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게임 여성 캐릭터의 성적·성차별적 묘사, 무엇이 등급으로 걸러지고 무엇이 연구의 언어로 남나

게임 속 여성 캐릭터의 성적이거나 성차별적인 묘사를 곧바로 규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단순한 찬반보다 먼저 기준의 차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게임 등급제도는 현재 성별 고정관념 자체를 독립 항목으로 심사하기보다, 선정성·폭력성·부적절한 언어·사행성 같은 유해성 범주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반면 학술 연구는 여성 캐릭터가 얼마나 노출됐는지뿐 아니라 서사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지, 남성 캐릭터의 보조자로 배치되는지, 나이와 체형이 얼마나 획일적인지까지 함께 본다. 같은 장면을 두고도 등급 심사와 젠더 연구가 다른 결론에 이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질문이 2025년 발간된 시민 질문 모음집에 실렸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그 문서에 담긴 문제의식은 시민의 체감과 불만을 보여주지만, 곧바로 제도적 판단이나 실증 결과를 뜻하지는 않는다. 실제 기사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지금의 등급 기준이 무엇을 심사하고, 연구는 무엇을 문제 삼아 왔는가다.


한국 게임등급은 무엇을 직접 다루나


현행 게임물관리위원회 영문 안내와 등급 가이드는 등급 심사의 핵심 범주를 성적 표현, 폭력, 공포, 언어, 음주·약물·흡연, 범죄·반사회적 메시지, 도박으로 제시한다. 연령 등급 역시 전 연령, 12세, 15세, 18세로 나뉘며, 상위 등급으로 갈수록 성적 표현과 폭력, 부적절한 언어, 사행성 묘사의 직접성과 구체성이 커지는 구조다. 문화체육관광부령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도 우수게임상품 심사에서 사행성·선정성·폭력성 등으로 인한 청소년 유해성을 평가 요소로 적고 있다.

이 구조를 그대로 읽으면, 여성 캐릭터의 노출이 높거나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있을 때는 우선 선정성 문제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몸의 비율이 과도하게 왜곡됐거나, 여성 캐릭터가 늘 남성 캐릭터의 보조자나 장식물로 소비되는 식의 문제는 이용자에게 분명 성차별적으로 느껴질 수 있어도, 현행 등급 체계에서는 단독 판단 항목으로 잡히기 어렵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공식 내용정보에 ‘문제적 사회 메시지’나 ‘반사회적 메시지’가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곧바로 모든 성별 고정관념을 별도 규제한다는 뜻은 아니다.

해외도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ESRB는 성적 내용, 부분 노출, 폭력, 도박, 언어 같은 내용 기술자를 사용하고, 유럽 PEGI는 별도의 차별 아이콘을 두고 있지만 그 범위는 인종·종교·국적 등을 둘러싼 혐오 조장 표현에 가깝다. 다시 말해 주요 등급제도는 대체로 ‘직접적인 유해 표현’을 분류하는 장치이지, 캐릭터 디자인 전반의 성별 재현을 세밀하게 평가하는 문화 비평의 도구는 아니다.


연구는 성별 고정관념을 어떻게 읽어 왔나


국내 연구는 이 문제를 훨씬 넓게 다뤄 왔다. 2011년 발표된 ‘한국 게임에 나타난 여성캐릭터의 형상과 그 특성’은 여성 캐릭터의 대상화를 두 갈래로 정리했다. 하나는 남성 캐릭터에 대한 종속적 보조자화이고, 다른 하나는 성적 대상화다. 이 연구는 한국 게임 속 여성 캐릭터가 젊고 미혼이거나 어린 형상으로 전형화되는 반면, 남성 캐릭터는 더 다양한 외형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성별 고정관념은 단지 노출 수위가 아니라 나이, 역할, 능동성, 서사적 위치의 문제로 정의된다.

