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게임 캐릭터 규제보다 먼저 보이는 것들…영화·게임은 공개하는데 웹툰은 들쭉날쭉한 내용표기

게임 캐릭터를 더 엄격하게 규제할 것인지 묻는 논쟁은 자주 반복되지만, 이용자가 실제로 접하는 정보 체계를 비교하면 다른 문제가 먼저 보인다. 영화와 게임은 연령등급만이 아니라 어떤 이유로 그 등급이 붙었는지, 어떤 유해 요소가 있는지를 항목별로 공개하는 체계를 이미 갖추고 있다. 반면 웹툰은 자율규제 체계 안에서 연령등급 기준이 세분화됐음에도, 이용자가 작품 선택 전에 내용정보를 일관되게 확인할 수 있는 표기 방식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규제의 강도보다 먼저 따져야 할 것은 무엇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보이게 할 것인가 하는 표기 체계의 문제다.


영화는 등급과 사유를 함께 보여준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체계에서 영화는 7개 고려 요소를 기준으로 등급이 매겨진다.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위험이다. 이 기준은 단순히 심의 내부 판단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에게 전달되는 정보 구조로 이어진다. 위원회는 영화와 비디오물의 등급표시뿐 아니라 내용정보 표시 위치와 방식까지 별도로 안내하고, 비디오물의 경우 초기화면이나 인터넷 홈페이지에 내용정보를 표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실제 공개 방식도 비교적 구체적이다. 2026년 6월 22일 등급분류된 한국영화 ‘가족여행’의 공개 페이지에는 12세이상관람가라는 결과만 적혀 있지 않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기 위해 가족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라는 줄거리 설명과 함께, 청소년의 흡연 및 성인의 음주·흡연 장면, 욕설과 비속어 사용이 맥락상 경미하게 표현돼 주제·대사·약물 항목에서 12세이상관람가가 됐다고 적시돼 있다. 이용자는 작품을 보기 전, 무엇이 문제 요소였는지 항목별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체계의 핵심은 연령 숫자보다 이유의 공개에 있다. 같은 12세이상관람가라도 어떤 작품은 폭력성 때문에, 다른 작품은 대사나 약물 요소 때문에 같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영화 이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는 단일 연령선이 아니라 그 안의 세부 사유인데, 현재 영화 제도는 적어도 그 지점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게임은 내용정보 표시가 의무다


게임 쪽은 한발 더 나간다.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는 등급을 받은 모든 게임물에 내용정보 표시 의무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항목은 선정성, 폭력성, 공포, 언어의 부적절성, 약물, 범죄, 사행성 7가지다. 온라인 게임은 초기화면에서 3초 이상, 이후 1시간마다 3초 이상 이를 표시해야 하고, PC·비디오 게임물은 포장 표면에 표시해야 한다. 연령등급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내용요소가 포함됐는지 이용자에게 반복적으로 노출하도록 설계된 셈이다.

공개된 개별 사례를 보면 이 제도의 성격이 더 분명해진다. 2012년 심의된 ‘Grand Theft Auto: San Andreas’ 페이지에는 성매매와 성행위 장면, 칼·총기 공격, 욕설, 마약거래, 살인·납치 묘사, 카지노 게임 진행 가능 여부까지 항목별 사유가 적혀 있다. 2025년 4월 심의된 ‘용과 같이0 맹세의 장소 Director’s Cut’ 역시 선정적 신체 노출, 과도한 무기와 선혈 표현, 저속어, 배팅과 배당을 내용으로 한 사행행위 모사, 빈번한 흡연·음주 장면이 공개 사유로 제시된다. 이용자는 ‘청소년이용불가’라는 결과만이 아니라 그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게임 영역에서 중요한 것은 캐릭터 자체를 별도 규제 대상으로 더 세분하는 일이라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내용정보 체계를 얼마나 정확하고 읽기 쉽게 유지하느냐다. 게임 제도는 적어도 이용자에게 사전 선택 정보를 주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 논쟁이 캐릭터 규제 강화에만 머물면, 실제로 작동하는 이용자 보호 장치인 표기 체계를 개선할 기회는 오히려 가려질 수 있다.


