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연 실황 영상은 공연을 대체할까…스트리밍권·초상권·관객 접근성이 가르는 경계

공연 실황 영상은 공연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다른 유통 창구로 기능해 왔다. 공공 공연기관들이 최근 몇 년 사이 영상 서비스를 확대한 흐름을 보면, 목표는 현장 관람의 폐지가 아니라 관객층의 확장에 가깝다. 다만 이 확장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따라붙는다. 실연자와 창작물에 대한 전송 권리를 어떻게 확보하는지, 출연자의 얼굴과 기록물 활용에 대한 동의를 어떻게 설계하는지, 그리고 지역·장애·시간의 장벽을 낮추는 접근성 장치를 얼마나 갖추는지가 그 조건이다.

질문은 코로나 시기의 임시 대안에서 끝나지 않았다. 2026년 10월 22일 현재 예술의전당은 ‘SAC ON SCREEN’과 온라인 플랫폼 ‘디지털 스테이지’를 병행하고 있고, 국립극장은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을 통해 자체 스트리밍과 지역·학교 상영 사업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공연 실황 영상이 현장을 밀어내는지, 아니면 현장 밖에서 새로운 관객을 만드는지는 이들 제도의 설계 방식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공연을 없애는 영상이 아니라, 공연 바깥으로 나가는 영상


예술의전당의 사례는 이 점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예술의전당은 2013년부터 공연 영상화 사업 ‘SAC ON SCREEN’을 운영해 왔고, 2026년에는 야외 상영회 ‘계단극장’과 온라인 플랫폼 ‘디지털 스테이지’까지 병행하고 있다. 2015년 예술의전당은 ‘문화가 있는 날 SAC on Screen’ 안내에서 이 프로그램을 공연실황을 스크린으로 보여주는 ‘상영회’라고 명시했고, 객석에서는 보기 어려운 무대 구석과 뒷이야기를 담아 전국적으로 배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시했다.

국립극장도 비슷하다. 국립극장은 2021년부터 공연 실황 영상 제작 사업을 추진했고, 2024년 1월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한 뒤 2025년 4월 기준 25편 공개, 전체 조회수 110만 회 이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2026년에는 자체 스트리밍 누적 조회수 200만 회, 영화관·민간 OTT·방송사를 통한 약 7만 명 관람을 별도로 제시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립극장이 이 서비스를 현장공연의 대체재가 아니라 ‘또 다른 체험’으로 설명한다는 점이다. 객석에서는 놓치기 쉬운 표정과 움직임을 영상 어법으로 포착한다는 설명은, 실황 영상이 공연의 복제품이 아니라 재구성된 감상 형식이라는 뜻에 가깝다.

대표 작품도 이 차이를 드러낸다. 국립극장은 2025년 창극 <리어> 실황 영상을 처음 공개하면서 무대미술과 배우 표정 연기가 화면에서 더 선명하게 전달된다고 설명했다. 예술의전당은 2026년 연극 <랑데부>를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상시 제공하고, 오페라 <마술피리>를 한시 공개했다. 둘 다 현장 공연 자체를 대체한다기보다, 현장에 들어오지 못한 관객에게 다른 입구를 여는 방식에 가깝다.


왜 공연 실황은 늘 ‘권리 기간’과 함께 움직이나


공연 실황 영상이 공연과 같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권리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저작권법은 ‘공연’과 ‘공중송신’을 구분하고, 실연자에게는 별도의 전송권을 인정한다. 무대 위에서 한 번 상연할 수 있는 권리와, 그 장면을 촬영해 온라인으로 전송하거나 다시 상영할 수 있는 권리는 같은 묶음이 아니다. 극작가와 작곡가의 저작권, 번안이나 자막의 권리, 실연자의 저작인접권, 영상 제작 과정에서 새로 생기는 권리까지 따로 정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립극장의 운영 공지는 이 구조를 실무적으로 보여준다. 2026년 공지에서 국립극장은 일부 영상이 유통 및 배포 권한 기간 만료로 더 이상 제공되지 않는다고 알렸고, 작품별로 시청 종료일을 따로 제시했다. 같은 해 ‘우리 동네, 우리 학교 국립극장’ 안내에서도 일부 영상은 작품별 권한 기간 만료로 상영이 제한될 수 있다고 적었다. 실황 영상이 플랫폼에 한 번 올라가면 영구적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계약으로 정한 기간과 범위 안에서만 유통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공연 실황 영상의 핵심은 촬영 기술만이 아니라 권리 설계다. 어느 플랫폼까지 허용할지, 무료 공개인지 유료 상영인지, 국내 상영인지 해외 서비스까지 포함하는지, 다시보기와 아카이브를 인정할지 등을 사전에 정하지 않으면 영상은 만들어도 유통이 막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0년 비대면 예술 지원 방안을 내놓으면서 공연영상화 관련 조항을 표준계약서에 반영하고 수익배분 가이드라인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병목을 제도적으로 풀기 위한 조치였다.


