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하남의 매장유산 조사에서 개발 허가는 어떻게 갈리나…지표조사부터 보존조치까지

하남에서 개발사업 예정지의 공사를 진행하려면 매장유산 조사는 별도 절차가 아니라 인허가의 선행 조건에 가깝다. 결론도 단순한 찬반으로 나뉘지 않는다. 사업 부지가 매장유산 유존 가능 지역인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지표조사와 시굴조사로 유적의 범위를 좁힌 뒤, 발굴허가와 보존조치 여부를 거쳐야 다음 단계 공사가 가능해진다. 따라서 하남의 개발 허가는 한 번의 심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건축·개발 인허가와 국가유산 협의가 겹쳐 돌아가는 구조로 이해해야 한다.

현행 법제에서 출발점은 사업 부지 확인이다. 매장유산이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된 유존지역은 원형 훼손이 금지되며,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공사 시행자는 사전에 지표조사를 해야 한다. 시행령은 대규모 사업뿐 아니라 면적 기준에 못 미치는 경우에도 지방자치단체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지표조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두고 있다. 이미 유존지역으로 관리되는 곳이나 지표조사 결과 유적 분포 가능성이 높은 곳에서 공사를 하려면 국가유산 관련 협의가 먼저 붙는 이유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지표조사가 곧바로 전면 발굴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국가유산포털 안내와 관련 규정은 개발 예정지 안에 매장유산이 확인되면 먼저 유적의 분포 범위와 성격을 파악하기 위한 시굴조사를 거치고, 그 결과에 따라 정식 발굴 여부와 범위를 정하도록 설명한다. 최근 국가유산 영향진단 체계에서도 유존지역이나 유적 분포 가능 지역의 건설공사에는 전문가 평가를 붙여 보존조치가 필요한지 따지게 했다. 결국 발굴 범위는 사업 면적 전체가 아니라 조사 결과 확인된 유존 범위, 유구의 밀도, 보존 필요성에 따라 다시 설정된다.


발굴 범위는 사업면적이 아니라 확인된 유적 범위로 좁혀진다


하남 사례를 보면 이 구조가 더 분명해진다. 경기문화재연구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하남 교산동 건물지 유적은 하남시 광역지표조사에서 먼저 확인된 뒤 보존 및 관리대책 수립을 위한 학술발굴로 넘어갔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이어진 조사 가운데 3차 발굴은 교산동 78-3번지 일대 전체 9382㎡ 중 남쪽 건물지 중심 4540㎡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고려·조선 시기의 건물지 3개소와 담장지, 연못지 등이 확인됐고, 조사 후 조치사항은 보존·정비로 정리됐다. 개발 가능 여부가 사업지 전체를 일괄 판단한 결과가 아니라, 지표조사 뒤 확인된 핵심 구간을 중심으로 발굴 범위를 정하고 다시 보존조치를 결정한 셈이다.

하남 미사지구의 경우는 대규모 택지개발에서 범위가 어떻게 단계적으로 줄어드는지를 보여준다. 경기문화재연구원이 2014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조사는 택지개발사업에 따른 시·발굴조사였고, 조사 위치는 망월동과 선동 일대였다. 시굴조사 면적은 69만741㎡였지만 실제 발굴조사 면적은 1만1440㎡였다. 넓은 사업지 전체를 한 번에 파낸 것이 아니라, 우선 대규모 시굴로 유적 가능 구역을 걸러낸 뒤 필요한 구간만 본격 발굴한 구조다. 이 과정에서 구석기 유물 2288점과 시대미상 주혈군 114기 등이 확인됐다.

