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와 기획자의 수익 배분은 계약서에 어떻게 적히나…장르별 표준계약서 읽기
창작자와 기획자의 수익 배분은 한국 법령상 계약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항목이다. 다만 법이 일률적인 비율을 정해 주는 것은 아니다. 대신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하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보급하는 표준계약서들은 장르마다 수익이 발생하는 방식, 비용이 먼저 공제되는지 여부, 정산 시점과 자료 제공 의무를 다르게 설계해 두고 있다. 결국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몇 대 몇’이라는 숫자 하나보다 어떤 수익을 기준으로 삼는지, 무엇을 비용으로 공제하는지, 언제까지 어떤 정산서를 줘야 하는지를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적는 일에 가깝다.
예술인 복지법 제4조의4는 문화예술용역 계약서에 계약 금액, 계약 기간, 권리와 의무, 용역 범위와 함께 ‘수익의 배분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표준계약서를 쓰면 분쟁을 줄이기 쉬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같은 ‘수익 배분’이라도 공연은 출연료와 영상화 권리 사용료가 분리되고, 미술은 판매대금 분배가 핵심이 되며, 대중문화 전속계약은 여러 수입을 한데 모은 뒤 비용을 공제해 정산하는 구조를 취하기 때문이다.
법은 비율보다 항목을 요구한다
계약 실무에서 자주 생기는 오해는 표준계약서가 모든 장르에 동일한 배분율을 강제한다는 생각이다. 실제로는 반대에 가깝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안내하는 표준계약서 체계는 공연예술, 미술, 대중문화, 출판, 영화, 방송, 만화, 웹소설 등으로 세분돼 있고, 각 장르의 거래 관행을 반영해 다른 양식을 둔다. 표준계약서는 공정한 최소 기준을 제시하는 틀이지, 모든 거래를 같은 산식으로 맞추는 표가 아니다.
이 때문에 수익 배분 조항을 읽을 때는 비율만 볼 것이 아니라 먼저 분모를 확인해야 한다. 총매출인지, 실제 판매대금인지, 유통수수료와 저작권료를 뗀 뒤 금액인지, 투자원금과 관리수수료를 먼저 회수한 뒤 남은 순이익인지에 따라 같은 50%도 전혀 다른 결과가 된다. 표준계약서들이 공통적으로 정산 내역과 근거자료 제공 의무를 두는 이유도 이 차이를 계약 당사자가 검증할 수 있게 하려는 데 있다.
공연예술은 출연료 중심, 영상화 때는 별도 수익 조항
공연예술 출연계약서는 수익 배분을 처음부터 러닝 개런티 방식으로 상정하지 않는다. 2022년 8월 10일 일부 개정된 공연예술 분야 표준계약서의 출연계약서를 보면, 기본 구조는 공연 횟수와 연습기간에 대한 출연료를 정하고 계약금과 잔금 또는 회차별 분할 방식으로 지급하는 형태다. 공연 일정이 당초 횟수를 넘기거나 실연자가 추가 역할을 맡는 경우에는 제작자가 상응하는 보수를 더 지급하도록 했다.
대신 공연이 영상저작물로 제작될 때부터 수익 배분 조항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이 계약서는 공연 실황 영상저작물의 저작인접권 사용료 지급 방식을 네 가지 중에서 고르게 했다. 정액 지급, 영상저작물 매출의 일정 비율 지급, 계약금과 매출 비율의 혼합, 일정 시점 이후 발생 매출의 비율 지급이 그것이다. 같은 공연이라도 무대 실연 자체의 대가는 출연료로 정하고, 기록영상이나 DVD, 스트리밍 유통처럼 2차 이용이 붙을 때는 별도 권리 사용료 체계를 붙이는 구조다.
이 설계는 공연 분야에서 창작자와 기획자 사이의 협상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습과 본공연의 대가, 초과 출연, 추가 배역, 영상 촬영을 위한 별도 실연, 그리고 영상 매출에서의 비율 배분이 각각 다른 층위로 쪼개져 있기 때문이다. 공연계에서 수익 배분을 계약서에 적는다는 말은 단순히 티켓 매출을 나눈다는 뜻이 아니라, 어떤 이용행위에서 어떤 보수를 따로 계산할지 단계별로 정하는 작업에 가깝다.
미술은 관행 비율을 제시하되 정산 시점과 자료 제출을 함께 묶는다
미술 분야는 표준계약서가 비교적 구체적인 기본 비율을 제시하는 대표적 사례다. 2022년 2월 18일 일부 개정된 미술 분야 표준계약서 가이드북을 보면, 작가와 화랑이 전시와 판매를 함께 맡는 ‘전시 및 판매위탁계약서’에서는 판매가격을 50 대 50으로 분배하는 예시를 둔다. 해설서는 이를 미술계의 관례를 반영한 기준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당사자 합의로 다른 비율을 정할 수 있다고 적는다.
반면 작가가 작품 판매만 위탁하고 전시 진행은 포함하지 않는 ‘판매위탁계약서’에서는 기본 분배비율이 90 대 10으로 달라진다. 판매자가 전시와 홍보까지 책임지는 경우와, 순수하게 판매 행위만 맡는 경우를 나눠 수수료 구조를 다르게 잡은 것이다. 같은 미술 분야 안에서도 기획과 전시, 보관, 홍보, 판매 중 누가 어떤 역할과 위험을 부담하느냐에 따라 표준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부분은 정산 방식이다. 가이드북은 화랑이나 판매자가 판매대금 전액을 수령한 뒤 1개월 이내에 작가에게 분배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동시에 판매작품, 판매일시, 판매대금, 수령일시, 정산금 산정 내역이 담긴 정산내역서와 근거자료를 제공하도록 설계한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것은 계약서에 적어 둔 ‘판매가격’과 실제 할인 등이 반영된 ‘판매대금’을 구분한다는 점이다. 숫자만 같아 보여도 어떤 금액을 배분 기준으로 잡는지 분리해 두지 않으면 분쟁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표준계약서가 미리 반영한 셈이다.