웹툰은 기준은 생겼지만 노출 방식은 통일되지 않았다


웹툰은 사정이 다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한국만화가협회는 2012년 4월 9일 업무협약을 맺고 웹툰 자율규제를 시작했다. 이후 2017년 8월 웹툰자율규제위원회가 출범했고, 2019년에는 기존의 ‘전체연령가’와 ‘19세 이상 이용가’ 중심 구조에서 나아가 전체 연령가, 12세 이상 이용가, 15세 이상 이용가, 18세 이상 이용가의 4단계 연령등급 체계가 도입됐다. 기준 항목도 주제, 폭력성, 선정성, 언어, 약물, 사행성, 차별, 모방위험 등 8가지로 제시됐다.

문제는 이 기준이 영화·게임처럼 표준화된 이용자 안내 체계로 충분히 굳어졌느냐는 데 있다. 관련 연구는 웹툰 자율규제가 작가와 유통사의 자가진단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방심위를 통해 접수된 민원이 있을 때 위원회가 의견을 회원사에 전달하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자율규제위원회의 범위도 참여 회원사가 운영하는 국내 플랫폼의 국내 웹툰으로 한정된다. 비회원사 플랫폼, 수입 만화, 전자책 형태의 만화는 같은 틀 안에 들어오지 않는다. 제도는 있으나 적용 범위와 노출 방식이 매체 전체를 고르게 덮지 못하는 셈이다.

이 차이는 이용자 경험에서 바로 드러난다. 영화와 게임은 연령등급과 함께 내용정보가 제도적으로 표준화돼 있고, 공개 페이지나 초기화면에서 항목별 사유를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웹툰은 연령등급 기준이 세분화돼도 플랫폼마다 표기 방식이 다르고, 이용자가 작품 선택 전에 어떤 요소 때문에 그 등급이 부여됐는지 일관되게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같은 ‘15세 이용가’라도 폭력성 때문인지, 선정성 때문인지, 모방위험 때문인지가 공통 양식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연령숫자만 남는다.


창작 규제보다 예측 가능한 기준이 먼저다


이 비교는 왜 만화·웹툰 분야에서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창작자가 더 압박을 받는다는 문제의식과도 맞닿는다. 기준이 모호하고 공개 방식이 제각각이면, 창작자는 무엇이 문제 될지 예측하기 어렵고 플랫폼은 민원과 위험을 피하기 위해 더 보수적으로 대응하기 쉽다. 반대로 항목별 내용정보와 연령 판단 사유가 표준화돼 있으면, 이용자는 선택권을 얻고 창작자는 어디까지가 어느 등급에 해당하는지 상대적으로 명확한 신호를 받을 수 있다.

결국 ‘게임 캐릭터 규제’ 같은 개별 대상 규제보다 먼저 검토할 일은 매체별 정보 제공 구조의 비대칭이다. 영화와 게임이 이미 보여주듯 이용자 보호는 금지의 언어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지, 왜 그 등급이 붙었는지, 그 정보가 어디에 얼마나 읽기 쉽게 놓여 있는지가 제도의 실효성을 좌우한다. 웹툰 정책 논의가 다음 단계로 가려면, 연령등급의 존재 여부를 넘어 내용정보 표기를 어떻게 공통 규칙으로 만들 것인지부터 묻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자료: 영상물등급위원회, 등급분류 기준; 영상물등급위원회, 등급분류 확인방법;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상세 ‘가족여행’(등급분류일자 2026-06-22);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 게임물 내용정보 등의 표시의무;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 등급분류결정 확인 ‘Grand Theft Auto: San Andreas (그랜트 테프트 오토: 산안드레아스)’(심의일자 2012-01-04);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 등급분류결정 확인 ‘용과 같이0 맹세의 장소 Director’s Cut’(심의일자 2025-04-17); 방송통신위원회, 미디어 융합환경에 부합하는 콘텐츠 내용규제(심의)체계 개선방안 연구(2022);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만화산업백서(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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