 지명과 데이터베이스 항목 사이의 대응관계를 사용자가 스스로 추적하기 어려워진다. 셋째, 식민지기 조사기록인지, 해방 이후 재정리된 정보인지 같은 메타데이터의 층위를 읽어내기 힘들어진다. 역사자료에서 지명은 배경정보가 아니라 기록이 생성된 제도를 드러내는 단서이기도 하다.


출토지와 현재 소재지는 서로 다른 정보다


현재 지명으로의 단순 치환이 특히 위험한 대목은 출토지, 제작지, 현재 소재지를 한 덩어리로 오해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국가유산포털의 ‘개성 경천사지 십층석탑’은 이름에 ‘개성 경천사지’가 남아 있지만, 기본 정보의 소재지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적혀 있다. 이 기록에서 ‘개성’은 지금 탑이 있는 장소가 아니라 탑의 기원과 이동 경로를 보여 주는 정보다. 메타데이터가 이 둘을 분리해 적는 이유는 명확하다. 유물의 현재 위치와 역사적 원위치는 같은 값으로 환원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유산 데이터에서 옛 지명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 있다. 어떤 유물이 어디에서 만들어졌고, 어디에 있었으며, 어떤 경로를 거쳐 현재 기관에 들어왔는지는 서로 다른 질문이다. 출토지나 원소재지를 현재 주소 체계에 맞춰 지나치게 번안하면, 유물의 이동사와 수집사가 함께 지워질 수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위치 정보가 쉬워지는 대신, 연구자가 반드시 구분해야 할 정보층이 납작해지는 셈이다.


필요한 것은 치환이 아니라 병기와 연결


실제로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화 자료 안내는 고지도 데이터베이스에 지명 색인과 위치정보 링크가 연결돼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옛 지명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현재 이용자가 검색할 수 있게 만드는 방식에 가깝다. 하나의 대표 지명만 남기는 방식이 아니라, 역사적 표기와 현재의 검색 편의를 함께 다루는 다층적 메타데이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결국 소장품 메타데이터에서 옛 지명을 현재 지명으로만 바꾸는 일은 번역에 가깝지 정리에 가깝지 않다. 번역은 늘 일부를 남기고 일부를 잃는다. 문화기록의 메타데이터가 해야 할 일은 그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한양’을 ‘서울’로 찾을 수 있게 하되, 작품과 기록이 실제로 말하고 있는 ‘한양’ 자체는 남겨 두는 것, 그것이 디지털 인문학과 문화기록이 만나는 지점에서 메타데이터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정확성에 가깝다.

자료: 국립중앙도서관, 서울·한양·Seoul···한 번에 검색 지명 정보 검색 더 쉬워진다(2026-03-31);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표준지침-국립중앙도서관 전거데이터 기술 지침-지명(2025-12-01 고시 정보); 백지원·이성숙, 지명 전거 표준화를 위한 지명 전거데이터 기술 지침 개발에 관한 연구(2024); 국립중앙박물관, 한양 전경 소장품 기록;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총독부박물관 유리건판 ‘남산성에서 본 함북 경성’ 및 평양 검색 결과 기록;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개성 경천사지 십층석탑 기본 정보;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화 자료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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