초상권 문제는 법 조문보다 계약서에서 먼저 드러난다


공연 영상화에서 자주 함께 거론되는 초상권 문제도 같은 맥락에 있다. 법률상 핵심은 저작권과 실연자의 권리이지만, 실제 제작 현장에서는 출연자의 얼굴과 음성, 홍보 이미지, 2차 활용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하는지 별도 동의가 따라붙는다. 특히 무대 위 배우나 연주자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공연 영상은 객석에서 보는 공연보다 인물 식별성이 훨씬 높아진다. 영상이 홍보물, 온라인 플랫폼, 교육 상영 등 다른 맥락으로 재사용될수록 계약 문구는 더 세밀해질 수밖에 없다.

이 점은 지원 제도에서도 확인된다. 서울문화재단의 2023년 공연예술영상기록지원 안내는 지원신청서에서 저작권·초상권 등 의무사항 동의를 요구했고, 초상권 또는 저작권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작품을 부적절 사례로 적시했다. 완성된 영상물을 공공 목적의 온·오프라인 게재에 활용할 수 있다고 밝히는 한편, 출연진과 스태프에 대한 표준계약서 체결도 의무로 걸었다. 공연 영상을 만드는 일이 단순 촬영이 아니라, 향후 유통과 재사용까지 내다본 권리 정리 작업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초상권은 공연 실황 영상의 부수적 문제가 아니라 유통 범위를 정하는 장치가 된다. 영상이 극장 안 상영회에만 머무를지, OTT와 교육 현장까지 넓어질지는 이 동의 구조를 얼마나 분명하게 짜느냐에 달려 있다. 반대로 이 절차가 불명확하면 실황 영상은 제작 이후에도 공개 범위를 좁히거나 조기 종료할 가능성이 커진다.


접근성은 실황 영상의 가장 분명한 장점이지만, 자동으로 생기지 않는다


공연 실황 영상의 가장 강한 근거는 접근성이다. 공연장은 시간과 장소, 이동 비용, 좌석 수라는 물리적 제한을 갖는다. 반면 영상은 이 장벽을 우회할 수 있다. 국립극장은 2026년 ‘우리 동네, 우리 학교 국립극장’ 사업에서 전국 문예회관·복지회관·미디어센터·학교를 대상으로 실황 영상을 무료 제공한다고 밝혔고, 극장을 찾기 어려운 시민과 학생에게 새로운 문화 향유 기회를 내세웠다. 예술의전당도 2013년 이후 산간·도서지역, 군부대, 교정시설 등에 우수 공연 콘텐츠를 제공해 왔다고 설명한다.

장애 접근성에서는 영상의 장점이 더 뚜렷해진다. 예술의전당은 2026년 연극 <랑데부>와 오페라 <마술피리>의 배리어프리 버전을 공개하면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해설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을 포함했다고 밝혔다. 제작 과정에 관련 전문가와 장애인 관객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현장 공연에서 같은 수준의 접근성을 모든 회차에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상은 단지 편의 장치가 아니라 접근성 자체를 새로 설계할 수 있는 매체가 된다.

다만 접근성 역시 자동으로 확보되지는 않는다. 자막, 음성해설, 화면 구성, 플랫폼의 사용 편의성, 비용 구조가 함께 맞물려야 한다. 실황 영상을 올렸다고 해서 곧바로 모두에게 열린 공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장보다 더 많은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만큼, 어떤 관객이 여전히 배제되는지를 더 정교하게 따져야 한다.


대체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확장했고 무엇을 잃는가


그래서 ‘공연 실황 영상은 공연을 대체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현재의 답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공공 기관들의 실제 운영 방식만 봐도 현장공연, 스크린 상영, 온라인 스트리밍은 서로를 지우기보다 병존하고 있다. 상영회는 공동 관람의 경험을 남기고, 온라인은 반복 시청과 원거리 접근을 가능하게 하며, 현장은 무대와 객석이 같은 시간과 공기를 공유하는 감각을 유지한다. 이 셋은 같은 콘텐츠를 돌려 쓰는 것처럼 보여도, 법적 권리와 관람 경험, 유통 창구가 서로 다르다.

문제는 대체 여부 그 자체보다, 어떤 조건에서 영상이 공연예술의 외연을 넓히는지에 있다. 권리가 정리되지 않으면 서비스는 금방 멈추고, 초상권과 계약 구조가 허술하면 재유통이 막히며, 접근성 설계가 없으면 영상은 기존 관객만 다시 불러들이는 홍보물에 머무를 수 있다. 반대로 이 세 가지가 갖춰질 경우 실황 영상은 현장을 침식하는 복제물이 아니라, 공연예술이 닿지 못했던 곳으로 이동하는 또 하나의 무대가 된다.

자료: 더불어민주당, 녹서 2025(2025);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법(현행); 문화체육관광부, 코로나 일상 속 비대면 예술 지원 방안(2020.09.09.); 예술의전당, 문화가 있는 날 SAC on Screen 안내(2015); 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 ‘디지털 스테이지’ 배리어프리 콘텐츠 선보여!(2026.04.20.); 국립극장,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 온라인 스트리밍 신규영상 공개(2025.04.07.); 국립극장, 국립극장 공연영상화 사업 ‘우리동네, 우리학교 국립극장’ 참여기관 모집(2026.04.14.); 국립극장 공연예술 아카이브 플랫폼, 2026년 시청 기간 만료 예정 작품 안내(2026.02.05.); 서울문화재단, 2023 서울문화재단 예술지원 통합공모 2차 안내(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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