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문화유산 건축물의 증축, 원형 보존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
등록문화유산 건축물의 증축은 흔히 ‘보존이냐 개발이냐’의 대립으로 설명되지만, 실제 제도는 그보다 복잡하다. 2026년 현재 국가등록문화유산을 다루는 법체계는 건물을 그대로 얼려 두는 방식이 아니라, 무엇을 반드시 지키고 무엇은 바꿀 수 있는지를 가르는 방식에 가깝다. 사용 편의를 높이기 위한 증축과 설비 변경이 모두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외관과 필수보존요소를 건드리는 순간 보존 논리는 훨씬 엄격해진다.
이 기준은 올해 시행 중인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에서 분명해진다. 국가등록문화유산은 건설·제작·형성 후 50년 이상 지난 근현대유산 가운데 보존과 활용 조치가 특별히 필요한 대상을 등록한다. 또 건축물 전체를 뭉뚱그려 보호하는 대신, 특별히 가치를 보존해야 하는 건축·구조의 부분을 ‘필수보존요소’로 따로 지정할 수 있게 했다. 등록문화유산 건축물의 논쟁이 결국 건물 전체의 동결 여부가 아니라, 어디까지가 가치의 핵심인지에 대한 판단으로 옮겨가는 이유다.
문제는 편의 개선이 대체로 공간의 덧붙임을 요구한다는 데 있다. 승강기, 경사로, 화장실, 기계실, 피난 동선, 수장고나 안내시설 같은 요소는 기존 건물 안에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가유산청의 통계 해설도 현상변경을 국가유산의 모양과 상태, 주변 환경에 영향을 주는 모든 행위로 폭넓게 설명하며, 신축·증축·개축·이축·용도변경을 그 사례로 든다. 등록문화유산 건축물에서 ‘조금 더 쓰기 편하게’ 하려는 조치가 곧장 보존 심사의 대상이 되는 이유다.
제도는 증축을 원천 금지하지 않는다
현행 제도는 등록문화유산의 증축을 일률적으로 막지 않는다. 오히려 활용을 전제로 한 완화 장치도 두고 있다. 국가등록문화유산인 건축물이 있는 대지에는 건폐율과 용적률을 일반 기준의 150퍼센트 이내에서 완화 적용할 수 있고, 일정한 경우에는 건축법·주차장법·소방 관련 규정의 일부도 다른 방식으로 대신하거나 완화 적용할 수 있다. 오래된 건물을 오늘의 안전·이용 기준에 맞춰 쓰려면 어느 정도의 제도적 유연성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법이 인정한 셈이다.
다만 그 유연성은 자동 승인과 다르다. 국가등록문화유산 가운데 국가 보조금을 받은 경우, 건폐율·용적률 특례를 적용받은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근현대부동산유산의 경우에는 현상변경에 국가유산청장 허가가 필요하다. 그 허가는 등록문화유산의 보존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하고, 문화유산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에도 부합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할 때만 가능하다.
허가보다 앞선 단계의 신고 대상도 넓다. 외관을 중대하게 변경하는 행위, 필수보존요소를 바꾸는 행위, 이전이나 철거는 30일 전까지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한다. 따라서 실무에서의 쟁점은 ‘증축이 가능한가’보다 ‘그 증축이 외관과 필수보존요소를 얼마나 건드리느냐’에 더 가까워진다. 같은 면적의 덧붙임이라도 어디에 붙고, 무엇을 가리고, 기존 재료와 구조를 얼마나 바꾸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원형은 처음 모습만을 뜻하지 않는다
등록문화유산 논의에서 자주 오해되는 대목은 ‘원형’의 의미다. 원형은 준공 당시의 첫 상태만을 기계적으로 복원하라는 뜻으로 쓰이지 않는다. 국가유산 디지털 서비스에 등재된 사례를 보면, 후대의 증축이 오히려 해당 건물의 역사 일부로 공식 기록된 경우가 적지 않다.
경북 영주의 국가등록문화유산 ‘구 영주역 5호 관사’는 1935년 건립 뒤 북측에 시멘트벽돌조 창고가 증축된 이력이 연혁에 함께 적혀 있다. 국가유산 설명은 이 건물을 철도집단관사로 조성된 ‘관사골’의 도시생활사적 가치 속에서 읽는다. 즉 덧붙여진 구조가 곧바로 제거 대상이라기보다, 건물의 사용 방식과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는 흔적으로 관리되는 셈이다.
서울 종로의 국가등록문화유산 ‘서울 구 공간사옥’도 비슷하다. 국가유산청 설명에 따르면 이 건물은 1971년 착공한 뒤 1975년 신관 증축이 이뤄져 1977년 완공됐다. 연혁에도 ‘1977 신관 증축’이 별도로 남아 있다. 오늘의 등록문화유산 가치는 처음 세워진 구관만이 아니라, 증축을 거쳐 완성된 전체 건축의 성격과 공간 구성 속에서 평가된다는 뜻이다.
이런 사례는 원형 보존을 ‘최초 상태의 복제’로만 이해하면 실제 유산의 시간성을 놓치게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등록문화유산 건축물은 대체로 근현대의 생활시설, 업무시설, 교통시설이어서 사용과 개조의 흔적 자체가 역사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지에 대한 판단은 미감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시기의 층위를 그 유산의 핵심 가치로 볼 것인가의 문제다.
활용 가능한 유산이 되려면 보존 기준도 더 정밀해야 한다
보존과 편의의 갈등은 결국 활용의 문제에서 다시 선명해진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문화역서울284를 두고 구 서울역사의 원형을 복원해 2011년 복합문화공간으로 개관한 장소라고 설명한다. 이 사례는 근대 건축의 외형과 주요 공간을 살리면서도, 현재의 전시·공연·체험 기능을 수용해야 공공 공간으로 다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존만으로는 건물이 살아남지 못하고, 활용만 앞세우면 유산의 식별성이 흐려진다는 딜레마가 이 지점에 있다.
그래서 등록문화유산 건축물의 증축 기준은 면적 상한 하나로 해결되기 어렵다. 관람객 동선과 피난 안전, 장애 접근성, 설비 교체, 수익 구조 같은 운영 조건을 외면한 채 원형만 강조하면 건물은 사실상 사용 불능에 가까워진다. 반대로 편의시설을 이유로 외관과 필수보존요소를 무너뜨리면 등록문화유산 제도 자체의 의미가 약해진다. 필요한 것은 증축의 허용 여부를 추상적으로 다투는 일이 아니라, 어떤 요소가 대체 불가능한 가치이고 어떤 변경은 현재 사용을 위해 감수할 수 있는지 더 세밀하게 공개하는 일이다.
국가유산청 통계에 따르면 국가등록문화유산은 2024년 8월 기준 968건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박물관이나 기념관이 아니라 주택, 사무공간, 학교, 병원, 역 시설처럼 원래부터 일상적 사용을 전제로 지어진 건물이다. 등록문화유산 건축물의 증축 논쟁이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살아 있는 사용을 감당해야 하는 건물에 보존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현재의 이용 조건을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갈등의 핵심은 보존과 편의 중 하나를 고르는 데 있지 않다. 어떤 변형까지를 그 유산의 다음 역사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그 경계를 공적 기준으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에 있다.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2026. 8. 28. 시행); 국가법령정보센터,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2026. 5. 17. 시행); 국가유산청, 국가유산 디지털 서비스 ‘구 영주역 5호 관사’; 국가유산청, 국가유산 디지털 서비스 ‘서울 구 공간사옥’; 국가유산청, 통계로 보는 국가유산 2024.8(2024);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문화역서울284 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