미술 분야 표준계약서는 2차 이용에서도 같은 원칙을 보인다. 화랑이 작품 이미지를 활용해 도록을 출판하거나 상품화를 하려면, 작가와 판매가격, 판매대금의 분배비율, 분배시기 등을 별도 서면 합의로 정하도록 했다. 작품 원본 판매 계약과 이미지 이용 수익 계약을 분리해 적으라는 뜻이다. 창작자와 기획자 사이의 수익 배분은 한 줄의 ‘커미션 조항’이 아니라, 원본 거래와 저작물 이용 거래를 나눠 쓰는 방식으로 구조화된다.
대중문화 전속계약과 영화 투자는 ‘정산의 순서’가 핵심이다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는 미술처럼 기본 비율을 찍어 주지 않는다. 2024년 6월 3일 개정된 가수 중심 표준전속계약서를 보면, 음반과 콘텐츠 판매 수입은 유통수수료, 저작권료, 실연료 등을 공제한 뒤 기획업자와 가수가 별도 합의한 방식과 비율로 나누게 돼 있다. 대중문화예술용역 수입도 차량유지비, 교통비, 광고수수료, 가수 동의 하에 지출한 비용 등을 공제한 금액을 기준으로 다시 비율을 정하도록 했다.
이 계약서에서 핵심은 비율보다 정산 투명성이다. 기획업자가 제3자로부터 대가를 받으면 원칙적으로 45일 이내에 가수에게 지급해야 하고, 지급과 동시에 총수입, 수익 분배, 정산방법, 비용공제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가수는 정산내역을 받은 뒤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기획업자는 근거를 성실히 제공해야 한다. 다시 말해 대중문화 분야 표준계약서는 ‘몇 대 몇’보다 ‘무엇을 뗀 뒤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를 강하게 규율하는 방식이다.
영화 분야의 투자 표준계약서는 한층 더 복잡한 수익 분배 구조를 보여준다. ‘영화 제작 및 투자, 수익 분배에 관한 계약서’는 총수익에서 무엇을 어떤 순서로 먼저 회수할지부터 정한다. 배급수수료, 관리수수료, 기타 비용, 지불유예금, 차입금 및 금융비용, 예비비와 초과분, 투자원금, 인센티브를 순서대로 회수한 뒤에야 순이익을 수익지분율에 따라 나누도록 설계한다. 여기서는 같은 ‘수익 배분’이라도 창작자와 기획자, 제작사와 투자사의 관계가 비용 회수와 위험 부담의 순서를 중심으로 조직된다.
또한 이 계약서는 서울 시내 영화관 상영 종료 후 60일을 기준으로 1차 수익 정산을 실시하고, 그 다음부터는 연차에 따라 분기별·반기별·연 1회 정산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둔다. 투자사가 총제작비 정산 내역을 사전에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공연이나 미술보다 훨씬 긴 유통 기간과 다양한 판권 수익을 염두에 둔 설계다. 장르가 달라지면 수익 배분 조항도 단순한 비율표에서 정산 주기와 비용 회수의 워터폴 구조로 이동한다.
계약서의 힘은 비율보다 검증 가능성에 있다
장르별 표준계약서를 종합하면, 창작자와 기획자의 권리를 가르는 핵심은 수익 배분 비율 하나보다 검증 가능한 정산 구조를 계약서에 남기는 데 있다. 어떤 수입을 배분 대상에 포함하는지, 어떤 비용을 누가 동의해 공제하는지, 정산은 몇 번 하는지, 정산서에 무엇이 들어가야 하는지, 이의 제기 기간은 얼마인지가 빠지면 분배율이 적혀 있어도 실제 권리 보호는 약해질 수 있다.
표준계약서가 노동·복지 제도와 연결되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2026년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사업에서 예술인 고용보험 가입자, 산재보험 가입자와 함께 표준계약서를 사용해 예술활동 계약을 체결한 예술인을 지원 대상으로 두고 있다. 예술활동증명 미완료자도 표준계약서 체결 자료를 통해 특례 절차를 이용할 수 있다. 표준계약서가 분쟁 예방 문서일 뿐 아니라 사회보험 진입의 증빙 문서로도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현장에서 필요한 질문은 단순하다. 수익 배분율이 적혀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기준으로 그 비율이 계산되는가, 누가 어떤 비용을 먼저 공제하는가, 그 내역을 상대방이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가다. 표준계약서는 정답을 하나로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장르별로 다른 수익 흐름을 문서화하는 최소한의 문법을 제시한다. 창작자와 기획자의 협상력은 그 문법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채워 넣느냐에 달려 있다.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예술인 복지법(2025.4.8. 시행);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표준계약서 보급(2026년 10월 확인); 국가법령정보센터, 공연예술출연계약서(문화체육관광부고시 제2022-20호 별표1); 문화체육관광부·예술경영지원센터, 알기 쉬운 미술 분야 표준계약서 가이드북(2022년 5월); 문화체육관광부고시, 대중문화예술인(가수중심) 표준전속계약서(2024.6.3. 개정); 영화 제작 및 투자, 수익 분배에 관한 계약서(2014.10.30. 발표); 한국예술인복지재단, 2026년 예술인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사업 공고(2026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