중소 규모 도로 사업에서도 절차는 비슷하다. 경기문화재연구원의 2005년 보고서를 보면 하남 덕풍동 수리골 유적은 시가지 우회도로 확·포장공사 구간에서 이뤄진 구제 발굴 사례다. 약 550평 규모의 시굴조사와 발굴조사에서 청동기시대 주거지 2기, 백제 토광묘 2기, 통일신라 석곽묘 5기, 고려·조선시대 토광묘 29기가 확인됐다. 도로 공사라고 해서 협의가 단순해지는 것이 아니라, 공사 성격과 상관없이 현장에서 확인된 유구의 밀도와 시대층위가 발굴 범위와 후속 조치를 좌우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개발 허가의 분기점은 발굴허가보다 그 뒤의 보존조치에 있다


정식 발굴 단계로 넘어가면 사업 시행자는 등록된 매장유산 조사기관과 조사단장을 적은 발굴허가 신청서를 관할 지방자치단체장과 국가유산청장에게 함께 내야 한다. 시행령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신청을 받은 뒤 7일 이내에 발굴 필요 여부, 범위, 현장 여건에 맞는 보존 방안에 관한 의견을 국가유산청장에게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다. 여기서 하남시의 역할은 단순 접수가 아니라 지역 사정과 현장 여건을 반영한 협의 주체라는 뜻이 된다.

하지만 발굴허가가 곧바로 공사 재개를 뜻하지는 않는다. 발굴 결과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큰 유적이 나오면 국가유산청장은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현지보존, 이전보존, 기록보존 가운데 하나를 지시할 수 있다. 현지보존은 말 그대로 그 자리 보존이고, 이전보존은 다른 장소로 옮겨 보존하는 방식이며, 기록보존은 조사 내용을 정리해 보존하는 방식이다. 개발사업이 실제로 어디까지 가능한지는 이 보존조치 단계에서 갈린다. 같은 하남 안에서도 어떤 부지는 기록보존 뒤 공사로 이어질 수 있지만, 다른 부지는 현지보존 때문에 설계 변경이나 부지 조정이 필요해질 수 있다.

따라서 시민이 체감하는 ‘개발 허가’는 하나의 행정 문서보다 긴 협의의 결과물에 가깝다. 사업자는 먼저 유존지역 공개 정보와 지표조사 의무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조사 결과 유적 가능성이 높으면 시굴로 범위를 좁혀야 한다. 그 뒤에도 불가피한 발굴이 필요한 경우에만 발굴허가를 신청할 수 있으며, 발굴 이후에는 보존조치 이행과 결과 보고까지 마쳐야 한다. 법은 발굴조사 보고서를 발굴 종료 뒤 2년 이내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어, 조사 결과의 정리와 공개도 절차의 일부다.

하남은 교산 신도시, 미사 개발, 도로 확장처럼 대규모와 중소 규모 사업이 함께 진행돼 온 도시다. 이 때문에 매장유산 조사에서 핵심은 개발을 막느냐 허용하느냐의 이분법보다, 어느 지점에서 무엇이 확인됐고 그 범위를 어떻게 다시 설정했는지 따져보는 데 있다. 교산동 건물지처럼 지표조사에서 확인된 유적을 제한된 구간으로 발굴해 보존·정비로 이어간 사례도 있고, 미사지구처럼 광범위한 시굴 뒤 일부 구간만 본격 발굴한 사례도 있다. 하남의 개발 허가는 결국 공사 자체의 필요와 함께, 현장에서 확인된 유적의 성격과 보존 가치가 얼마나 크냐에 따라 단계별로 다시 결정된다고 보는 편이 실제 절차에 가깝다.

자료: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2026.5.17 시행);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2026.3.26 시행); 경기문화재연구원, 「하남 교산동 건물지 발굴조사 중간 보고서 Ⅲ」(2003.1.15); 경기문화재연구원, 「하남 미사동 구석기유적-하남미사지구 문화재 발굴(시굴)조사(A구역)보고서」(2014.12.5); 경기문화재연구원, 「하남 덕풍동 수리골 유적 -시가지 우회도로 확ㆍ포장공사 구간내 시ㆍ발굴조사-」(200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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