2021년 송두헌의 연구는 이 기준을 실제 이용자 선호와 연결해 보여준다. 여성 참여가 적지 않은 팀 기반 전투 게임인 ‘오버워치’와 ‘사이퍼즈’를 조사한 결과, 연구자는 해당 장르에 여성 캐릭터의 성 도구화와 강한 성 고정관념이 남아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오버워치’에서는 여성 응답자들이 비성적이고 60대 설정의 아나 같은 이른바 ‘걸크러시’형 캐릭터를 선호했다고 보고했다. 반면 ‘사이퍼즈’는 여성 전사형 캐릭터가 부재한 조건에서 외형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지만, 기능성이 낮은 캐릭터는 실제 플레이에서 자주 선택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같은 해 발표된 또 다른 연구는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올해의 게임’ 상위권 101개 작품을 분석해 여성 캐릭터의 비중과 재현 방식을 살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여성 캐릭터가 단독 또는 공동 주인공인 게임은 24.7% 수준이었고, 성별 선택 옵션이 추가된 작품이 22.8%였다. 다만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게임에서는 정형화된 이미지가 점차 줄어드는 경향도 확인됐다. 규제의 언어가 ‘선정성’이라면, 연구의 언어는 ‘과소대표성’과 ‘주체성’, ‘다양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규제 가능한 것과 규제하기 어려운 것


이 기준을 겹쳐 놓으면 시민 질문에 대한 답은 보다 구체해진다. 여성 캐릭터의 묘사가 노골적인 성행위 표현, 구체적 노출, 성폭력 묘사, 미성년자에게 부적절한 선정성에 이르면 등급 조정이나 유통 제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체형의 과장, 의상의 성별 편중, 서사 속 종속적 위치, 여성 캐릭터의 반복적 장식화 같은 문제는 현행 등급제만으로 일괄 규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는 법적 차단보다 비평, 연구, 제작 가이드라인, 플랫폼의 자율 기준, 이용자 평가가 더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그래서 ‘왜 이렇게 유해한데 막지 못하느냐’는 체감과 ‘등급 기준상 곧바로 제재하기 어렵다’는 제도 설명이 자주 충돌한다. 이용자가 문제라고 느끼는 지점은 성적 자극의 강도만이 아니라, 여성이 언제나 젊고 마르고 전투력보다 외모로 먼저 제시되는 반복된 설계일 수 있다. 하지만 등급제는 그 반복 구조보다 개별 게임물의 직접적 표현 수위를 먼저 본다. 성별 고정관념을 줄이려면 등급 규정만이 아니라, 어떤 캐릭터가 전사·리더·노년·비전형적 몸을 가질 수 있는가를 묻는 제작 단계의 기준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게임 여성 캐릭터의 성적·성차별적 묘사는 지금도 일부는 규제 대상이고, 일부는 아직 연구와 비평의 영역에 더 많이 남아 있다. 한국의 공식 등급 기준은 주로 선정성과 유해성의 강도를 가르는 장치이고, 학술 연구는 그 바깥에서 캐릭터 디자인의 성별 질서를 해부해 왔다. 이 둘의 간극을 인정하지 않으면 제도는 너무 약해 보이고, 반대로 연구는 현실과 동떨어진 비판처럼 보이기 쉽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 찬반의 단답형 결론보다, 무엇이 등급으로 걸러지고 무엇이 문화적 기준의 재설계를 요구하는지 구분해 보는 일에 가깝다.

자료: 게임물관리위원회, Content Descriptors; 게임물관리위원회, Rating Guide; 국가법령정보센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2025.10.2 일부개정, 2025.10.9 시행); 권도경, 한국 게임에 나타난 여성캐릭터의 형상과 그 특성(2011); 송두헌, 팀 기반 전투형 게임에서 여성 게이머가 선호하는 여성 캐릭터에 대한 실증적 조사 연구(2021); 임인숙·오윤구·고영란, 세계 게임산업의 다양성·포용성 정책과 여성 재현 방식의 변화(2021); ESRB, Ratings Guide; PEGI, Discrimi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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